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과거와 현재의 차이. 세대 간의 변화를 느끼는 감정)
어떤 일에 집중하고 몰입을 하면 세상은 온통 그 일로 인하여 보이게 된다.
보이는 것만큼 알게 되고 일에서 헤어나는 순간보다 빠져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일과 관련된 생각들에게 지배당하는 순간이 오게 됨을 깨닫게 된다.
끝날 때까지 벗어날 수 없는 일의 굴레에 얽매어서 일상을 보낸다.
서이가 친구들을 만나고 들어와서 피곤한지 거실에서 잠이 들었다.
맘 : 일어나 여기서 자면 허리 아파
“으응” 하더니 못 일어나고 그냥 계속 잠을 잔다.
맘 : 일어나야지 방에 들어가서 편하게 자야지
서이 : 개인정보를 변경하라는 거예요?
맘 : 무슨 말이야 일어나서 침대에서 자라니까
서이 : 아 소통이 안돼
맘 : 정신 차려
서이 : 엄마 엄마가 뭔 말하는지는 알겠는데 알겠어
맘 : 잠꼬대를 왜 이렇게 진지하게 한담
내 말은 들리지 않는 듯하다. 이내 조용해지더니 잠에서 좀처럼 깨지를 못한다.
많이 피곤했나 보다.
할 수 없이 이불을 더 덮어주고 놔두었는데, 한동안 자고 새벽에 부스스 일어났다.
맘 : 너 어제 엄마가 한 말은 기억나?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다. 잠꼬대를 심하게 한 듯하다.
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니 멋쩍게 웃는다.
서이 : 내가 그랬구나 기억이 전혀 안나
맘 : 원래 잠꼬대는 기억이 안 나게 마련이지
서이 : 꿈에서 뭔 일을 한 거야 칫! 쉬어야지 꿈에서도 일하다니 분하다
맘 : 이제 너도 업의 늪에 빠졌구나
서로가 쳐다보고 웃는다.
직장을 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꿈에서도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
‘아 싫다 꿈에서까지 일하다니’ 하면서 진저리를 치고 일어난다.
예전에 나는 알람시계가 울리면 엔터 엔터 하고 두 번 쳐서 알람이 계속 울어서 왜 이러지 하면서 일어난 적도 있다.
어떤 날은 지각하는 꿈을 꾸고 놀라서 벌떡 일어나기도 했다.
또 어떤 날은 토요일이구나! 하고 다시 잠을 청하다가 놀라서 벌떡 일어나서 아 금요일이었구나! 하고 놀란적도 있다.
강박이 의식을 지배하는 순간이다. 온통 일 생각뿐이다.
왜 꿈에서는 싫은 직장 동료도 가끔 나오는 건지, 왜 꿈에서까지 열심히 일하는 건지, 나의 꿈을 원망하며 투덜거린다.
직업병은 알게 모르게 누구나 앓는 불치병이지 않을까.
나도 애들도 얘기하다 보면 다 자기의 직장 일과 연관이 되는 말을 많이 한다.
직장이란 그런 곳이다. 내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 같이 있는 동료들이 있고, 일이 있다.
마냥 좋기만 하진 않지만, 싫든 좋든 같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남의 주머니에서 돈을 가져오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이던가!
밥 벌어먹고 사는 일이 이렇게나 힘든 것이다.
그래도 멈출 수가 없다. 내가 숨을 쉬는 한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인 것이다.
물론 중도에 퇴사란 선택을 할 수도 있지만, 다달이 빠져나가는 통장이 텅장이 되는 건 용납할 수가 없기에 직장을 선택하고 준비하고 기를 쓰고 다시 들어가기 마련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쉼 없이 돌리고 돌려서 더 나은 삶을 위하여 나아간다.
아 싫다! 하면서도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 건 멋진 일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직장은 막내에게 소중한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이제는 막내도 내가 그랬듯이 의식하지 않아도 꿈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런 막내를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난 엄마와 이런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 물론 그런 시대에 살기도 했지만, 그냥 내 성격이기도 했다.
힘들어도 엄마에게 조차도 얘기를 하지 않고 잘 참는 편이었으니까
그런 면에서 난 막내에게 힘들 때 얘기를 들어주는 엄마가 된 게 너무 좋다.
나의 20대에는 엄마가 옆에 없었고, 난 서울에서 홀로 직장을 다녔다.
힘든 순간이 있었어도 누구에게도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냥 성격이 그랬다. 좋은 일이 아니면 얘기를 하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직장 생활을 어린 나이에 잘 견딘 내가 대견하기도 하다.
막내는 오늘도 말한다
서이 : 아 힘들어 일이 할수록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용어도 너무 힘들어
그래도 열심히 공부하면서 적응해 가는 걸 보니 미소가 지어진다.
그게 인생이란다
맘 : 어려운 용어는 메모해서 익히면 좋을 거야 늘 창작하는 게 아니고 같은 말을 계속해서 쓰게 되니까, 어느 순간 모든 걸 익히게 될 거야. 해보지 않은 일을 하는 거니까 쉽진 않지. 그렇지만 공부하면 돼
서이 : 아! 엄마 졸업하면 공부 안 해도 될 줄 알았어
맘 : 아니야 이제부터 진짜 공부야 죽을 때까지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이 있어. 엄마도 아직까지 공부해! 요즘 핸드폰 좋잖아 바로바로 검색하면 되니까 엄마는 궁금하면 꼭 찾아보고 익혀! 이제는 예전처럼 잘 기억되지 않지만. 그래도 자꾸 보다 보면 익혀지더라고. 옛날에는 한번 보면 되었는데 지금은 한번으론 안되더라고
서이 : 응 엄마 나도 찾아서 메모해서 두고 자꾸 보면서 익혀 볼게. 좋은 방법인 거 같아
막내가 이제는 직장인으로서 자기의 일에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
몰입이 되는 순간에 발전이 따라오는 것이니까
어떤 일을 꿈에서도 생각한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스트레스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 일에 빠져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니까
꿈은 꾼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행동이 있어야 비로소 이루어진다.
자면서는 꿈을 꾸고, 일을 하면서는 더 나은 나로 발전시킬 꿈을 꾸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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