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글에 상처를 남기지 않고, 날개를 달아주기
어린 시절, 글쓰기는 아이들 마음속에서 무한히 뻗어나가는 상상의 확장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눈으로 본 것, 귀로 들은 것, 마음속으로 상상한 것들을 단어로 표현하며, 아이들은 세상과 자신을 연결하는 법을 배워 나갑니다.
하지만 종종 어른들의 지나친 지적과 빨간펜 교정은 그 확장을 가로막습니다.
"이건 문법이 틀렸어."
"이 표현은 이상하네."
"문장이 어색해."
이런 말들이 쌓이면 아이들의 생각은 점점 움츠러들고, 결국 “더 쓸 게 없어요”, “맨날 똑같은 이야기밖에 못 써요”라는 말로 돌아오게 됩니다.
아이들이 글을 쓰면 무조건 박수를 쳐주세요.
잘 썼든, 어색하든, 맞춤법이 틀렸든 글을 썼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한 일입니다.
몇 개의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마음속 생각을 세상에 꺼내는 일.
이 단순해 보이는 과정은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복잡하고 경이로운 도전일까요?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시행착오를 겪고, 감정을 정리하고, 표현을 배웁니다.
이 자체가 ‘글쓰기’의 전부입니다.
아이의 글을 처음 만나는 독자는 대부분 부모입니다.
이때 우리는 평가자가 아니라 응원자, 편집자가 아니라 조력자가 되어야 합니다.
아이의 글에는 이렇게 반응해 주세요:
"와, 너만의 표현이 정말 멋지다!"
"이 장면은 네가 직접 본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져."
"여기에서 이런 감정을 썼다는 게 정말 인상 깊다."
이런 말 한 마디가 아이에겐 세상을 향한 글쓰기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됩니다.
처음에는 저도 딸이 쓴 글 위에 색깔 볼펜으로 코멘트를 달아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공모전에 참여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점점 컴퓨터와 이메일을 활용한 ‘디지털 코칭’으로 바뀌었습니다.
딸이 글을 작성하면 메일로 보내오고,
저는 글에 간단한 칭찬과 제안 코멘트를 붙여 다시 보내줍니다.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글이 조금씩 다듬어지고 아이의 표현력도 자라납니다.
이런 소통은 글쓰기 자체를 가족 간의 협업과 성장의 기회로 만들어 줍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나의 글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줍니다.
초등학교 시기는 아이들이 자신의 언어를 발견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 동안: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해보고,
실수해도 괜찮다는 안정감을 느끼고,
글로 누군가와 연결되는 즐거움을 배우면,
아이에게 글쓰기는 숙제가 아닌 즐거운 자기표현의 수단이 됩니다.
이 경험은 나중에 아이가 정보를 정리하고, 친구와 소통하고, 사회에서 설득력 있게 말하는 데 밑거름이 됩니다.
아이들의 글을 ‘교정’하려 하지 말고, 그 안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를 이야기해 주세요.
그렇게 대화가 이어질 때, 글쓰기는 아이에게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기쁨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