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얼인의 Apr 08. 2024

보다 안전한 자유를 위하여

미국 영유아건강검진 (Well Child Visit) 8년 차

탐험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갓 태어난 아기는 목조차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지만, 6개월이 되면 기어 다니고, 12개월이 되면 첫걸음마를 떼며 비로소 자신의 환경에 대한 탐험을 시작하게 됩니다. 2살이 되면 뛰어다닐 수도 있어 보다 더 빨리, 더 많은 곳을 탐험할 수 있고요. 하지만 이 탐험에 대한 욕구는 멈추지 않고, 나이를 먹을수록 그 욕구는 더욱 커지는 것 같습니다. 학령기에 접어든 아이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자유를 제공하는 이동수단이 있죠. 바로 자전거입니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말하자면, 자전거란 어린아이들에게 발에 날개를 달아주는 자유의 상징이자, 발달과정 차원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통과의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전거를 탈 때 부모님이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주다가, 어느 순간 결심을 하고 홀로 자전거 위에 페달을 밟기 시작하는 순간은, 마치 인생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마법 같은 순간입니다. 이때부터 걷거나 뛰는 것에 비해 훨씬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의 활동반경이 급격히 늘어나게 되죠. 나중에 성인이 되어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 자전거는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 이동수단이 됩니다.


다만 더 멀리, 더 빨리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은 다칠 위험이 늘어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어린이들이 부상으로 응급실을 찾는 가장 흔한 원인이 자전거입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16만 명의 어린이들이 자전거를 타다 다쳐서 응급실을 찾는다고 하네요 [1]. 살이 까지거나 뼈에 금만 가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어린이들이 자전거를 타다가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게 됩니다. 미국 인구 10만 명 당 자전거를 타다가 사망하는 아이들의 수가 5-9살 사이에서는 15명, 10-14살 사이는 38명이라고 하는데, 이는 같은 나이대에 낙상으로 사망하는 아이들의 수보다 3배가 된다고 하니, 꽤나 위험한 활동인 것이죠 [1].


아이가 자전거 타다가 사망할 확률 =  아이가 낙상으로 사망할 확률 X 3




당연한 말이지만, 자전거를 탈 때 헬멧을 착용하면 심각한 부상과 사망의 위험률이 감소합니다. 하지만 많은 안전교육 수칙이 그렇듯, 막상 사고가 나기 전에는 잘 따르지 않게 되죠. 한국에선 자전거 사고로 응급실을 방문하는 어린이와 청소년 중 고작 5%가 헬멧을 착용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2]. 반면 미국에서는 약 40%의 아이들이 자전거를 탈 때 항상 헬멧을 착용하는데, 반대로 말하면 아직 60%가 헬멧을 착용하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아직 헬멧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3].


미국에서 8살 건강검진은 통상적으로 하는 검진내용 외에 딱히 특별한 검진이 없기 때문에, 자전거 헬멧에 대해 교육하기 좋은 시간입니다. 8살부터 아이들이 자전거를 많이 타고, 부상 위험도 커지기 때문에 시기적절인 셈이죠.


헬멧을 쓰는 습관을 일찍이 형성하면 제일 좋지만, 부모가 헬멧을 아이에게 씌우려고 해도 아이가 잘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경우, 기본적인 육아 원칙을 사용해 헬멧 사용을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은 대체로 부모의 행동을 보고 따르기 때문에 부모가 같이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면 도움이 됩니다. 또한 헬멧을 살 때 아이가 직접 헬멧을 고르고 꾸미게 해 주면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해 주면서 헬멧 사용을 유도할 수 있죠.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헬멧 없이는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기본 원칙을 만들고 지켜야 합니다.  


아이가 직접 헬멧을 골라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이가 이미 헬멧을 착용하고 있다고 하면, 헬멧 크기와 착용방법은 적절한지 확인을 합니다. 아이의 머리가 더 커질 것을 대비해 일부러 큰 헬멧을 사는 경우가 있는데, 당연히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에 머리에 딱 맞게 구하고 주기적으로 머리에 맞는 헬멧으로 교체할 것을 권합니다. 잘 맞는 헬멧은 아이가 머리를 흔들거나 앞뒤로 헬멧을 밀어도 움직이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헬멧이 이마도 적절히 가려야 하는데, 아이가 헬멧을 쓰고 위를 봤을 때 헬멧의 앞부분이 볼 수 있을 정도로 내려오는 것이 좋습니다 [5].



응급실이나 병동에서 아픈 아이들을 보면 제 마음도 아프기 마련이지만, 안전수칙만 잘 지켰으면 다치지 않았을 아이들을 볼 때 유난히 안타깝고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소홀히 할 수 있는 안전수칙들이 많지만, 이를 꼼꼼히 잘 지키는 문화가 자리 잡아 아이들이 보다 아프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놀 수 있기를 바랍니다.



image credit: Pixabay - TaWiPoP


references:

1. Nelson Textbook of Pediatrics. 21e

2. https://www.yna.co.kr/view/AKR20190508049700017#:~:text=자전거사고%2040%25는%20아동,착용률%204.6%25%20불과%20%7C%20연합뉴스

3. Jewett A, Beck LF, Taylor C, Baldwin G. Bicycle helmet use among persons 5 years and older in the United States, 2012. Journal of safety research. 2016 Dec 1;59:1-7.

4. https://www.healthychildren.org/English/safety-prevention/at-play/Pages/how-to-get-your-child-to-wear-a-bicycle-helmet.aspx

5. https://www.healthychildren.org/English/safety-prevention/at-play/Pages/bicycle-helmets-what-every-parent-should-know.aspx





이전 04화 따님의 가슴을 진찰해도 될까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