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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Oct 28. 2024

대해도(大海道, 2024)

방영횟수 : 24화 

감독 : 沈煜傑

남주 : 인팡(尹昉[yǐnfǎng]), 庫都斯江·艾尼娃爾

여주 : 자오쥔옌(焦俊豔[jiāojùnyàn])


    이 드라마는 신장(新疆)의 대해도(大海道)를 장소적 배경으로 한족 청년 린하오(林浩)와 위구르 청년 하리커(哈里克)가 세계 최고의 모터사이클 선수가 되는 꿈을 향해 나가는 이야기를 주축으로 하면서, 신장 지역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중국은 요즈음 드라마를 통해 중국 시골 지역을 소개해서 관광지화하려고 무척 노력하는 느낌인데, 이 드라마도 정부의 그 목적에 부합하도록 제작된 것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중국은 정부가 방침을 정해주고 이 방향으로 찍으라고 지시하는 것처럼 비슷한 경향의 드라마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한동안은 대도시로 상경한 젊은이들의 분투를 다루었고, 또 한동안은 젊은이들의 창업 이야기를 다루었고, 또 한때는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주제로 하다가, 다시 분위기가 바뀌어 경찰, 소방관, 특수군인 등 국가를 수호하는 직업군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이런 주제들이 적절히 섞여서 나오면 좋겠는데, 늘 좀 같은 주제들이 한꺼번에 방영되서는, 관객들로 하여금, '또 이 주제야?'하고 식상함을 느끼게 만든다. (이 드라마가 식상하다는 것은 아니고.)


신장(新疆)의 따하이따오(大海道)는 어떤 곳?

    신장(新疆)은 중국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행정구역으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파키스탄, 인도, 몽골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대부분이 사막 지형이고, 건조기후다. 이 지역의 주류 민족은 튀르크계인 위구르족이었는데, 중국이 정책적으로 한족을 이주시켜 지금은 한족이 위구르인과 비슷한 규모의 다수 민족이 되었다. 위구르족은 생김새가 약간 서양과 동양의 혼혈 같은 느낌이다. 큰 눈과 오뚝한 코는 서양적이고, 머리카락 색이나 피부색은 동양적이다. 삼생삼세십리도화(三生三世十里桃花), 삼생삼세침상서(三生三世枕上書)에 나온 디리러바(迪麗熱巴)가 바로 위구르족 연예인이다. 

    따하이따오(大海道)는 고대에 둔황(敦煌), 하미(哈密), 투루판(吐鲁番)을 잇는 가장 가까운 실크로드였다. 이 길은 한(漢) 대에 개발되었고, 당(唐) 나라 이후에는 공식적인 이용이 중단되어, 사람들의 시야에서 멀어지면서 역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실크로드의 옛 길이 되었다. 실크로드에 대한 학술 연구가 심화함에 따라 실크로드 대부분의 구간은 점차 역사의 베일을 벗었지만, 유독 따하이따오(大海道) 의 구체적인 노선은 여전히 역사의 먼지 속에 묻혀 있다고 한다. 

    따하이따오(大海道)에서 오토바이 랠리 경주가 열리는데, 선수들에게 험악한 지형 외에 또 하나의 난관은 제대로 된 길을 찾아 골인 지점까지 시간 안에 돌아오는 것이었다. 따하이따오(大海道)는 사방이 다 건조한 사막이라 위치를 표식해 줄 무엇도 없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에게는 바다 한가운데 떨어뜨린 것처럼 어디가 어딘지 방향 구분이 안 된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위구르족 젊은이들은 이곳이 자기 앞마당과 같다. 그래서 이곳을 안전하게 여행하자면 이곳 출신의 가이드를 끼우는 것이 필수다. 이 드라마의 여주가 여행업을 하는데, 이곳 출신의 가이드가 필요해서 남주 린하오를 고용하게 되면서, 둘이 애정 라인을 만들어 나가는데, 그들의 사랑은 믿음직스럽고 달콤하다.


이 드라마가 내게 특별히 매력적인 점

    첫째,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청춘들이 나온다. 컴퓨터가 막 일상화되던 시절에, 비밀번호 설정을 할 때면, 잊어버린 비밀번호를 다시 찾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설정하는 단계가 있었다. 여러 종류의 문제 중에 내가 원하는 문제를 선택하고,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답을 입력하면, 나중에 비밀번호를 잊었을 때, 문제에 대한 답을 맞히면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그 많은 질문 중에 나는 '당신은 다음 생에 뭐가 되고 싶습니까?' 뭐 이런 비슷한 질문을 선택했고, 답으로 '폭주족'이라고 써넣었더랬다. 나는 폭주족의 '속도'를 사랑한다! 고딩의 폭주족이 나를 뒤에 태우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폭주한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 기분이 완전히 좋았다. 그 해방감! 나는 그게 무서운지도 몰랐다. 그런 무모한 짓을 다시는 못 할지 모르지만, 스물몇의 나는 그 흥분감이 좋았다. 이 드라마는 광활한 사막 풍경을 배경으로, 질주하는 오토바이를 보여주는데, 완전히 내 스타일이다. 꺆!


    둘째, 드라마 주제곡 딱 내 스타일이다. 난 좀 시끄럽고 반항아 같은 노래를 좋아하는데, 이 드라마에 삽입된 노래들이 다 좀 그렇다. 매번 드라마를 시작할 때, '얍얍얍'하고 나오는 노래가 있는데, 이게 위구르족 언어로 나오는지라, 자막에 나오는 중국어 번역 가사 일부를 검색하는 것으로는 이 노래가 찾아지지 않았다. 물론 '드라마 따하이따오의 주제곡'으로도 검색해 봤다. 찾아지는 게 없었다. 난 이 곡만 계속 걸어두고 듣고 싶은데...... 누가 알게 되면 좀 알려주시라.


셋째, 사막의 풍경이 압권이다. 이 드라마를 보기 전까지는 오토바이와 검은색 아스팔트 길이 연상되었는데, 오토바이와 사막이 이렇게 잘 어울릴 줄 몰랐다. 오토바이가 질주하면서 사막의 모래바람으로 풍화된 암석들이 만들어내는 사막 풍경을 관객들에게 실감 나게 보여준다. 오토바이가 사막의 모래 언덕도 질주한다! 와우! 오토바이가 질주하는 것과 함께 보이는 사막의 풍경은 하나도 건조하지 않다. 완전히 꿈틀거린다. 모래는 오토바이 바퀴가 휘젓고 지나감에 따라 촥 날리고, 암석이 풍화된 길은 오토바이가 지나가면서 긴 먼지 꼬리 길을 만들어낸다. 드라마를 보고 나면, 따하이따오()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꿀떡 든다. 중국 정부가 드라마로 관광객을 유혹해 보겠다는 노력이 성공한 것 같다. 



내가 몰랐던 중국

    첫째, 신장 자치구를 촌장(村長)과 서기(書記) 이끌어 간다. 촌장(村長)은 글자 그대로 촌락의 지도자라는 뜻이다. 서기(書記)는 일상 업무를 주관하는 공산주의 지도자를 지칭한다. 진핑을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않고, '서기(書記)'라고 부르는 것을 들어봤을 것이다.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서는 정치적 지도자로 서기(書記)만 나온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지도자로 촌장(村長)과 서기(書記) 둘이 나온다. 이곳이 다른 지역과 달리 자치구여서 그런 것 같다. 드라마에서 보면, 촌장(村長)은 신장의 위구르족 지역 주민과 한족 지도자 서기(書記)의 중간 쿠션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 촌장(村長)과 서기(書記)가 의논해서 이끌어간다는 뉘앙스지만, 결정권이 서기(書記)에게 있는 걸 보면, 서기(書記)의 정치적 지위가 더 높다. 


    둘째, 중국 소수민족인 신장 위구르족의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신문보도로만 알던 신장은 중국 공산당 정부가 무슬림 위구르족을 한족으로 동화시키기 위해 집단교육시설에 가둬놓고 세뇌 교육을 한다는 정치적인 면뿐이었다. 하리커(哈里克)가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 가족과 소통하는 모습, 이웃 주민을 대하는 태도 등을 통해 이곳 사람들의 전통문화와 풍습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신장이 중국의 서쪽인 것을 막연히만 알았는데, 이번에 드라마를 보면서 정확한 위치를 파악했고 매우 특색 잇는 자연 풍광을 봤다. 신장을 소재로 한 훌륭한 드라마가 계속 나온다면, 머지않아 신장이 문화 관광 소비의 붐을 일으키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닐 듯.

참고:

1. 따하이따오(大海道) : https://hk.trip.com/travel-guide/attraction/hami/dahaidao-48793164/

2. 신장(新疆) : https://namu.wiki/w/신장%20위구르%20자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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