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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이야기'란 도대체

이야기

by 무딘

잠시 웃고 시작할까요.


-어느 초등학교 수학 시험에 나온 실제 문제와 답변이랍니다.

Q. 9에다 4를 더했더니 1이 되었다. 어떤 경우인가?

=>> A. 어이없는 경우


-이번엔 국어 시험입니다.

Q. 속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의 의미는 무엇인가?

=>> A. 여럿이 힘을 모으면 못할 일이 없다!


-이번엔 초등학교 과학시험입니다.

Q.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해 낸 사람은?

=>> A. 죽었다.


-하나 더, 시끄러운 술집에서 개그맨 이진호 씨에게 누가 물었답니다.

Q. 야, 너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 본 적' 있지?

A. 어? 뭐라고? 안 들려!

Q. 아니,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 본 적 있느냐고!

A. 뭐? '남구로역에서 물 새는 거 본 적' 있냐고?


좀 웃으셨습니까?

사는 거 늘 팍팍하기만 한데, 잠시나마 웃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뭐, 유머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니고요,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이라는 책을 읽다 보니 이런 내용이 나오더군요.


우리 뇌는 '신체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 끊임없이 예측한다.
이런 작용을 알로스테시스(allostasis)라고 하는데,
변화를 통해 균형을 찾아가는 생물학적 과정이다.


변화에 적응하는데 드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고자,

우리 뇌는 다음 상황을 끊임없이 예측한다고 합니다.

어떤 맥락을 전제로 해서 말이죠.


주목할 점은,

뇌에서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이 같은 예측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맏닥드렸을 때,

뇌의 '각성 수준'은 급격히 높아지고

이것이 곧 '쾌감 중추'의 자극으로 이어진답니다.

한마디로 재미있다고 느낀다는 거죠.


그래서 '초딩'들의 재기 발랄한 대답이 재미있게 느껴지나 봅니다.

맥락 속에서 자동적으로 이뤄진 뇌의 예측이,

저들의 황당한 대답과 다르기 때문인 거죠.


창조는 '낯설게 만들기'다 - 김정운


꼭 글쓰기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창조적 글'이란 것도, '재미있는 이야기'란 것도

같은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의도적으로 어떤 맥락을 형성하게 해 놓고,

그것이 독자로 하여금 특정한 예측을 내어놓도록 유도한 뒤에,

예측과 전혀 다른 결과를 맏닥들이게 만드는 거죠.


뺨을 맞을 거라 예측하고 어금니를 깨물었는데,

복부에 한 방이 들어왔을 때의 그 '뜨악'한 느낌을 주는 겁니다.

갑자기 완벽히 '낯선' 상황 속에 독자를 떨어뜨려 버리는 거죠.


그럴 때 독자들은

'새롭다', '창의적이다'라는 느낌을 글에서 받는 것 아닐까요?


스토리로 치면 '반전'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도 있을 텐데요,

반전보다는 더 큰 범주의 개념이 아닐까 싶습니다.

'상수의 변수화'라고 하면, 더 어울릴지 모르겠네요.


물론,

이걸 안다고 다 창의적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니겠죠.

맥락을 어떻게 섬세하게 구축하느냐와,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독자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가지는 가는

작가의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 같긴 합니다.


아마도,

그래서 제가 15년째 지망생만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네요.




뭐, 늘 그렇듯 마무리가 잘 안 되니

유머나 하나 더 치고 글을 접으렵니다.


-Q. 3월에는 대학생들을 이길 수 없다. 왜냐고?

=>> A. 개강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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