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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Nov 04. 2024

白月光(báiyuèguāng)

    중드 <사밀낭만(私密浪漫, 2024)>을 보다가 바이위에꽝(白月光)이라는 단어를 만난다. 드라마 내용상으로 보아 내가 짐작하기로는, '맘에 품고 있는 여성으로, 그녀를 생각만 해도 에너지가 쏟아나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주는 빛 같은 존재'라는 뜻일 것 같다. 하지만, ‘따스한 태양빛’도 있고, ‘하얀 천사’도 있고, ‘하늘이 점지해 준 짝’ 등등 여러 표현이 가능했을 텐데, 왜 하필 달빛을 썼나 궁금하잖아? 그래서 찾아봤다. 이건 어디서 온 단어 인가 하고.

    이 단어는 장아이링(愛玲)의 소설 <홍메궤이위바이메퀘이(紅玫瑰與白玫瑰), 붉은 장미와 흰 장미>에서 나왔다. 장아이링의 소설에 이런 문구가 있다. (먼저 최대한 원문에 가깝게 해석해 보자.)


    <아마 모든 남자에게는 이런 두 명의 여자가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둘은. 붉은 장미를 아내로 맞이하면,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붉은 장미는 벽에 묻은 모기 피 한 발로 변하지만, 흰 장미는 여전히 침대머리맡의 밍위에꽝(明月光[míngyuèguāng], 침대 앞의 밝은 달빛)이다. 흰 장미를 아내로 맞이하면, 흰 장미도 옷에 붙은 밥풀 한 알이 되지만, 반면 붉은 장미는 마음속의 주쌰(硃砂痣[zhūshāzhì]붉은 점)가 된다. (也許每一個男子全都有過這樣的兩個女人,至少兩個。娶了紅玫瑰,久而久之,紅的變了牆上的一抹蚊子血,白的還是'前明月光';娶了白玫瑰,白的便是衣服上沾的一粒飯黏子,紅的卻是心口上一顆硃砂痣。)>


    남자가 홍장미와 백장미 둘이랑 사귀다가, 홍장미를 택해서 결혼을 하면, 시간이 오래되면 홍장미는 하찮아지고, 백장미는 가지지 못해 간절히 그리워하게 되는 대상이 된다. 그래서, 홍장미를 버리고 백장미와 결혼을 하면, 백장미 또한 하찮아지고, 홍장미를 다시 갈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남자라는 동물, 참 천박해서, 손에 잡히지 않을 때라야 그 대상을 갈망한다는 뜻이겠다.

 

    장아이린이 이 문장을 쓴 이후로, 바이위에꽝(白月光)과 주쌰즈(朱砂痣)는 글자 그대로의 뜻 외에 또 다른 뜻을 가지게 되었다. 바이 위에 꽝(白月光)은 '가지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사람'을 뜻하고,주쌰즈(朱砂痣)는 '가져봤지만 소중히 하지 않아서 잃은 후에 다시 갈망하는 사람'을 뜻한다. 둘 다 '손에 넣지 넣지 못해서 못 잊는 사람이나 사물'을 비유한다. 널리 쓰이는 용어는 바이위에꽝(白月光)이다. 주쌰즈(朱砂痣)는 잘 쓰이지 않는다. 장아이린이 쓴 '침대머리맡의 밝은 달빛(明月光)'이라는 구절은 이백(李白)의 시구를 가져와 쓴 것이라 사람들에게 이미 익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백(李白)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달빛에 의탁했지만, 장아이린은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달빛으로 표현했다. 

 

    바이위에꽝(白月光)은 보통 남자의 첫사랑으로 가장 아름다운 대상이다. 나중에 나타난 그 누구도 바이위에꽝(白月光)을 대신할 수 없다. 훗날 나타난 그녀 본인도 대신할 수 없다. 왜냐면 그가 푸릇푸릇 젊던 시절에 기억에서 박힌 아름다운 그녀는 추억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마음속에 바이위에꽝(白月光)을 품고 사는지 어떠신지? 당신이 '그렇다'하면, 나는 '짐승 같으니, 안 잡히는 것만 갈망하지?'라고 나무라고, 당신이 '그렇지 않다'라고 하면, '사람이 어째 그렇게 낭만이 없어!'하고 나무라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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