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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신러너 Feb 16. 2024

창조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에 창작을 합니다

무엇이든 캐내는 곡괭이 그리고 쌓이고 쌓이는 복리 같은 채집통

창조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에 창작을 합니다.

창조는 'Creation', 조물주만 할 수 있지 우주 변방의 작은 지구 마을에 점과 같은 내가 넘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님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대신에 'Creative Writing', 창작은 조물주 어깨너머로 조금 베끼듯이 따라도 해보고 본 것에서 살짝 틀어서 만들어 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A와 B를 딱풀로 앞뒤를 붙여보기도 하고 떼어내고 다시 옆으로도 붙여보기도 하지요.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에는 새것이 없나니” [1]


‘하늘 아래 새로울 것은 없다’. 하늘 위에서 아래를 모두 바라보는 메신저가 보낸 것이 맞다면, 이 것은 나의 창작 항아리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전하는 희망 메시지입니다. 이 것이 만약 거짓이라면 나는 도무지 무언가를 만들어 낼 용기를 잃고 말 것입니다. 왜냐하면 ‘0’이 ‘1’이 되는 이것은 그야말로 창조이고 매직입니다. 나의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뿐입니다. 밑져야 본전이란 마음으로 하늘에서 보낸 메시지를 우선 믿어본다면 내가 가진 생각은 ‘세상에 새로울 것은 없으니 다 주어진 것일 수 있겠다’ 그리고 ‘이미 다 주어진 것에서 나는 그저 살펴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고 관찰하면 되겠네’.


이 믿음은 나에게 대단히 큰 해방감입니다. 내가 이 믿음을 갖게 된 ‘전’과 ‘후’로 나누어 본다면, 전은 거울로 나를 관찰하는 것에 관심을 둔다면 후는 창문으로 바깥세상에 관심을 두는 것입니다. 전이 내게 뿌릴 향수를 고르는 것이라면 후는 도서관에서 책 냄새를 맡고 좋은 카페에서 고소하게 볶은 커피 향을 깊게 들이마시는 것입니다. 또 전이 내 의견을 말하기에 관심을 두고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을 찾았다면 후는 나에게 해줄 말이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시선의 변화는 역설적이게도 바깥에 관심을 두는 것이 ‘나’라는 존재를 더욱 확장시키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전은 할 수 없었던 생각과 질문을 후는 그 기회를 얻게 됩니다. 이 것은 마치 나를 비운 공허함을 외부의 충만한 에너지로 채우는 것과 같습니다. 나에게는 한계가 있으나 밖은 한계가 없습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작은 발견들이 내 창작의 첫걸음인 것입니다. 우리 자신의 세계관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넓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과정은 어린 시절의 보물 찾기와 같은 것입니다. 보물 찾기에서 우리는 아무런 두려움이나 부담감을 갖지 않습니다. 자비로운 선생님께서 찾을 수밖에 없는 곳에 두시니까 찾는다는 믿음과 어떤 보물 쪽지를 마주할까라는 기대만 있습니다.


이때 준비물은 그저 내 손에 맞는 채집통 하나로 족합니다. 단순히 우표나 그림을 모으는 '수집가'로는 뭔가 내가 그린 이미지를 대신해 주기는 부족합니다. 액셔너블하고 가끔은 강박적일 수도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직접 발로 찾아가서 파내고 두들기고 곡괭이로 콕콕 캐내는 '채집가'가 제격입니다. 도구는 다양합니다. 아주 작은 호미에서부터 양쪽 날이 큰 곡괭이까지 마음먹은 것에 따라 골라잡습니다. 왠지 섬세하게 다치지 않도록 풀잎과 같은 것을 채집할 때는 작은 호미로 살곰살곰 캐냅니다. 어떤 날은 포부가 대단하여 가진 것 중에 가장 큰 곡괭이를 두 손에 쥐고 바깥 세상으로 나섭니다. 이 도구는 내 생각의 크기와 비례합니다. 생각을 작고 섬세하게 할 수도 있고 혹은 지구는 너무 좁아서 우주까지 나설 수도 있습니다. 시선을 내게서 바깥으로 옮기는 순간 그야말로 무한대의 별천지입니다.


채집통에 대해서 더 말하자면, 세상이 무한대이듯이 채집통 안에 내가 모은 보물들은 쌓이고 쌓입니다. 투자 세계에 빗대어보면 복리와 같은 것입니다. 쌓이고 쌓이다 보면 마치 스노우볼처럼 커집니다. 이 것은 채집통의 매력입니다. 선순환 고리를 만듭니다.


“우리는 보유하고 있는 기초 위에서 학습하고, 유지하고, 구축함으로써 관련 정보로 구성된 풍부한 망을 창조한다. 우리는 많이 알게 될수록, 더 많은 정보를 새 정보에 연결해야 하고, 그러면 장기 기억을 더 쉽게 형성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학습이 재미있어진다. 학습의 선순환에 진입한 것이다.” -헬무트 사슈[2]


무엇이든 캐내는 곡괭이 그리고 쌓이고 쌓이는 복리 같은 채집통, 이것으로 채집하는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5~9화: 근면한 글쓰기
*10화~: 채집하는 글쓰기




[1] <성경> 전도서 1장 9절

[2] 헬무트 사슈 <원하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나머지는 관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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