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구원해 줄 백마 탄 왕자도, 평강공주도 없다.
허락하지 않아야 한다.
그 누구도 당신을 불행하게 만들 자격이 없다.
당신의 삶은 당신 것이기에 어떤 불행도 허락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불행인 줄 모르고 덥석 받아먹기도 하고,
다들 이러고 참으면서 산다며 지금의 불행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어떤 불행도 당연하지 않다.
우리는 그 불행에서 벗어날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내게도 행복이 스며들 자리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행에서 벗어난 과거의 나에게 정말 잘했다고 칭찬하고 싶은 때가 있다.
대학시절,
취업을 해야 하는데 토익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서 조급한 마음으로 등록한 종로의 유명 토익학원,
그리고 그 수업에서 만들어진 영어스터디에서 나는 그 사람을 만났다.
잘 생긴 외모와 좋은 대학을 다니던 그는 나와 집이 같은 방향이라 스터디가 끝나면 같이 버스를 타곤 했다. 당시 나는 취업에 대한 조급함과 지난 연애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기에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상태였고, 그 사람 또한 여자친구가 있었기에 스터디멤버로만 그를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연애의 이야기, 취업 고민, 학교생활 등 참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별생각 없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그가 내게 밥을 먹자고 했다. 데이트 신청이었다. 취업준비로 자존감이 많이 낮아져 있었던 상태였는데,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고 하니 그게 힘든 일상에 괜스레 위로가 되었고, 그렇게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다. 나는 취업 준비를, 그는 대학원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주로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를 하며 데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알게 된 그는 말 그대로 나쁜 남자였다.
미국에 있는 여자친구와 소원해져 헤어졌다는 그의 말을 믿고 연애를 시작했는데
나를 만나는 동안 헤어졌다는 전여친은 그대로 만나고 있는 중이었고, 알고 보니 내가 바람의 상대였다.
함께 있을 때 전화가 오면 너와의 데이트를 방해받고 싶지 않다며 받지 않았는데, 그 모습을 보며 나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생각했다. 알고 보니 그건 받을 수 없는 그 여자친구의 전화였었다. 나는 그의 말을 그대로 믿은 진짜 멍청이 중에 똥멍청이였다.
그 사실을 알자마자 바로 헤어지자고 했다.
그는 정리를 하겠다며 내게 제발 기회를 달라고 헸고, 그렇게 나는 그 사람의 바람의 상대가 아닌 진짜 여자친구가 되었다. (이때 헤어졌어야 했는데!)
그러나 연애를 하는 기간 동안 그의 여자 문제는 계속 이어졌다.
들킬 때마다 헤어지자는 나에게 빌면서 한 번만 봐달라고 했고,
원래 젊을 때 놀았던 남자들이 나중에 나이 들어 딴짓을 안 한다,
순진한 남자들이 나중에 멋모르고 결혼했다가 후회하고 바람피운다며 거지 같은 논리로 나를 설득했다.
여자의 심리를 잘 알았던, 연애고수였던 그가 평소에 잘해줬던 것들이 나의 발목을 잡았고
나는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하면서 쓰레기 같은 인간과의 연애를 꽤 오래 지속했다.
그는 그런 자신의 본성 때문인지 반대로 나에게는 엄청난 집착을 했다.
남자는 다 똑같다며 믿지 말라고 했고, 나와 친분 있는 사람들, 특히 남자들과의 관계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도 나를 사랑해서 하는 질투라고 생각했다.
그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그의 거지 같은 논리에 나는 이미 가스라이팅을 당한 상태였다.
그렇게 몇 번의 여자 문제와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하고 물건을 던지는 그의 모습을 보다가 어느 순간인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내가 제일 소중한데, 그를 만나면서 내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늦긴 했지만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절대 마음 흔들리지 말고, 이 상황에서 꼭 벗어나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그에게 헤어지자고 했다. 그가 잡았지만 단호하게 헤어지자고 했다.
집 앞에 찾아와서 무릎을 꿇고 미안하다고 했다. 헤어지자고 했다.
언니의 결혼식, 진주까지 찾아왔다. 한 번만 다시 생각해 달라고 했다. 헤어지자고 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집 앞에 왔던 날, 최근에 소개팅을 했는데 그 여자가 자기를 좋다고 했단다. 마지막 기회이니 자기를 잡아달라고 한다. 아니면 그 여자에게 간단다. 자기를 놓치지 말라고 한다. 미친 새끼가 틀림없다. 그 사람에게 꺼지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는 내 인생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나는 불행에게서 벗어났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 불행을 벗어난 과거의 내가 너무 대견하고 감사하다.
가끔 내 삶의 과거들을 돌이켜보면 저 때처럼 이불 킥하고 싶은 순간들이 참 많다.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그런 순간들은 또 생길 것이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니 말이다.
이제 그런 순간들이 온다면 이불 킥하지 말고 진짜 킥을 하자!
불행의 순간들을 내 삶에 묵혀두고 후회하지 말고 용기 있게 발로 차버리자!
그것이 학습된 불행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당신은 행복해져도 된다.
그리고 지금 불행 속에 있다면 당신을 구해 줄 사람은 바로 당신 자신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을 구원해 줄 백마 탄 왕자는 없다. 평강공주도 없다.
우리 삶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