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내가 접하고, 듣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졌다. SNS를 시작하면서부터 그랬는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부터였는지,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그랬는지 그 시작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너무 많다”라는 생각을 가진 지 오래된 것은 아니다. 몇 주 전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려고 혼자 산책을 거닐다 문뜩 든 생각이었다.
예전에는 멀리 떨어진 친구나 지인들의 소식을 알고자 한다면 조그마한 정성을 필요로 했다. 직접 안부전화를 걸거나, 편지를 보내는 일처럼 어느 정도의 수고스러움을 겪어야만 소식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하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친구뿐만 아니라 나와 연이 닿지 않아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들까지 손쉽게 그리고 너무 많이 접한다.
너무 많은 것은 이뿐만 아니다. 메일, 문자, 전공 지식, 시사 상식, 광고, 캠페인, 금융 상품, 브랜드, 뉴스, 새로운 전자 기기, 서적……. 매일 새롭게 접하고 듣는 것들이 수없이 많고 이것들은 너무 많다. 물론 이렇게 많은 것들 덕분에 여러 가지 편리도 누리고 있다.
사실 내가 생각하는 “너무 많다”라는 것은 나의 문제이기도 하다.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보다 이 “너무 많음”을 하나라도 더 많이 만끽하고자 욕심을 부렸다. 내가 담을 수 있는 그릇에 맞게 적당히 담아내야 하는데, 자꾸 욕심이 커지다 보니 넘치게 담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항상 불만만 가득해져 가고, 시기나 질투심이 커져가는 것 같다.
환자분들도 내게 자주 이야기한다. “유능한 졸업 선배와 자꾸 비교하게 되어요.” “친구들 SNS를 보면 저만 못나보여요”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살아도 어차피 부자친구들처럼 지낼 수 없을 텐데요” "다들 잘 사는 것 같은데 저만 이렇게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모든 내용들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크고 버거운 곳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이제는 내게 필요한 것 이상의 것들은 스스로 사양하고 절제할 생각이다. 조금은 욕심을 내려놓고 정말 소중한 것들만을 하나씩 돌아보아야겠다.
“너무 많다. 그리고 나의 욕심도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