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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신러너 Mar 20. 2024

WHY1. 왜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할까(3)

삶에서 길 찾기 시작은 내 위치를 알려주는 장소세포란 것이 반짝하는 순간

“귀스타브 루블레  박사는 유명한 의사였고 그의 뇌는 포도당 1리터와 함께 표본병 안에 담겨 있어요. 언젠가 그의 아버지가 그에게 말했어요. '네 안에는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이미 그러했다. 네가 하는 일은 그저 네가 알고 있는 것을 다시 배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생각했어요. 모든 것이 이미 다 내 안에 있다면 세상에 사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결국 그는 표본병 속 분홍빛 살덩이로 살기를 원했고 육체 없이 정신은 자유로워질 수 있었어요. 하염없이 생각만 계속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완전한 은둔자 [1]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에서 소개된 ‘완전한 은둔자’입니다. 물론 픽션입니다. 맥락은 다르지만 표본병 속 분홍빛 살덩이로서 그 형태는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브로카의 뇌'로 파리 의과대학 내 인류학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19세기 프랑스 신경학자 폴 브로카는 인간의 뇌에서 언어 처리와 관련된 중요한 영역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습니다. 칼 세이건은 이 뇌는 브로카인가, 뇌의 생물학적 기작만으로 인간의 모든 지적인 사고와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질문을 <브로카의 뇌>에서 화두로 던졌고 칼 세이건의 답은 '나=나의 뇌'였습니다. [2]

마음과 생각 어쩌면 영혼까지 모두 뇌라고 일축할 수 있을런지도 모릅니다. 우리 뇌가 공간적 의미에서 어떻게 길을 찾는지 그 원리를 살피면 삶에 의미로서 길 찾기를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차피 행하는 주관자는 이래나 저래나 우리의 '뇌'니까요.


감사하게도 우리 뇌가 어떻게 길을 찾는지 그 원리를 세포 단위로 살펴본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10년 중 10개의 위대한 발견(10 Big Ideas in 10 Years)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 '우리의 위치를 아는 방법(knowing our place)'[3]입니다. 우리 뇌에 탐험가 DNA가 있다는 것을 세포 단위로 밝힌 연구의 시작은 1971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존 오키프 교수입니다. [4] 오키프 교수는 해부학과에서 뇌의 해마가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에서 시작해 해마의 개별 세포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쥐의 머리에 전극을 꼽고 개별 세포를 살펴보던 중 특정한 장소에서만 전극이 반응하는 뇌 세포 뉴런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신경 세포를 장소 세포(place cell)라고 불렀고 이 세포들은 기억과 밀접하게 관련된 해마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발견으로 우리 공간적 추론 능력에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Figure1. 실험쥐가 움직이는 경로에서 특정 위치에서만 반응하는 장소 세포(Place cell)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가 실험 쥐의 해마에 있는 장소 세포라고 상상해 봅시다. 전극에 연결되어 있고 우리(장소 세포)가 반응할 때마다 전기 신호를 전극에 보냅니다. 먹이를 찾는 쥐가 1평방미터 사각 모양의 A방에 들어섭니다. 움직이는 쥐가 어느 특정 장소에 오자 우리는 전극에 신호를 보냅니다. 그 특정 위치에 올 때만. 1평방미터 당 우리 같은 세포가 32개 남짓 전극에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다른 B방으로 가게 되면 우리 장소 세포들은 모든 것이 뒤섞여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B방에 먹이가 없어서 다시 A방으로 돌아가면 지난번 반응했던 상태로 정확히 똑같은 배열을 하게 됩니다. [5]


즉, 장소 세포는 고유의 조합을 형성하여 작동하는데 이 조합은 우리 주변을 기억하고 학습하여 전에 학습한 조합이 재활성화됩니다. 이는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핵심적인 '공간기준 좌표'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입니다.


장소 세포가 없었더라면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내가 서 있는 위치가 항상 새롭게 느껴질 겁니다. 이 말은 내 위치를 전혀 알 수 없이 미지의 세상에서 살아가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공간적 의미에서 길 찾기를 위해 내가 서 있는 위치에서 장소 세포가 반짝 전기 신호를 보내며 활성화됩니다.

수평적으로 확장해보면 내 인생 여정에서 길 찾기의 시작은 내가 서 있는 위치를 알려주는 장소 세포란 것이 '반짝'하는 순간일 것입니다. 내 삶의 장소 세포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알게 될 때 찌릿한 전율이겠지요. 마치 특정한 장소에서 전기 신호를 보내는 특별한 장소 세포처럼 말이죠.


우리의 첫 번째 WHY '왜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할까'에 대한 대답으로 내비게이션 작동 원리처럼 내 인생의 길을 찾아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첫걸음은 결국엔 내 삶에 의미로서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그 '무엇'을 찾고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것입니다.


"구체화할 수 없다면 가짜다" -파울 클레[6]




[1] 베르나르 베르베르 <나무> 중 '완전한 은둔자'

[2] 칼 세이건 <브로카의 뇌>

[3] 10 Big Ideas in 10 Years of Brain Science

[4] 존 오키프 Brain Research, 34, 171–175.

[5] 마이클 본드 <way finding>

[6] 김정운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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