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에 투자하라는 말이 주로 효과를 얻는 때는, 그저 물건을 소유하고 싶을 욕심을 잠시 달래줄 때뿐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은 시계나 가방 같이 비싼 사치재를 사는 대신 호캉스나 오마카세 같은 것에 돈을 쓰면서 소비를 합리화하는 데 이용되는 식이랄까. 게다가 대부분의 경험 소비는 오롯이 추억으로 남는 일 외에도 물건의 소비가 동반되기 마련이다. 장비를 갖추어야 하고 기념이 될만한 굿즈도 사게 되니 말이다. 물론 경험은 물건 이상의 교훈, 지혜, 더러는 좋은 사람과의 관계까지 돈독하게 만들어주어 오랫동안 삶에 도움이 되는 게 백번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비싼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경험들 앞에서, 이 역시 나의 소비욕을 자극하는 상품이라고 생각하면 좀 답답하기도 하다.
경험이란 시간을 채우는 일인데, 좋은 시간을 만드는 것이 상품이 되어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다가갈 수 없다니. 벗들과 함께하는 데도 때로는 부담스러운 지출이 필요하다니...... 좀 슬퍼질 때가 있다. 값비싼 상품대신 있는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산과 들로 나간다거나 소소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동네의 차 한 잔 책 한 권, 작은 문화공연들을 좀 더 찾아보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여러 사람의 공이 들어간 문화상품은 당연히 그 값을 지불할만한 가치가 있다. 그렇지만 비싸고 화려한 경험에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 조금 더 머뭇거리고 주저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공공이 할 일이고 공공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