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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인의 Mar 11. 2024

한국에선 한 번만 맞는 수두 백신, 안전할까?

미국 영유아건강검진 (Well Child Visit) 4년 차

오랜만에 아이들 제대로 주사 맞는 날입니다. 생후 24개월 이후 2년 동안은 독감 백신을 제외하고는 백신을 맞을 일이 없다가, 4살이 되면 예전처럼 몇 개의 백신을 한꺼번에 맞아야 합니다. 이처럼 아이가 4살이 되면 꼭 소아과를 가야 하기 때문에, 미국도 4년 차에 검진이 있고, 한국에서도 3.5살~4살에 6차 영유아건강검진이 있습니다. 다만 미국에서 맞는 백신이 한국과 100%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원래 한국의 예방접종일정표로 공부를 하다가 미국에 와서 이 차이 때문에 많이 헷갈려 했는데요, 그중 항상 어려웠던 부분이 4년 차 접종이었습니다. 오늘은 이 차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예방접종 일정표. 의대를 다닐 때 외우고 또 외우다 자꾸 까먹던 그 표입니다. 하지만 이 일정표에 있는 백신을 하나하나 찬찬히 뜯어보면, 각 백신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그러면서 조금 더 정리가 잘 되기 시작합니다. 예방접종을 통해 소아청소년과의 근본이 뒤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대부분의 백신들이 예방하는 감염병들은 한때 치명적이거나 심각한 장애를 남기는 무서운 감염병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대중화된 폴리오(소아마비) 백신은 1955년에 개발되었고, 4-50년 전만 해도 폐렴구균(1978년 개발)이나 b형 해모필루스인플루엔자(1985년 개발)에 대한 백신도 없어 수많은 아이들이 폐렴이나 뇌수막염으로 죽었습니다 [1]. 이런 굵직한 백신이 개발되면서, 21세기의 소아청소년과에서는 감염병 환자들이 급격히 감소하고, 아이의 정서와 발달, 안전 같은 부분에 더욱 중점을 두게 되죠.


제 병원에 걸려있는 소아마비 백신 이전 시절의 사진입니다. 소아마비가 심해지면 호흡 근육도 마비가 돼서 사진에 보이는 음압 원통에 들어가야 숨을 쉴 수 있었다고 하죠.


백신 개발은 그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1995년에는 수두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개발이 되죠. 수두는 발열과 특징적인 수포성 발진을 일으키는 감염병인데, 한번 감염되면 평생 바이러스가 몸에 남아 나중에 아프기로 유명한 대상포진을 일으켜 무시할 수 없는 병균입니다. 수두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는 매우 적지만, 없지도 않습니다. 예방접종이 개발되기 전에는 미국에서는 연간 4백만 건의 수두가 있었고, 이 중 약 15,000명이 입원을 하고, 약 100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2]. 그러나 예방접종이 시작된 이후 사망하는 경우가 1년에 20명이 안된다고 하니, 생명을 살리는 백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수두에 걸린 아이의 모습. 출처: Wikimedia - Thomas Netsch


수두 백신은 미국에서 아이가 1년 차와 4년 차 검진을 하러 올 때 맞는 중요한 백신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1년 차에만 맞고, 4년 차는 맞지 않습니다. 두 나라 간 역사의 차이가 있는데요, 한국의 경우 일찍이 비급여로 접종이 되다가, 2005년 표준예방접종일정표에 포함돼서 전 국민이 12개월 차에 1회 접종을 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미국도 원래는 1회 접종만 하다가, 1회 접종한 백신의 효율성이 85%밖에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로 인해 2006년부터 2회 접종으로 변경되어 12개월과 4년 차에 백신을 접종하게 되었고, 그 결과 97%의 예방률을 달성하게 됐습니다 [2]. 그렇다면 한국에선 왜 1번만 접종하고 마는 걸까요?



전세계 나라들의 수두 백신 정책이 얼마나 중구난방인지 보여주는 지도입니다. 출처: 10.3345/cep.2021.01564


사실 이런 편차는 미국과 한국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위 지도를 보면 미국처럼 2번 맞는 나라(주황색)도 있고, 한국처럼 한번 맞는 나라(파란색)도 있고, 아예 안 맞는 나라(회색)도 있네요. 수두 백신이 개발된 지 30년이 채 되지 않았다 보니 나라마다 예방접종 정책이 많이 다른 편인 것이죠. 이처럼 수두 백신이 널리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무서운 감염병(폴리오, 폐렴구균 등)에 비해 중증도가 떨어져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접종으로서는 가성비가 다소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수두 백신이 다른 백신에 비해 비싼 편이기도 한데요, 미국에선 수두 백신이 130 달러인데 비해 홍역과 볼거리, 풍진을 한꺼번에 예방해 주는 MMR 백신은 25달러이라고 합니다 [3]. 또한 각 나라마다 수두에 대한 질병 부담이 다르고, 백신의 가격도 다르기 때문에, 모든 국가가 2회 접종이 필요하다 말하기 어렵습니다 [4].


그럼 한국에서의 수두 백신 정책은 적절한 걸까요? 학계에서도 1번만 맞아도 되는지, 2번을 맞아야 하는지 논란이 많습니다. 2005년에 수두 접종이 한국의 표준예방접종이 된 이후 2010년에는 14만 건이었던 수두가 2019년에는 8만 건으로 줄었습니다 [5]. 1회 접종이 확실히 효과는 있지만 완벽히 수두를 예방하지 못했는데, 과연 2회 접종해서 나머지 수두를 예방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가 관건인 것이죠. 이런 고민이 있던 와중 코로나19가 모든 보건정책의 우선권을 점하면서 수두 백신에 대한 논의가 시들었는데, 이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진입한 만큼 수두 백신에 대해서도 다시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image credit: Pixabay - kfuhlert


references:

1. https://www.who.int/news-room/spotlight/history-of-vaccination/a-brief-history-of-vaccination

2. Nelson Textbook of Pediatrics. 20e.

3.https://www.cdc.gov/vaccines/programs/vfc/awardees/vaccine-management/price-list/index.html

4. Bonanni P, Breuer J, Gershon A, Gershon M, Hryniewicz W, Papaevangelou V, Rentier B, Rümke H, Sadzot-Delvaux C, Senterre J, Weil-Olivier C. Varicella vaccination in Europe–taking the practical approach. BMC medicine. 2009 Dec;7:1-2.

5. Choi B, Shin JH, Lee JE, Koh SB, Lee YH, Choe YJ, Cho SI, Park HK, Bang JH, Lee JK. effectiveness of the varicella vaccine in Korea: unresolved issues.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2021 Jul 12;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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