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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처럼 Sep 11. 2024

가고 싶은 대로, 느려도 열심히

에필로그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한 때 유행하던 괴테의 명언이다. 대학입시부터 취업까지 계속 실패를 겪을 때 큰 위안이 되었던 말이다. 하지만 하루하루 살아 갈수록 사회엔 암묵적으로 내재된 약속이 있음을 알았다.

'주어진 조건은 달라도 가야 할 방향은 있다. 그 방향으로 열심히, 더 빨리 뛰어라!'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따라가니 지쳐 갔다. 뒤쳐질 땐 스스로를 돌아봤다.

'노력이나 의지가 부족한 걸까?'

원 플러스 원 같은 노력을 해 봤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 때가 많았다. 무기력함에 쉬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냥 쉬고 있다'는 지금의 70만 청년들처럼.


 무기력함을 달래 준 건 철학자다. 유명한 옛날 철학자? 아니다. 꼬마 철학자다.

어느 월간지에서 엄마와 아이의 에피 소드를 읽었다.  


아홉 살 아들과 도서관에서 나오다 바위에 매달린 달팽이를 발견했다.
아들은 작은 달팽이 친구가 신기한지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풀로 옮겨 줄까?"
내 제안에 아들이 말했다.

"달팽이가 가고 싶은 대로 가야지! 느려도 열심히 가고 있잖아."


 마음이 답답할 때 집 주변을 뛰거나 걷는다.

빨리 뛰면 주변이 잘 보이지 않는다. 나만 생각하게 된다. 무릎이 괜찮은지, 숨이 차진 않는지.


천천히 걸을 땐 다르다. 다른 사람의 삶을 관찰하며 다양한 마음을 담는다. 늦은 시간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수제 구두를 만드는 구두 가게 사장님의 땀 흘리는 모습을 보면 부지런하게 살고 싶어 진다.

 '그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 건강이 많이 좋아져서 급하게 문을 닫습니다. 많이 웃으며 사세요 '

문 닫힌 어느 가게 사장님이 붙여 둔 메모를 보면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늘 다니던 길이 공사 중이거나 싫증 나면 다른 길로 가기도 있다. 그러면 또 다른 걸 보고 느낀다.  


 매일 하는 산책이지만 어제와 오늘의 한 바퀴는 다르다. 어제는 뛰고, 오늘은 걷는다. 방향이 다르니 보고 느끼는 것 역시 다르다. 그럼에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왜 더 빨리, 같은 방향으로만 가도록 요구하는 걸까. 요구가 아닌 질문이 돼야 하지 않을까.


'당신의 속도에선 무엇을 보았고, 방향은 왜 바꾸게 되었나요?'




 세상에 맞춰 살면 붕어빵같이 틀에 갇히고, 쉬고 싶어 진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일 것이다.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 아닌 나를 위한 성장을 위해서. 내가 향하는 길에 누군가 빨리를 요구한다면 꼬마 철학자의 말을 기억할 것이다.


"달팽이가 가고 싶은 대로 가야지! 느려도 열심히 가고 있잖아."





* 인용 글 참고 (좋은 생각, 2023. 11월호, p.49 이현경 님의 글)


구독자님들!

공식 연재는 여기서 종료합니다.

수정할 게 있어서 아직 브런치북 묶기는 조금 나중에 할 거예요.


새로운 연재 브런치 북 '비 오는 날 엄마에게 편지를 쓴다'도 많이 읽어 사랑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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