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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fire Jun 08. 2024

일과 삶의 균형

내가 정말 아끼는 친구 녀석이 있는데, 최근에 엄청난 일을 겪게 되었다. 뭐 엄청나다고 해서 로또에 당첨되거나 외계인과 만난 것은 아니고, 좀 힘든 일이었다.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나는 힘이 되고 싶어서 자주 대화를 나누곤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친구랑 그냥 평범하게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를 나누는 중인데도, 나는 자꾸 내가 정신과 의사라는 사실을 의식하게 되는 것이었다. '내가 정신과 의사인데, 친구에게 정신과 의사답게 말해줘야 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서 편히 하려던 말들을 속으로 삼키기도 했다. 행여나 친구가 속으로 "이 녀석… 정신과 의사면서 별로 도움이 안 되네"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사실 나는 그냥 친구로서 같이 공감해 주고, 친구를 힘들게 한 상대를 나도 욕해주고 싶었다. 때로는 '그래, 그 인간 정말 나쁘다!'라고 맞장구를 쳐주고 싶은데, 자꾸만 정신과 의사다운 답변을 내놓으려고 애쓰는 나 자신이 느껴져서 괴로웠다.


이건 모든 정신과 의사가 겪는 고민일까?
아니면 그냥 일과 삶을 잘 분리하지 못하는 내 문제일까?
혹시 내가 너무 주변 사람들의 평가를 의식해서 그런 건가? 


계속 생각할수록 씁쓸한 기분만 내게 밀려들었다. 결국 나는 멕시코에서 건너온 내 반쪽 친구 치와와군과 대화를 나누었다. 이럴 땐 나는 주로 우리 집 쿨가이 치와와군과 대화를 시도한다. 열심히 붙잡고 걱정을 토로하는 내게 으르렁 거리며 “별것도 아닌데 귀찮게 하지 마!”라고 하듯이 짖어대는 모습을 보고 나면, 서운하기도 하지만 내 안에 있는 걱정들은 모두 쓸 때 없는 것 같이 느껴지며 모두 저 멀리 날아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들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그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이처럼 정작 나 자신은 어떻게 돌봐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던데, 딱 내 모습 같기도 하다. 이쯤 되면 내 머리를 깎아줄 누군가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냥 완전히 대머리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것은 또 다른 고민의 시작을 만들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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