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을 계획할 때, 저희 부부는 맛집 탐방보다 아이들의 체험을 우선으로 일정표를 짭니다.
왜냐하면 글쓰기의 좋은 소재는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삶 속에서 더 풍부하게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행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박물관 찾기입니다.
“박물관은 지루하다”는 고정관념과는 달리, 요즘 박물관은 지역 특색을 담은 체험형 공간으로 가득합니다.
예를 들어:
김치박물관(서울 종로) – 전통 음식의 역사와 문화
석탄박물관(보령) – 탄광촌의 생활사
산악박물관(속초) – 등산과 자연환경 이야기
세계문자박물관(송도) – 문자의 기원과 진화
공룡박물관(고성) – 지구의 과거를 탐험
똥박물관(수원) – 위생과 환경을 유쾌하게
이처럼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은 단순한 여행의 추억을 넘어서, 아이들 글쓰기의 생생한 소재가 됩니다.
여행을 마친 뒤, 아이가 “너무 재밌었어!” 하다가도
막상 글을 쓰라고 하면 머뭇거리며 말합니다.
“생각이 잘 안나요…”
부모님 입장에서는 의아하죠.
“분명 체험을 많이 시켜줬는데, 왜 쓸 말이 없다고 할까?”
그 이유는 경험 부족이 아니라, 기억을 꺼내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기억은 분명 아이 마음속 어딘가에 있지만, 글로 꺼내려는 순간 물꼬를 트는 데 어려움을 겪는 거죠.
아이들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글로 옮기기 쉽게 도와주는 질문을 소개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나 물건은 뭐였니?” → 선명한 이미지를 떠올려 글의 출발점을 만들어 줍니다.
“가는 길에 재미있거나 힘들었던 일은 없었니?” → 여행의 ‘과정’까지 되살리면 이야기 흐름이 풍부해집니다.
“그곳에서 만난 기억에 남는 사람이나 사건이 있었니?” → 감정을 담은 글이 되도록 도와줍니다.
“다녀오고 나서 새롭게 알게 된 건 뭐였니?” → 글에 ‘배운 점’과 ‘느낀 점’을 담아줍니다.
이 네 가지 질문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아이의 경험을 구체화하고 정리하는 사고 훈련이 됩니다.
저희 아이는 부여여행 중 공주박물관에서 본 ‘진묘수’를 기억해 ‘국가유산 콘텐츠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발표자료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그 장면 하나가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던 덕분입니다.
이처럼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은 순간의 추억에 그치지 않고, 아이의 생각을 자라게 하고, 글쓰기의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말도 잘하고 체험도 좋아하지만, 글쓰기는 막막해합니다.
하지만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다시 떠올리고 정리하는 연습을 하면 그 모든 경험이 훌륭한 글의 재료가 됩니다.
글쓰기는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생각의 물꼬를 트는 연습입니다.
부모님이 옆에서 질문을 던져주고, 대화를 통해 기억을 끄집어내 주세요.
그 작은 대화가 아이의 글쓰기 자신감을 키우고, 언젠가는 삶을 표현하는 능력으로 성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