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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인의 Mar 18. 2024

아이 키가 작으면 위험한 이유

미국 영유아건강검진 (Well Child Visit) 5년 차

첫사랑이 항상 남기는 아련한 기억이 있듯이, 첫 차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저희 가족의 첫 차는 당시 국민차라고 불렸던 대우 티코였지요. 제가 유치원 다니던 시절, 명절 때마다 부산에 내려가야 하는데 티코는 트렁크 공간이 없다시피 해 뒷좌석 다리 들어가는 공간에 가방을 욱여넣어야 했습니다. 그러니 뒷좌석이 마치 침대칸 같이 평탄화가 되어 저와 제 동생이 누워 갈 수 있는 공간이 생겨 그 위에서 신나게 놀기도 하고, 누워서 잘 수도 있었는데, 되돌아보니 그때 그 시절의 낭만입니다.


작은 차, 큰 기쁨. 대한민국 국민경차의 늠름한 자태입니다. 출처: Wikipedia - Benespit


낭만은 위험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는 아이를 위해 카시트를 사용해야 된다는 인식이 없다시피 한 시절이었고, 저도 카시트 없이 차 타고 자란 세대입니다. 지난 20년 사이 문화가 많이 바뀌어 이제 한국에서도 카시트는 필수품이 되었죠. 한국 도로교통법에서도 6세 이하는 카시트 같은 보호용 장구를 쓸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1]. 다만 카시트는 많이 들어보았지만, 부스터 시트(booster seat)는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한 개념인 것 같습니다. 한국은 비교적으로 자동차가 대중화된 게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았고, 요즘도 자동차 없이 사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반면 미국은 자동차가 신발이나 다름없다고 할 정도로 대부분의 가정이 차가 있고, 차가 없으면 집을 나갈 수 없는 환경이죠. 그러다 보니 교통사고가 큰 사회적 문제이며, 미국에서 5살-14살 어린이 중 사망률 1위가 교통사고입니다 [2]. 그래서 자동차용 보호 장구에 대한 문화가 확실히 자리 잡혀 있습니다. 미국 병원에서 신생아나 어린이 환자를 퇴원시키려고 할 때, 부모가 카시트가 없으면 퇴원을 못 시키기 때문에 카시트를 확보하기 전까지 퇴원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을 정도입니다. 미국에서도 부스터 시트는 아직 카시트만큼 필수적이지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법적으로 요구되는 추세입니다.




부스터 시트가 뭐길래 그렇게 중요한 걸까요? 


부스터 시트는 아이의 앉은키를 높여 안전벨트가 잘 맞도록 합니다


부스터 시트를 착용한 모습. 출처: Nelson Textbook of Pediatrics 20e.


아이가 4살이 되면 슬슬 카시트의 크기가 아이의 성장을 따라잡지 못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안전벨트를 매기에는 아직 키가 작습니다. 안전벨트는 어른의 신체를 기반으로 뼈(골반과 쇄골)를 잡아주도록 디자인 됐는데, 키가 작은 어린이가 매면 연조직인 복부와 목이 잡히게 되고, 이 상태로 사고가 일어나면 복부와 목에 심각한 부상이 일어날 뿐만 아니라, 벨트에 허리가 접히면서 척추에도 부상을 당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4살-12살 사이의 아이들의 앉은키를 높여 벨트가 뼈 부분을 잡아주는 것이 부스터 시트의 역할입니다 [3]. 엉덩이 아래에 놓는 깔창이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아래 영상을 보면 부스터 시트를 사용하고 안하고 차이를 잘 보여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QG2RFmhfJo



부스터 시트를 적절히 사용할 경우 부상의 위험이 무려 60%가 감소한다고 합니다. 미국도 부스터 시트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아, 주마다 규정이 다릅니다. 2000년에만 해도 4-5살 아이들 중 9%만 부스터 시트를 사용했지만, 여러 주에서 의무화를 하기 시작한 이후 2010년에는 41%로 증가했습니다 [4]. 제가 지금 있는 캘리포니아에서는 8세 미만의 아이는 부스터 시트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위반할 경우 $100, 두 번 이상 위반하면 $250의 벌금이 있네요. 하지만 소아과 교과서에서는 아이의 키가 145cm가 될 때까지는 부스터 시트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요, 이 정도 키가 되려면 보통 아이가 11-12살은 되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저는 보통 환자 부모에게 5살부터 카시트에서 부스터 시트로 갈아타고, 적어도 10살이 될 때까지는 부스터 시트를 사용하라고 권합니다.




 병원 응급실에서도 교통사고로 들어오는 아이들을 참 많이 보는데요, 만약 차를 타지 않았다면 다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는 생각을 하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교통사고를 예방하려면 아이가 차를 아예 타지 않는 것이 제일 안전하겠지만, 타야 하는 경우에는 이처럼 카시트 이후에 부스터 시트까지 이용해 부상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image credit: Pixabay - Alexas-Fotos


references:

1. https://easylaw.go.kr/CSP/CnpClsMain.laf?popMenu=ov&csmSeq=690&ccfNo=1&cciNo=2&cnpClsNo=1

2. Nelson Textbook of Pediatrics, 20e.

3. Reed MP, Ebert-Hamilton SM, Klinich KD, Manary MA, Rupp JD. Effects of vehicle seat and belt geometry on belt fit for children with and without belt positioning booster seats. Accident Analysis & Prevention. 2013 Jan 1;50:512-22

4. Mannix R, Fleegler E, Meehan III WP, Schutzman SA, Hennelly K, Nigrovic L, Lee LK. Booster seat laws and fatalities in children 4 to 7 years of age. Pediatrics. 2012 Dec 1;130(6):996-1002.

5. https://leginfo.legislature.ca.gov/faces/codes_displaySection.xhtml?lawCode=VEH§ionNum=27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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