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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여 4시간전

기억속의 먹거리는 그리움으로 4

국자는 까매지고 달고나는 엉망이고

소꿉친구집에는 연탄불이 늘 피워져 있었다

어느 날인가 둘이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우리 깡(달고나를 깡이라고 했다) 해 먹자

어떻게 해 먹어 아무것도 없는데

나도 하고는 싶었지만 무엇을 가지고 해야 할지를 몰랐다

내가 집에서 몰래 국자랑 설탕 소다를 갖고 올게

친구는 자기가 다 알아서 챙겨 올 테니 걱정 말라고 하고는 내일 만나자고 했다


이튿날 계획한 일을 실천에 옮기기로 하고 만났다

친구는 진짜로 모든 재료를  가지고 나왔다

어른들이 안 계신 틈을 타서 몰래 연탄불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국자를 대고 설탕을 녹인다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흉내를 내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까 설탕이 녹아서 물같이 되었다

하얀 국자는 금방 까맣게 타버렸다

슬슬 걱정이 되면서 새가슴이라 두근두근거렸다

그래도 끝까지 만들기로 하고 소다를 넣었다

근대 달고나 아저씨가 하는 것처럼 부풀어 오르지는 않았다

딱딱해지고 뭔가 색도 이상했다

찍어먹어 보자 

퉤퉤 웩 뭐가 이렇게 쓰지

아무래도 소다양을 잘 조절하지 못했나 보다

깡을 망치고 나니 이제 국자 태운 게 걱정이었다

니네 엄마한테 혼나는 거 아이가

몰라 다시 몰래 갖다 놓으면 되지


둘이 우물가에 앉아서 박박 문질렀지만 잘 지워지지 않았다

손이 까매지도록 했지만 허사였다

연탄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서 가스를 먹었는지 살짝 어지러웠다


그 이후로 우리는 다시는 깡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친구 엄마는 알면서도 모른 척해 주었지만 그게 더 무서웠다


우리 동네에는 달고나 파는 아저씨가 있었다

인상이 푸근하고 풍채가 좋으셨다

매일 성실하게 같은 자리에서 깡을 만드셨다

모양을 찍으면 어찌나 기술이 좋으신지 90프로 정도만 쉽게 성공하게 하고 나머지 10프로에서 망한다

그러니 애가 타서 애들은 다음에는 성공하겠지 하는 기대감에 또 도전하지만 쉽지 않다

어른들은 그 아저씨를 보고 애들 주머니에서 10원짜리 털어서 집을 장만하고 부자가 됐다고 했다


가을잎처럼 바스락 부서지는 달고나에 애들은 심장이 파드닥 뛰었다 바늘 끝에 침을 바르고 정성을 다해도 기술적으로 찍어놓은 모양을 따내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웠다

그래도 친구들과 쪼그리고 앉아서 신중하게 깡을 바늘로 콕콕 찍으며 성공하기를 염원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단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은 소꿉친구와 같이 만들었던 달고나 생각이

어느 날 아이들이 달고나를 만들겠다고 재료를 사 왔다

요즈음은 세트로 잘 만들어서 팔고 있었다

가스불에 올려서 유튜브를 보면서 곧잘 만들었다

옛날에 나와 친구가 만들었던 거에 비하면 아주 훌륭하다

모양도 찍고 즐거워한다

아쉽게도 그 이후로는 만들지 않아서 달고나 도구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역시 애들의 흥미는 쉽게 식는가 보다 했다


그 시절에도 유튜브가 알려주었더라면 실패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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