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더운 날이 계속되는 뜨거운 여름입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가 우리에게 계속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지요.
예전엔 여름이면 얼음물에 발을 담그는 것이 최고의 피서였고 외국에 사는 가족과 친구와는 우표를 붙여 보내는 엽서와 편지로 일주일이 넘는 간극을 지닌 채로 소통해야 했습니다. 약속 장소에서 상대를 기다리다 상대가 오지 않으면 오지 않는 이유를 수없이 상상하며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먼 길을 떠나기 위해서는 버스 시간표를 손으로 옮겨 적고, 티켓을 미리 끊어 정해진 시간에 터미널로 나가야만 했습니다.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편리해졌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삶은 그만큼 더 행복해지고 있을까요?
오늘,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세상이 편리해지는 것과 어쩌면 반비례로 우리 삶의 불행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어놓는 이웃집, 방마다 시스템 에어컨을 갖추고도 전기세 걱정을 하는 친구 집과 적정 온도를 유지한 채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사는 우리 집을 비교하며 질투가 일어날 때도 있지요. 매년 해외여행을 다니며 SNS에 사진을 올리는 누군가를 보며 ‘도대체 저 집은 얼마나 벌기에 저럴까’ 궁금해한 적은 없으셨나요? 힘들게 시간 맞추고 식당까지 알아봐 가며 준비한 약속을, 당일 아침 가볍게 취소하는 친구에게 화가 난 적은요?
앞서 말한 두 가지의 그래프가 완전히 반비례하지는 않겠지만 분명 비례하지도 않을 겁니다.
세상이 편리해진 만큼, 우리의 삶은 더욱 복잡하고 다면적으로 변해갑니다. 예전엔 다소 불편했지만 단순했던 삶의 무대가 이제는 전 세계로 확장되었고, 세상 반대편 사람의 일상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나와 비교할 대상도 점점 많아졌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비교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것이 저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ㅎㅎ 물질적인 것에 얽매이기보다는 나 자신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탐구하는 삶이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누군가는 바보 같다고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미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건 나의 인생인지 그들의 인생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저는 하루하루를 제 방식대로 살아갑니다. 다른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나에게 주어진 이 하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말이죠. 그리고 그 하루에는 마음을 어루만지는 음악이 늘 함께합니다.
이번 음악 여행에서는 무언가 특별하지 않아도 좋을 '아주 보통의 하루'를 위한 클래식을 준비했습니다. 극심한 우울을 견뎌낸 라흐마니노프,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고 그 상실을 음악으로 풀어낸 드보르작과 피아졸라의 음악을 함께 들으며 걱정과 불안이 가득한 하루 말고 평온하고, 대체로 행복하며, 잠이 잘 오는 그런 하루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2016년, 루도비코 에이나우디는 북극해의 빙하를 배경으로 플랫폼 위에서 그의 연주 “Elegy for the Arctic (북극을 위한 애가)”를 선보였습니다. 그는 전 세계 800만 명의 보호 요구 목소리에 자신의 음악을 더해,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당시 그는 Greenpeace 소속 아크틱 선라이즈호에 올라 북극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회의 OSPAR 위원회 회의 직전에 이 퍼포먼스를 펼쳤습니다. 이는 북극의 국제 해역에 최초의 보호구역을 지정할 기회였기에, 그린피스는 이를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회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의 반대로 협상은 결렬되었고, OSPAR는 공식 결정을 보류하며 보호 책임을 북극평의회에 넘기기로 했습니다. 결국 국제 해역 보호구역 지정은 지연되었고, 북극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여전히 가장 낮은 보호 커버리지(1.9%)를 가진 지역으로 남았습니다.
공연 중 빙하가 부서지는 장면은 저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피아노의 음이 낮게 떨어지는 순간 빙하도 무너져 내립니다. 800만 명의 목소리와 에이나우디의 음악에 응답하듯 빙하는 무너져 내렸습니다. 자신을 보호해 달라는 절규로 느껴져서 가슴이 울려왔습니다.
나 자신의 작은 행동이 무엇을 바꿀 수 있나 체념하기보다는 나부터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에어컨의 온도는 실내 적정온도를 유지하고 가능하면 에어컨이 켜져 있는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개인의 에어컨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개인 텀블러와 시장바구니를 항상 지참하고 재활용품은 깨끗하게 분리하는 것이 재사용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작은 실천이 얼마나 큰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에이나우디의 음악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빙하 앞에서 피아노 한 대로 전한 그 메시지는 단지 환경 보호를 넘어서 삶의 태도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번 음악 여행에서 우리는 이와 같은 울림을 가진 음악을 함께 나누려 합니다. 그 모든 음악은 우리 각자의 일상 속 고민과 마음의 무게를 위로해 줄 것입니다.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처럼, 음악 한 곡의 힘도 결코 작지 않습니다. 오늘 당신이 듣는 그 한 곡이 당신의 하루를 다정하게 감싸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따뜻한 하루들이 모여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 되기를 바랍니다.
함께 걸어요. 아주 보통의, 그러나 소중한 하루를 위한 이 음악의 여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