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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여 Dec 09. 2024

예기치 못한 일

그래서 늘 같은 듯 다른 하루

시골 가려고 새벽 일찍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는데 차에 경고가 뜬다

요소수 시스템 점검하란다

이건 또 무슨 경고인가

찾아보니 여러 가지 이유는 있지만 정확한 건 점검하란다

겨울이라 그런가 요소수도 어는 것인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도로 위를 달렸다

내편이 경고를 무시할 수는 없으니 정비소를 검색해 보라고 한다

토요일에 문을 여는 정비소가 거의 없다

780여 킬로쯤 가면 시동을 다시 켤 수 없다는 무서운 경고가 뜬다

서울을 나서서 달려온 거 빼고 앞으로 200킬로 남은 시골집 거리..

편도로 300킬로는 넘는 곳인데 어쩌지

왕복으로 갔다 온다 해도 간당간당 괜찮을 듯했지만 그렇게 달릴 수는 없었다


여기저기 검색하니 마침 이천에 토요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근무하는 곳이 있었다

얼마나 다행인가 서울 같았으면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아무튼 주말에는 사람이든 차든 고장 나면 큰일이라니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천으로 빠져서 20여분을 달렸다


정비소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정비하는 차가 많았다 여태 차를 타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른다더니 가다 말고 정비소를 찾아서 오다니

어찌 됐든 접수를 하고 나니 한 30여분은 또 기다려야 한단다

왜 그런 경고가 뜬것인지 물어봐도 점검해 봐야 안다고 하니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정비사가 차를 점검해 보니 배터리를 갈면 된다고 한다

하긴 갈 때도 됐지! 먼 거리를 얼마나 많이 달렸는데 차도 힘들었으리라

더 큰 문제는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안도했다

만약 오늘 안되고 차를 두고 가셔야 합니다 그랬으면 어쩔 뻔했는가라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다시 서울로 되돌아가지 않고 시골로 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김치와 반찬을 잔뜩 실어서 왔는데 아부지께 못 갖다주고 서울로 다시 돌아갈 상황이 안된 것이 얼마나 기쁜지 불행 중 다행이리라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부지는 조심 오라고 하셨는데 차가 말썽을 부려 시간이 지체되었다

먼저 출발한 동생에게 걱정하지 않게 잘 고쳐서 간다고 하고 신나게 달려갔다

계획한 일정이 시간에 쫓겨 어긋나겠지만 그래도 별일 없이 달리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일상은 늘 같은 듯 하지만 같지가 않다

뭔가 조금씩 일이 생기고 그걸 해결하면서 살아간다

멀쩡하게 잘 달리던 차가 갑자기 이렇게 경고를 하듯이 일상도 알게 모르게 여러 가지 경고를 하고 있겠지

변화하는 사회에서 우리가 지치지 않고 제대로 살아가려면 일상에서 주는 작은 경고라도 늘 점검하면서 살아야 평범하고 편안한 일상이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건강하게 오늘도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에 무한한 감사를 한다

겨울의 차가운 바람도 일상의 혹독한 시련도 잘만 대비하면 언제든 이겨낼 수 있는 것이리라

비록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해도 차분히 생각해 보면 해결할 방법은 분명히 있다


별일 없지?

하고 인사하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평범한일상

#공감에세이

#차량점검

#별일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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