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리여 Nov 19. 2024

기억속의 먹거리는 그리움으로 3

새참은 시원한 물국수

매미가 쩌렁쩌렁하게 우는 찌는듯한 여름

엄마는 유난히 더운 여름날에는 물국수를 말아주셨다

말 그대로 물에 소면을 말아서 먹는 것이다

아버지가 더운 여름논에서 일하시면 새참을 만들어 주실때와 한가하신 틈이 있어야만 한 번씩 먹게 되는 음식이었다


시원한 지하수를 넓적한 스덴그릇에 받아 두시고는 물을 끓이신다

얇은 소면을 후다닥 삶으시고 찬물에 빠닥빠닥 씻어서 쫄깃쫄깃하게 준비해 두신다

텃밭에서 딴 매운 청. 홍고추를 송송 썰고 파도 뽑아서 쫑쫑쫑 잔파 썰어서 항아리에서 떠다 놓은 집간장에 고춧가루 조금 넣고 마늘 한 스푼 넣어서 섞고 참기름을 두른다

맛있는 양념간장이 뚝딱 만들어진다


소면을 둘둘 말아서 지하수를 부어둔 널찍하고 낮은 스덴대접에 담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육수를 따로 만들지도 않았다

그냥 맑고 시원한 지하수 부었는데 국수는 이미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엄마표 특재양념장으로 화룡정점을 찍는다

양념장이 골고루 섞이게 젓가락으로 휘휘 젓는다

후루룩 후루룩

꿀꺽꿀꺽 국숫물을 들이킨다

이야!! 맛있고 시원하다

어린애들의 추임새가 마치 어른 같았다

우린 그렇게 물국수에 빠져 들었더랬다

배도 불룩하고 배짱도 생기고 여름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뭔들 안 맛있었을까 엄마가 해주신 건데



그 시절의 엄마 나이가 되었다 가끔은 물국수를 그리워하며 똑같이 해보지만 그때와 같은 맛이 나지 않는다

지하수가 아니라 그래 하면서 괜히 물 탓을 한다

결국은 그게 아니란 걸 안다 아무리 맛있어도 그때와 같을 수는 없다는 걸


애들이 잔치국수를 좋아한다

엄마 잔국수 먹고 싶어 그러면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을 넣고 영양도 놓칠 수 없다며 육수를 진하게 뽑는다

건더기를 건져내고 맛담당 호박과 양파를 채 썰어 넣고 비주얼 담당 당근도 채 썰어 넣는다

입맛에 맞게 간을 맞추고 계란도 풀어서 넣는다

양념장도 빠질 수 없지 맛깔나게 곁들인다

소면은 쫄깃함을 무장하고 육수에 풍덩 빠진다

알맞게 익은 배추김치와 곁들여 먹으면 다른 반찬은 필요가 없다


와우 역시 맛있어 밖에서 먹는 건 이 맛이 안 날까 

애들이 맛있다고 한 대접을 뚝딱 해치운다

엄마가 해 준 게 아니면 맛이 없어서 못 사 먹는다고 한다


나중에 애들이 지금의 내 나이와 같아지면 지금의 잔치국수 맛과 이 순간을 기억할까



#새참은 시원한 물국수

#추억

#먹거리

#그리움

이전 02화 기억속의 먹거리는 그리움으로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