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dfire Jun 08. 2024

유치한 삶은 살고 싶지 않아

나는 어린 시절 냉소적인 태도를 가진 형들이나 사람들을 멋있게 여겼다. 그들의 태도는 어린 내게 지적이면서도 성숙해 보였다. 마치 산전수전을 겪고 깨달음을 얻은 어른 같았다고 할까? 그래서 나도 그런 태도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긍정적이고 희망을 품은 사람들은 어리숙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세상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고 착각했다. 그러면서 내 안에는 내가 멋지다고 생각했던 냉소적인 태도가 무럭무럭 자라났다. 다른 사람이 순수한 마음으로 희망에 대해 얘기하거나 꿈에 도전할 때, 나는 응원보다는 비판이 앞섰다. 성실한 삶, 꿈과 열정, 올바른 가치, 도전과 같은 것들은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들이 꿈꾸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유치하다고 여겼다. 어쩌면 냉소적이라기보다는 비관적인 태도였던 것 같기도 하다. 어리석게도 나는 이런 방식의 삶이 어른스러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냉소적인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점점 냉소적인 말들만 뱉으며 어두운 동굴 속으로 깊이 들어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던 주변 친구들은 여전히 세상을 향해 차가운 말들을 뱉을 뿐,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거나 도전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반대로 내가 냉소적인 사람들과 함께 비웃던 긍정적이고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삶은 달랐다. 냉소적인 태도의 삶과는 다르게 수많은 노력을 하며, 수많은 고난을 겪고 견뎌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꿈과 열정, 도전, 따뜻함과 같은 태도는 유치해 보였지만, 그것을 지키며 사는 삶은 누구보다 치열하였던 것이다. 그들의 삶은 결코 유치하지 않았다. 


오늘도 한 친구는 내게 “왜 매일 작은 선행 실천하기와 같은 것을 하니?”라고 물어보았다. 정말 유치하다고,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어떤 친구는 내가 환자들을 위해 블로그 글을 쓰는 것을 비웃으며, 여기에 의사 작가 납셨다며 비꼬기도 했다. 예전의 나였다면, 그래, 이런 게 다 무슨 의미가 있겠어하며 냉소적인 태도로 이러한 행동들을 바로 내려놨을 것이다. 그것이 쓸데없이 힘 빼지 않고, 멋지고 현명한 결정이라고 되새기며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내 삶이 어떻게 보이든 상관없이 냉소적으로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꾸준히 쫓으며 살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더 이상 냉소적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다른 사람들을 비웃거나 따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희망을 나누고, 작은 실천을 통해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거창한 것들이 아니다. 일상 속 작은 변화들이 모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서로 웃음을 나누길 바랄 뿐이다. 이제는 더 이상 진짜 유치한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오히려 세상을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고, 작은 것에도 감동하고, 사람들과 함께 희망을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사는 삶이 더 어려운 삶이라는 것을 이제야 나는 깨달았다. 어쩌면 철 없이만 보였던 동화 속 피터팬은 그 누구보다 고생하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이전 17화 어린이가 되고 싶은 어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