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 할 아픔이나 어려움이 있다는 건, 깊은 외로움과 함께 세상 그 누구로부터 공감받지 못하고 있는 듯한 생각에 사로잡히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종종 용기를 내어 나의 아픔을 털어놓기도 했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내 기대와 달랐고, “내가 예민한 걸까?”라는 생각과 함께 그저 속으로만 내 아픔들을 삼키며 지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나와 비슷한 아픔을 가진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놀랍게도 그 친구는 나와 같은 방식으로 그 아픔을 대하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공감해 주는 과정 속에서 깊은 우정을 쌓게 되었다. 친구와 나는 "이 아픔을 제대로 공감해 주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라고 서로에게 이야기하고는 했다. 서로가 처한 상황이 비슷하다는 사실보다, 서로로부터 공감을 받고 있다는 것이 우리에겐 너무나 큰 위로였다.
정신과라는 분야에서 공감은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이다. 그동안 나는 공감에 대해 여러 가지로 고민해보기도 했다. 공감이란 무엇일까? 서로 다독여주는 일? 힘들었겠다고 말해주는 거? 사전을 찾아보니, 공감은 남의 감정, 의견, 주장에 대해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것,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이라고 한다. 공감에 대한 사전적 정의에서는 자신이 느끼는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말하는 이로 하여금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 또한 공감에서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말하는 이가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말하는 사람이 처한 상황이나 성장 과정과 같은 복잡한 부분들을 이해하고, 그 사람의 시선에서 문제를 바라보며 공감이 이루어져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공감이란 무척 이루어지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감은 이렇게나 이루 어지가 힘들기에,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사실 속으로 “나를 온전히 공감해 주는 사람은 별로 없어”라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지는 않을까 때때로 상상해보기도 한다. 공감이 이렇게나 어려운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오늘은 친구로부터 깊은 공감을 받고 왔다.
많은 위로를 얻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