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영화 원나잇스탠드는 당시 큰 화재가 되었다. 주연배우 웨슬리스나입스의 연기력도 뛰어났지만, 당시 만해도 파격적인 하룻밤이라는 소재를 다루며 사람의 숨겨진 본능을 해부하는 영화였다. 이 영화로 웨슬리스나입스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게 된다. 깨알재미로 아이언맨 대체불가 배우 로다주(로버트다우니주니어)가 등장하는데 젊은 시절 그의 모습은 존잘 꽃미남이다. 로다주의 파워는 아이언맨가슴에 위치한 동그란 원에 있는 줄 알았는데 젊은 시절엔 얼굴이 그의 파워였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자면 영화는 정말 농염했다. 역시 야한 스토리는 적나라하기보다 보일 듯 안 보이고 잡힐 듯 잡히지 말아야 하는 법. 은밀하고 오묘한 스토리 속에서 주는 야함은 시청자의 상상력을 극대화시키고 음란마귀를 초청한다. 대놓고 시원하게 노출만 하는 그런 스토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비슷한 이야기를 비키니와 속옷으로 이야기해 본다. 수영장에서 보이는 비키니수영복과 본의 아니게 노출된 속옷 중 무엇이 더 야릇한가? 한 번에 답을 내지 말자. 잠시 음란마귀를 초청하기 위해 눈을 감고 비키니 미녀와 속옷을 입은 미녀를 상상해 보자. 다만, 지나친 상상은 음란마귀 중독으로 곤란해질 수 있으니 얼른 눈을 뜨자! 바로 대답해 보자! 당신에게는 비키니와 우연히 노출된 속옷 무엇이 더 야한가? 난 속옷이라 생각한다. (이 상상은 남성이 여성을 상상하는 한계가 있다)
당신이 여성이라면 남자 연예인이 웃통을 벗고 화보 찍는 상상을 해보자. 상황을 두 가지로 준다. 첫 째, 와이셔츠를 입은 상황이다. 움직일 때 와이셔츠 사이로 초콜릿 복근이 살짝살짝 당신에게 인사하는 상상을 하자. 둘째, 같은 남자 연예인이 상의 전체를 탈의한 채 해변에서 화보를 찍는다. 역시나 초콜릿 복근은 살아있는 상황. 당신에게는 와이셔츠를 입고 살짝 보이는 복근과 웃통을 벗고 노출하는 복근 중 무엇이 더 끌리는가? 내가 여성이라면 와이셔츠를 입은 복근남을 선택한다.보일 듯 말 듯 노출되면 더 섹시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것이 상식이고 통념인데 간드러지게 노출되면 어딘가 아쉽다.시스루 패션이 바로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대변하지 않을까? 엔터테인먼트 시장도 마찬가지다. 연예인의 우연적 노출이 이제는 필연적 노출로 보인다. 우연한 노출을 통해 홍보된 연예인은 더욱 기억나는 법이다. 작은 스마트폰 속에 오감 자극을 주식으로 먹고사는 기생충 음란마귀가 기생하고 있으니 항상 후방주의 하자.
안 보여주겠다고 마음먹은 부분이 노출되면 관찰자는 코피를 흘린다.
의도하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운 노출이 가장 섹시하다.
'One Time' 손절(콩트 자랑 하지 말자)
외국계 보험회사에서 채용을 담당하던 대학 선배가 있었다. 직장에 염증을 느낀 내가 그의 그물망에 포착되었다. 그리고는 아주 적극적으로 그물망을 들어 올렸다. "관심 없어요. 고정급 받는 회사가 좋아요"라며 꾸준히 반대의견을 말했지만, 번번이 내 의견은 묵살되었다. 그는 불도저에 답정너였고 내가 관심 있는 직종과 직업에 대해 직접적인 경험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점만을 말했다. 선배가 내심 불편했지만, 내 결혼식에도 찾아오신 분이었기에 존중하고 잘 지내려 했다.
푸르댕댕이 떠오르는 외국계 보험사의 사명처럼 전망이 푸르고 푸르다고 연신 강조하던 선배. 직장까지 찾아오시면서 푸르댕댕의 진리를 설파하셨다. 우리 회사는 아무나 안 뽑는다며 나는 특별히 선별된 사람이라고 했다. 여태껏 남자에게 그리 큰 구애를 받은 적이 없었는데 상당히 낯설었다. 사실 그에게 피로감과 함께 어느 정도 마음이 떠나고 있었다.
하루는 선배가 마지막 부탁을 했다. 회사에 와서 채용 설명회를 들어보라고 했다. 사실 다단계에서 판매원 모집할 때 많이 쓰는 방법인데 '마지막'이란 단어는 묘한 힘이 있다. 홈쇼핑 쇼호스트의 "오늘만 이 가격입니다"라는 멘트와 같았다. 마치 전화 주문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정말 그렇게 자신 있나?"라는 생각과 함께 결혼식까지 찾아와 준 선배의 회사로 찾아갔다. 잠실역 인근에서 보험회사 리쿠르팅 설명회를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특별한 건 전혀 없었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려는데 그가 후배를 직접 배웅한다며 뛰어왔다. 호리호리한 체형에 키 큰 사람이 급가속으로 달려오는데 마치 타조 같았다. 선배는 엘베를 잡더니 지하 2층을 누르고 이렇게 말했다.
"어머! 실수로 지하로 내려왔네? 지상까지 태워줄 테니 내 차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가자"
순간 "그냥 엘베를 타고 올라갈게요"라고 말했으나, 불도저 같은 호의를 거절하기가 미안해서 동의했다. 1분 정도 기다리니 멋진 차가 내 앞에 멈춰 서고 조수석 유리창이 내려갔다.
"앞자리로 타세요"
그 차는 당시 강남소나타였던 F바디 BMW 520D. 뛰어난 연비와 고급스러움, 주행성능을 모두를 갖춘 효자템이었다. 단순히 외제차여서가 아니라 차 자체가 워낙 훌륭했다. 나도 운전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 오토미션의 우주최강이라 불리는 ZF사의 미션이 부드러운 기어변속을 해주어 목 넘김이 좋은 맥주처럼 상당히 부드러웠다. 핸들을 감으면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만 분신처럼 바퀴가 탁탁 조향 되는 세련된 주행감이다.
어릴 적 부모님의 동업사기를 직접 관찰하며 사람에 대한 촉이 후천적으로 발달됐다. 친구들 또한 나를 인성탐지견으로 생각한다. 그런 나의 강력한 캐릭터 판독기에 의하면 그는 나를 꼬시기 위해 의도된 자동차 자랑을 한 것이 매우 확실했다. 즉 콩트처럼 짜인 외제차 자랑 소위 '콩트 자랑'을 한 것이다. 엘베에서 지하 2층을 누른 것은 실수가 아니었다. "너도 입사하면 이런 차 탈 수 있어 인마!"라는 말씀을 하고 싶었을 뿐. "나이 먹고 유치하게 콩트까지 찍어가면서 자동차를 자랑했어야 했나?" 하는 마음과 함께 묘한 허전함이 찾아왔다. 허전함은 이내 불쾌함이란 다른 감정에게 맞팔을 신청했다. 이후 선배와는 연락이 끊겼다. 단순한 언팔이 아니라 상호 손절이었다.
대놓고 하는 자랑 하지 말자.콩트자랑 하지 말자. 'One Time'에 손절당할 수 있다. 영화나 사람이나 자연스러운 노출이 매력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One Knight'를 동경하자.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2.35m를 넘고 그가 열광하며 외친 한 마디 "와~ 상혁아 했어"가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가 우상혁을 스마일점퍼라고 부르고 좋아하는 이유는 모두 그의 혼잣말과 자기 암시 때문이다. 그의 웃음과 자기 암시는 스스로를 위한 행동이다. 그가 홀려 있는 대상은 자기 자신이다. 재밌게도 자기 자신에게 도취된 한 남자를 전 국민이 사랑한다. 그의 자기 암시의 세리머니는 남자가 보아도 섹시하다.
높이 날기 위해 용감하게 돌진하는 모습은 전쟁터의 기사처럼 멋지다. 우상혁처럼 긍정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을 'One Knight(한 명의 기사)'라 부르고 싶다. 용맹함을 갖추고 자신감 있는 '하나의 기사'가 되자. 티 내지 말고 자연스러운 노출과 함께 자기 암시하자.
'One Knight'가 되자
좋은 차 타고 으스대는 자신감은 하위레벨이다. 티내지 말고 허세 부리지 말자. 허세미는 다 쓴 수세미처럼 언젠가는 버려진다. 내가 타는 차가 똥차여도 자연스럽게 살자. 있어도 자랑하지 말고 겸손하게 살자. 없어도 솔직하고 살자. 자연스러운 노출을 잊지 말자. 중고 똥차 파랑새는 오늘도 나를 성숙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