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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를 아시나요?

우리나라 과거시험의 스위스버전

by 부웨이

최근 교육계에서는 ‘논술형 수능’의 모델로 국제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 도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IB 프로그램은 196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기구 주재원 자녀 등 외교관이나 해외 주재 상사원 자녀들을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한 국가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스위스 민간 비영리 교육재단 국제 바칼로레아 기구(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가 개발·운영하는 국제 교육체계입니다.

IB는 과목 간 경계를 넘나드는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개념 이해와 탐구 중심 수업, 논·서술 평가를 강조하는 국제 인증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현재 전 세계 100여 개국 5,000개 이상의 대학에서 IB 점수를 입학시험 성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 서울외국인학교(Seoul Foreign School, SFS)에서 처음 도입되었으며, 현재 PYP(유·초등), MYP(중학교), DP(고등학교) 과정을 운영 중입니다. 이후 2010년 인천 채드윅 송도국제학교(Chadwick International), 2011년 경기외국어고등학교, 2012년 제주 브랭섬홀 아시아(Branksome Hall Asia), 2021년 충남 삼성고등학교 등이 IB를 도입했으며, 2019년부터는 공교육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2024년 11월 기준으로 서울시, 경기도, 대구, 제주도, 충남, 전남 등이 도입을 진행 중입니다.

IB 학교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IB 관심→IB 후보→IB 인증의 3단계를 거쳐야 하며, 소요 기간은 약 3년 정도입니다. IB 운영 단계에서 초·중등 과정은 국가 교육체계와 유기적으로 연동되며, 해당 국가 언어로 운영됩니다. 이후 고등 과정에서는 2년간 역량 중심 교육과정과 논·서술형 평가 체제로 운영됩니다. 초·중등 단계에서 개념 이해와 탐구 중심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고등 과정에서 논·서술 평가를 통해 심화 학습을 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즉, IB의 핵심은 토론형·과정 중심 수업과 논·서술형 평가이며, 글쓰기와 토론을 중시하는 교육 방식입니다. 이러한 교육 방식은 2028년 대학입시 개편안이 추구하는 방향과도 일맥상통하며, 앞으로 국내 교육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 IB 운영 단계별 요약 >

image01.jpg 출처:2024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 운영 계획(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2024.1)

IB가 대단하고 엄청난 시험이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미 IB와 유사한 시험을 경험해본 민족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조선 세종 때 과거시험 문제 중에는 “노비 또한 하늘이 내린 백성인데 그처럼 대대로 천한 일을 해서 되겠는가?”라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신분제를 당연시 여기던 시대에 정말 파격적인 문제였습니다.

그 외에도 성종 때는 “국가의 법이 엄중하고 정밀하지 않은 것이 아닌데도 범법자가 줄어들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라는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이는 법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범죄행위를 단속할 방안을 모색하는 논술형 문제였습니다.

광해군 시대에는 “납을 장차 토산품 대신 쌀로 바꾸어 내도록 하자는 의견을 논하라”는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이는 대동법 시행 전에 과거시험 문제로 출제되어 전국의 선비들에게 의견을 묻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처럼 조선 시대 과거시험에서도 지금 출제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논술 문제가 등장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역사적으로도 깊은 논·서술형 평가 전통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며, IB와 같은 논술형 평가 방식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image02.jpg 출처:김홍도의 ‘공원춘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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