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한 말이 무엇이냐 물어본다면,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아! 맞다!”이다. 어떤 질문에도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잘 챙겨 왔어? - 아! 맞다!
예약했어? - 아! 맞다!
가져갔어? - 아! 맞다!
주문했어? - 아! 맞다!
말해봤어? - 아! 맞다!
이런 내게 주변 친구들은 말한다. 너 나중에 병원 차리면 꼭 아 맞다 의원이라고 지어!
이 말도 빼놓지 않고 말한다. 설마 환자들이 뭐 물어보면 환자분들한테도 “아! 맞다!”라고 하는 건 아니지?
“아! 맞다!”와 함께 하는 삶이 얼마나 힘든지도 모르면서 희화하하고 놀리다니… 나쁜 녀석들이다. ADHD로 살아간다면, 이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텐데 말이다. ADHD에 걸리게 하는 마법이 있다면 몽땅 걸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근데 그것도 문제다. 서로 주야장천 대화 중에 “아! 맞다!”만 외칠 텐데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머리가 아파온다.
오늘 한 환자분은 내게 말했다. 자신이 별명이 '아 맞다'라고 말이다. 자신의 별명을 이야기하는 환자분은 내게 마치 “선생님은 이런 별명 처음 듣죠?”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환자의 예상과 달리 나는 속으로 나와 같은 별명이라니… 하며 흠칫 놀랐다. 어쩌면, '아 맞다'란 ADHD의 숙명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곧 나도 환자분께 고백했다. “사실 제 별명도 아맞다입니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나중에 병원을 열면 아맞다의원으로 할 건데 꼭 그 병원의 첫 번째 환자가 되어달라고 부탁드렸다. 우리는 함께 웃었고, 그 순간 조금 더 가벼워진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환자분이 돌아간 후 아 맞다 의원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아 맞다 의원의 대기실에는 항상 약간의 소란이 있을 것만 같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며, 잡지를 뒤적이고, 커피를 홀짝이며, 자신에게 걸려오는 전화에 '아! 맞다!'를 외치고 있을 것이다. 간호사도, 나도, 환자도 모두 수시로 ‘아! 맞다!’라고 하지만 그 누구도 짜증 내지 않고 인자하게 용서해 줄 것만 같다. 어쩌면 그곳에서는 '아 맞다'라는 말이 하나의 암구호로 통할 것 같다. ‘아 맞다’란 병원 밖 사람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우리만의 시그널일 테니 말이다.
ADHD인 답게 나는 차트 정리를 해야 했지만, 계속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아 맞다 의원'의 인테리어까지도 상상해 본다. 대기실 벽에는 "아! 맞다!"라는 큰 글씨가 적혀 있고, 그 아래에는 "잊어버리기 쉬운 것들을 위한 작은 메모"라는 문구를 적어 둘 것이다. 메모판에는 각종 예약, 중요한 일들, 심지어는 오늘의 할 일 목록까지 적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만 아! 맞다!라고 외칠 테니 말이다.
'아! 맞다!' 이 말속에는 나의, 어쩌면 ADHD로 고생하는 이들의 하루하루가 담겨 있다. 그리고 내가 언젠가 정말로 '아 맞다 의원'을 열게 된다면, 그곳은 단순히 치료만 하는 곳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따뜻한 공간이 될 것만 같다. ADHD가 아닌 사람이 보기에는 참으로 답답한 공간이겠지만 말이다.
생각해보니 내가 하려고 했던 차트정리를 또 깜박했다. 나는 오늘도 내 마음과 달리 또다시 외친다.
"아!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