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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하신가영 Mar 09. 2024

퇴사를 하니 행복해졌다

당신의 행복만큼 중요한 월급은 없다

#이놈의 회사


매일 힘들게 버티며 다녔던 회사였다.

시간과 업무의 압박에 커피 한잔 마시기도 바쁜 하루하루였다.

집에 와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노트북을 켜고 있었고,

토요일 출장에서 돌아오면 출장보고와 월요일 업무준비를 하며 주말을 보내기도 했다.

야근과 출장에 지쳐 남편과 싸우는 날들이 많아졌다.



# 회사 생활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유퀴즈에서 14년의 직장생활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헬'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했을까?



아침에 눈 뜨기 힘들었던 순간들,

돈을 벌기 위해 꾸역꾸역 지옥철에 몸을 싣던 순간들, 

팀장님의 날카로운 독설에 베이던 순간들, 

끝나지 않는 업무들에 살얼음을 걷는 것 같기만 하던 순간들,

그 순간들이 정말 '헬'처럼 느껴지게 했다.



#그렇지만 '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성장이 있었고, 

가난에서 벗어나게 한 약간의(?) 월급이 있었고,

그리고 나를 웃게 한 동료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퇴사를 한 것은 '헬'이 아닌 것들이 나의 '헬'을 바꿔놓지는 못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정말 불행했다.

숨쉬기 힘들었다. 

이렇게 있다가는 내가 망가질 것 같았다.


그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다른 조직에 원서 한 장 쓰지 않은 상태였다.

그게 입사한 지 9년 차가 되던 해였다.



출근하자마자 집으로 가고 싶은 직장인의 마음 같다



#퇴사하고 달라진 것들


퇴사를 하고 많은 것이 달라졌다.

햇빛을 보면서 걷는 게 얼마만인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를 느낀 게 얼마만인지

프리랜서로 일을 왕왕하면서도 그 중간중간 느끼는 나의 이러한 시간들이 너무 소중했다,


정장을 입지 않아도 되고,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는 날들이 많아졌다.

그렇게 내 삶은 퇴사를 하고 엄청난 변화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 그 변화를 몸소 느꼈던 그날


버스에서 멍 때리다가 한 정거장을 지나쳐 내리고 말았다.
그 순간 내 마음속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괜찮아, 좀 걸으면 어때! 걷는 게 운동이지 뭐"  


내가 퇴사를 하지 않았다면
출근길이라면 회사에 늦으면 어쩌지, 

퇴근길이라면 피곤함에 지쳐, 나를 한심해하며 

"제발 정신 좀 똑바로 차리고 살아라", "너 지금 뭐 하는 짓이냐?"라며 스스로를 비난했을 텐데 

그날 나는 그러지 않았다.

지나쳐 온 정거장을 기분 좋게, 씩씩하게 그렇게 걸었다.




#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려있지 않다


행복을 공부하고 강의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는

행복의 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의도라는 것은 내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모든 것은 당신의 마음에 달려있어요,라는 말처럼 무책임한 말도 없다.

우리의 마음은 환경에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힘든 순간이 오면 이렇게 스스로에게 묻기로 했다.


지금 어떠한 결심도 너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너의 환경을 바꿀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지 살펴보라고







당신의 삶에서 회사는 어떠한 의미인지 모르겠다.

나는 행복하게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즐겁고 신나게 일해야 한다고, 일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삶에서 가장 긴 시간을 일을 하며 보내는데 그 시간들이 불행하다면 그건 결국 삶까지 연결되는 문제다. 그 불행을 조금만 잠재울 수 있는 방법들을 찾기 위해 학습자들과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어떤 방법도 도저히 먹히지가 않는다고 느낀다면,

매일매일이 불행으로 잠식당하고 있다면,

용기 있게 퇴사를 권유한다.

당신의 행복보다 더 중요한 월급은 없다.



나의 퇴사는 나를 다시 공부하게 했고,

나의 퇴사는 나를 다시 웃게 했고,

나의 퇴사는 나를 다시 일하게 했다.                   


퇴사는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었음을 이제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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