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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하신가영 Mar 11. 2024

'불행'의 늪 속에서 나를 꺼낸 말 한마디

나만 힘든 세상 vs 모두가 힘든 순간을 견디고 이겨내고 있는 세상

행복과 불행은 뫼비우스의 띠 같아서 내 삶을 이랬다가 저랬다가 흔들어 놓는 것 같다. 

일희일비하고 싶지 않다 다짐하면서도 

기쁨에 깊숙이 빠지기도 하고, 슬픔에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그 안에서 나는 어떠한 선택권도 없는 듯 종이인형처럼 흔들릴 때가 많다.


잘 생각해 보면 내 삶에서 종이인형이 아닌 '주인'이 되기까지 

가장 도움이 된 깨달음은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사실이었다.

사실을 인지했을 때 내가 느낀 불행을 조금 더 쉽게 넘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틸 수 없이 힘든 순간들은 누구에게나 갑자기 다가온다.

그런 순간에는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 따위는 새까맣게 잊고 만다.


2016년의 2월이 나에게는 그런 날이었다.







나는 2015년 2월에 결혼을 했다.

남편과는 사내커플이었고, 동기이자 친구관계에서 연인이 된 지 3년이 되던 해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그리고 부부가 된 지 만으로 딱 1년이 지나고 임신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아이를 기다렸던 우리 부부에게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고,

아주 조그만 아기집이 있는 초음파사진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살펴보며 말을 걸곤 했다.

우리 부부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존재였기에 '심쿵'이라고 아이 태명을 짓고(남편의 성이 심씨였기에)

딸일까, 아들일까, 궁금해하면서 행복했던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그 행복은 딱 1주일을 나에게 허용했다. 

다음 진료를 위해 병원에 갔던 날, 

크기가 자라지도 않았고, 난황도 생기지 않는 그 아기집은..

우리가 매일 말을 걸었던 그 아기집은..  아기집이 아닐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본 그 작은 동그라미는 아기집이 아니라 피가 고인 걸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자궁 외 임신이라는 소견을 듣게 되었다. 


그래도 아주 혹시나.. 아기집일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진짜 자궁 외 임신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큰 병원을 예약했는데

예약날짜가 오기도 전.. 나는 회사 화장실에서 일어설 수 없는 엄청난 복통을 느꼈고,

사내커플이던 신랑이 달려와서 나를 응급실에 데리고 갔다.


그렇게 나는 응급실에 간 날, 

아이도, 나팔관도 잃어야만 했다.

우리의 행복이었던 아이는 나의 나팔관에 자리 잡고 있었고

나팔관이 터질 수도 있는 심각한 상태여서 결국 바로 긴급수술에 들어가야만 했었다.

그게 2016년 2월이었다.



수술을 마치고 병원침대에 누워있는 순간 이 세상의 슬픔은 온전히 나 혼자만의 것 같았고,

모두가 힘들다는 사실 따위는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나만 슬펐고, 나만 힘들었고, 나만 괴로웠고, 나만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나만 힘들다는 세상'속에서 나는 다시 종이인형이 되어 불행 속에서 떠다니고 있었다. 

옆 침대의 임산부들이 예정일과 출산 관련 이야기를 하는데 그걸 듣고 있는 게 견디기 힘들어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렇게 일주일 입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주말,

내 마음도, 내 몸도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다시 만난 우리 부부는 쉽게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다.

1주일이지만 아이를 품었던 엄마에게 그 사실은 눈물버튼과 같은 거라서

쉽사리 입에서 꺼내지 못했고,

서로 아무 일도 없던 듯 소파에 기대앉아 함께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그날 텔레비전에서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신랑이 말한 이 한마디는 아직까지도 뚜렷하게 기억난다. 

 



당신이 오니까 이제야 집 같아...




생각해 보니,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혼자 힘들다고 느꼈던 그 순간에

남편 또한 힘든 감정들을 숨기고 회사에 출근했겠구나,

남편 또한 이 집에서 혼자 그 슬픔들을 묵묵히 지나오고 있었겠구나,

그 말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서로라는 존재가 이렇게 또 위로가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울컥하고 눈물이 차올랐다. 

그렇게 남편의 한 마디에 나만 힘든 세상에서 다시 모두가 힘든 순간들을 견디고 이겨내며 살아가는 

현실의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의 삶은 늘 행복할 수는 없다. 

행복하다가도 불행이 갑자기 다가오고,

이제 다 지나갔구나 싶은 순간에 예기치 않은 시련들이 찾아오곤 한다.


그렇게 힘든 일이 있어도

옆에서 나를 기다려주고, 함께 버텨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불행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내 옆을 지나갈 것이고, 

또 행복이 내 삶의 어느 순간을 기웃거리며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것이 삶이다. 




그 삶 속에서 불행의 늪을 건너는 당신에게 나는 함께 버텨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 

그 삶 속에서 행복의 숲을 건너는 당신에게 나는 함께 웃어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 

그 다짐을 하는 여러분이 되기를

또 그런 다짐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여러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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