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차의 정의
어린 시절 여름에 방역차량이 다니면 친구들과 신나서 쫓아다녔다. 석유냄새가 진동하는 구름과자가 뭐가 그리 맛있었을까? 방구차라고 불린 방역차는 어린이들에게 환영의 대상이었다. 반면, 불청객 차량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똥차. 정식 명칭은 정화조 청소차다. 스타벅스 간판처럼 초록초록한 똥차는 냄새가 나긴 한다. 그래도 인간의 몸에서 나온 유기물을 수거해 주는 고마운 녀석. 어쨌거나 '똥을 치우는 차'란 의미의 똥차다.
출처 : 한겨레 21
똥차에는 '더러운 차'란 뜻도 있다. 어린 시절 세차를 안 해 먼지가 자욱한 차의 유리창에 똥차라고 손가락 글씨를 쓴 경험이 있다. 장난의 결과 'Dust Art'가 완성됐고 더러우니 더욱 똥차 같았다. 부식이 있거나 사고의 흔적이 많아도 똥차 같아 보였다.
가격기준으로 보면 얼마 짜리가 똥차 일까? 800만원 짜리 나의 애마 파랑새는 똥차가 아닐 수 도 있다. 굳이 따지면 부식이 있고 문신처럼 긁힌 자국이 많아 위에서 언급한 '더러운 차'에 가깝다. 똥차는 우리에게 여러 의미가 있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똥차란 의미가 참 친숙하고 시골스럽고 좋다.
우리 각자에게 똥차는 어떠한 의미 일까? 답은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개인에게 있다.
'똥차 실험' 1년.... 똥차의 나비효과
좋은 차를 타다가 현금이 필요해서 차를 팔았다. 그렇게 파랑새라는 별명의 똥차를 만나 1년을 함께 했다.
신기하게도 이제는 똥차가 부끄럽지 않다. 멘탈이 단단해졌다고나 할까? 신기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봐 준 가족들에게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차부심이 있던 와이프가 파랑새에 자부심을 갖게 됐다. 스스로 눈높이를 낮추기 시작했다. 멘탈이 철갑을 두른 듯 강해졌다. 주말 외출 시 "근거리는 주유비도 아낄 겸 전기차 파랑새를 타고 가자"라고 한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던 와이프가 'My Way'를 외치는 모습을 보며 거품 빼기의 보람을 느낀다.
하루는 큰 아들이 1억 5천만 원짜리 아빠차를 자랑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집에 왔다. 친구네 고급차가 부러웠을까? 이내 "아빠 우리 차는 좋은 차야?"라는 질문을 한다.
"시원아! 솔직히 아빠차 똥차야"
"근데 아빠는 하나도 안 꿀려. 아빠는 잘 살아왔고 차로 평가받고 싶진 않아."
"대한민국은 순위 정하기 좋아하거든. 아빠는 남들의 순위 따윈 신경 쓰지 않아. 아빠는 꼴찌여도 좋아!"
아들이 아빠의 똥차 실험을 재밌게 읽고 있어서일까? 의젓하고 속 깊은 큰 아들이 친구에게 다음날 맞짱 대신 맞자랑을 걸었다. 고급차 타는 친구에게 "우리 아빠 똥차 실험이란 책을 만든 작가야"라고 자랑을 했다. 차를 자랑하는 친구에게 '똥차 실험'이란 책으로 배틀을 거는 창의력은 어디서 나왔을까? 흐뭇하고 기특하다.
또한 아들이 생일 선물로 삼성전자 주식을 사달라고 했다. 요지는 감가 되는 차 되신 자산이 증식되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달라는 것이었다. 돈이 없어 달랑 1주 사주긴 했다. 어쨌든 '똥차 실험'은 아이에게 자존감 훈련과 더불어 경제 훈련을 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놀라운 변화는 지인에게도 일어났다. 나의 멘토이자 존경하는 사업가 박대표 님 이야기다. 상당한 재력가임에도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럴까? 절약이 '지나치게' 몸에 배어있다. 함께 만나면 커피도 2천 원짜리 무인카페로 간다. 핸드폰도 4년 된 구형폰을 쓰고 옷도 자주 사지 않는다. 그러면서 주변에게는 후하게 베푼다.
얼마 전 박대표 님이 차를 산다고 전시장에 같이 가달라고 했다. 브랜드도 골랐다. 페레로로쉐 초콜릿처럼 달달한 포르쉐. 포르쉐 매장에 똥차 파랑새를 타고 나와 함께 갔다. 주차장을 들어가는 순간 한 걸음에 딜러가 달려 나왔다. 똥차를 확인한 순간 딜러의 표정이 미심쩍었다. (딜러의 숨은 뜻이 나한테 딱 걸렸다) 어쨌든 마음에 드는 차를 고르고 박대표와 매장을 나왔다.
당연히 포르쉐를 계약할 줄 알았다. 하지만, 박 대표님은 차를 바꾸지 않고 타던 차를 계속 타기로 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나 때문에 차를 바꾸지 않았다고 했다. 억울한 맘에 박 대표에게 이야기했다.
"가족들이랑 어려운 사람한테는 그렇게 베풀면서 자신한테는 너무 인색하세요! 자기 자신도 좀 아껴주세요"
"괜찮아요~ 차 안 사도 돼요! 당신 때문에 안 샀어요"
"뭐라고요? 전 새 차 뽑으라고 했는걸요?"
"지금 타는 차 아직 쓸만해요. 더 타도 됩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반전이 있었다. 사실 박 대표님은 나의 똥차를 함께 타고 다니며 '똥차 실험'을 옆에서 관찰했다. 그가 '똥차 실험'에 감명을 받아 포르쉐 계약금을 보내려는 순간 3초를 참기로 했다고 한다. 왜 3초를 참았는지는 '똥차 실험' 7화 "매일 3초를 참고 부모님께 아파트 사드린 아들"에 있다.
박사장님은 자동차 살 돈을 아껴 해외 고아들을 위해 통 큰 기부를 결정했고 해외 빈민가에 학교를 설립을 도왔다.
결국 똥차는 포르쉐의 앞길을 막았다.
그리고 그 나비효과는 빈민가의 학교 설립으로 이어졌다.
다음 포털 메인에 자주 노출된 '똥차 실험'을 읽고 변화된 이야기를 전해주신 구독자 분들도 있었다. 무명작가의 이야기를 한 달새 수십만 명의 독자들이 주목해 주셨다.
사실 놀랐다. 똥차 실험의 나비효과가 이 정도 일 줄이야...
자동차 마니아인 내가 '똥차 실험'을 통해 겸손해지고 검소해지는 실험을 하고 있다. 숨어있던 허세와 욕망을 관찰했다.
'똥차 실험'과 함께 한 1년이 자랑스럽다. 앞으로 어떤 실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앞 날을 알 순 없지만, 이것 만큼은 확실하다.
남 신경 쓰지 말고 내 인생의 주연이 되자.
자신이 무얼 좋아하는지 묻고 자신을 사랑하자.
차는 차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