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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하신가영 Mar 30. 2024

내 삶의 '그냥'을 넘어서는 '무엇'이 필요해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 바라는 것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고 글을 쓰기 시작했고,

숨쉬기 운동만 하던 내가 주 2회 이상 20층이 넘는 계단 오르기를 하고,

친한 지인과 교육사업에 대해서 논의하기 시작하고,

하고 싶은 목표들이 생겼다.


육아와 강의로만 바쁘던, 매일매일 살아내기 지쳤던 요즘

하루에 충실히 살기에도 힘들다 느끼는 요즘이었는데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기기 시작하니 생기가 돋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는 화분을 옮겨 심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나 은근 이런 거 좋아했구나?"



새로 사 온 아이비와 고사리를 화분에 옮겨 심고 나니 기분이 좋다!



요즘 좋아 보인다는 주변 지인의 말이 맴돈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무엇이 내 삶을 변화시켰을까 고민해 보니

결국 '그냥'이 아닌 '무엇'이 있어야 '살맛'이 난다는 것

그 차이가 가장 큰 것 같다. 


생각해 보니 난 그 차이를 참 느끼며 자란 사람이다.






어렸을 적 부모님은 우리 삼 남매를 제대로 교육까지 시킬 여유는 없었다.

우리 집은 정말 먹고살기 바빴다. 공교육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것마저 없었다면 나 같은 아이들은 교육 근처에도 못 가고, 또 가난을 되풀이했겠지. 


여기서 반전처럼 내가 머리가 좋거나, 공부를 잘하거나, 뭔가 뛰어난 재능이 있거나 해야 하는데..

학창 시절 나는 공부에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매일매일 뭐 하고 시간을 보낼지, 정확히는 시간을 어떻게 때우고 보낼지를 고민하는 아이였다. 놀이터를 혼자 서성이거나, 동네를 혼자 서성이던 그런 아이. 학교 선생님에게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소매 끝에 콧물이 묻어 있는 물려받은 옷을 입는 그런 아이. 그게 나였다.


그렇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하위권에 가까운 성적을 유지하며 지냈고, 

대학상담을 할 때도 선생님은 4년제는 어려우니 전문대를 함께 찾아보자고 하셨다.

대학 지원을 떠나 선생님은 내가 무얼 하고 싶은지, 어떤 학교나 전공을 하고 싶은지는 전혀 궁금해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그때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나도 하고 싶은 게 없었으니까 당연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선생님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친구는 나보다 집안이 더 힘들어서, 고등학교 등록금 내기도 힘든 친구였는데,

용기를 내 선생님을 찾아갔다. 그리고 정말 힘들게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지만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아이들과의 기준에서 봤을 때 충분한 조건이었는데, 선생님이 좋아하지 않는 학생이어서 그렇다는 것이 당시 우리가 내린 결론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건 팩트체크가 되지 않았지만, 그 시절 나는 그게 사실이라 믿었다.)


나의 경우는 선생님께 뺨을 아주 세게 맞은 기억이 있는데

그 선생님의 다혈질에, 화가 나면 아이들을 인정사정없이 때리는 선생님이었다. 

그 사건은 수업 중 살짝 졸았던 친구를(엎드려 잔 것도 아니었다. 진짜 살짝 졸았다.) 보고는 갑자기 화가 난 선생님이 친구에게 위협을 하며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반 아이들이 전부 야유를 했는데, 나는 졸았던 아이의 옆분단 바로 옆에 앉아 있다가 가장 때리기 쉬운 위치에 있다는 이유로(?) 선생님에게 반대표로 뺨을 맞았다.

내 안경을 벗기던 선생님의 손길과 맞고 난 후의 억울함이 아직도 떠오른다. 


또 다른 선생님은 주식으로 돈을 날려먹고 친구의 어머니에게 돈을 빌렸다고 한다. (이건 그 어머님이 아이에게 직접 하신 이야기니 팩트체크가 된 건가?)


그런 셀 수 없는 이상한 이야기들 속에 좋은 선생님은 많지 않았다.



내가 조금만 더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면 지금과 다를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화가 나기 시작했다. 왠지 모를 분노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나 보다. 무엇인가가 하고 싶었던 것이.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그냥 선생님이 아니라, 나 같은 아이들에게, 가난하고, 주변에게 소외되고, 꿈이 없고, 삶이 힘든 그런 아이들에게 진짜 진짜 진짜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그것이 고3시절 생긴 처음 하고 싶은 '무엇'이었다.



여기서 또 반전처럼 갑자기 공부를 열심히 한 나는 선생님이 되어야 하는데, 나는 결국 선생님이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고3시절 나는 처음으로 공부를 시작했고, 처음으로 공부가 재밌다고 느꼈다. 공부하면 성적이 오른다는 사실도 경험했다. 하고 싶은 것이 생기니 그 과정도 달라졌다. 그래서 더 하고 싶었고, 힘든 그 형편에 조르고 졸라 한 번만 다시 공부하게 해달라고 했다. 계획에 없던 재수생이 되었다.


재수를 하는 1년은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수능 점수가 전년대비 100점이 올랐다. 나는 국어교육과에 지원했지만 결국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게 되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간다는 건 나에게 당시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당연히 붇을 줄 알았던 사범대에 떨어지다니 너무 당황스러웠다. 또다시 공부를 할 수 없었던 나는 서울로 대학을 왔고, 방황을 하면서도 또 열심히 살았고, 그 안에서 또 하고 싶은 것을 발견했다. 바로 'HRD'라는 기업교육이었다.


재미있게도 나는 지금 그 길을 걷고 있다.

첫 직장에서 HRD부서에서 근무를 할 수 있게 되었고(기업교육을 할 수 있었던 재미있는 히스토리도 곧 정리해 봐야겠다)

그리고 관련한 대학원을 갔고,

이제는 전문 강사로 일을 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롤모델이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들도 생기고,

내가 걷는 길을 따라걷고 싶다는 사람들도 생겼다.


결국 처음 원했던 선생님은 되지 못했지만 비슷한 길 옆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 시작은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서부터였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나의 길이 참 좋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내게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할거야!






어떤 날은 하는 것도 없으면서, 매일매일 루즈한 내 삶 속에 하고 싶은 것이 없어 힘들었다.  

어떤 날은 정말 숨쉬기도 힘들게 바빠서, 매일매일 반복되는 과제들을 끝내는 것이 힘들었다.

그런 다른 삶 속에서도 '그냥'이 아닌 원하는 '무엇' 

그것이 우리 삶에서 참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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