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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다 1

유럽 렌터카 여행 31 - 12일 차 11월 9일 ①

by 에리카

아침부터 에어비앤비 고객센터와 씨름을 하고 극적으로 악몽 같은 숙소에서 탈출 후 잠시 카페에서 아침을 먹으며 숨을 골랐다. Wimmer는 독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베이커리 카페로 갓 구운 빵과 신선한 샌드위치를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어 좋다. 부러 찾아갈만한 특별한 맛집이라기보다 관광객이 아닌 주민들이 가볍게 아침 먹는 카페로 생각하면 된다. 남편은 숙소로 인해 멘붕에 빠져있는 나를 여기다 앉혀놓고 커피를 가장 큰 걸로 두 잔이나 시켜주었다. ㅎㅎ 나중에 얘기하기로는 내가 호스트와 전화로 계속 독일어로 싸우니 자기가 뭘 도와줄 수도 없고 매우 답답하고 미안했다고 한다.



https://maps.app.goo.gl/6bJKNJUEZZ6k9fKTA



맛있는 샌드위치와 커피로 기운을 차린 우리는 일단 뮌헨 구시가지로 나가보기로 했다. 차를 가지고 가면 주차가 어려울 것 같아 차는 park and ride 주차장에 세워두고 전철을 타고 이동했다. park and ride 주차장은 우리나라의 환승주차장과 같은 곳으로 여기에 주차를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아주 저렴하게 주차장을 이용할 수가 있다. 독일도 그렇지만 유럽의 대부분 도심은 주차가 힘들고 트램과 차가 도로를 공유하기 때문에 운전하기가 꽤 어렵다. 또한 도심에 들어가기 위해 환경스티커가 필요한 곳도 있고 이탈리아의 경우 ZTL(Limited traffic zone)이라고 차량이 아예 진입할 수 없는 구역도 있다. 도심 관광 시 park and ride 주차장을 적극 이용하시길 바란다.



https://maps.app.goo.gl/6Mepa9YkM29qJaBX8 하루종일 주차요금이 2유로밖에 안 한다.



독일의 대중교통은 개표구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간선철도뿐만 아니라 도시철도, 광역철도에도 개표구는 없다. 버스나 트램도 유효한 티켓이 있다면 그냥 타면 된다. 독일은 티켓 구매는 각자의 양심(?)에 맡기고 불시에 검문을 하는데 검문 시에 티켓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 엄청난 벌금을 물게 된다. 주의하시라!


뮌헨의 대중교통 티켓은 그 종류가 꽤나 다양하여 미리 숙지해 가지 않으면 티켓 자동판매기 앞에서 주저하게 된다. 가장 보통의 경우로 추천드리자면 1 Day Ticket을 사는 게 가장 편하다. 티켓을 구매하여 처음 validate 한 시점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몇 번이고 계속 사용이 가능하다. 우리처럼 4인이 함께 다니는 경우라면 Group Day Ticket을 사면 된다. (참조 : https://www.mvv-muenchen.de/en/tickets-and-fares/tickets-daytickets/index.html)



https://maps.app.goo.gl/Qqvm1S6NvKBxT3BT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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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시청사 Neues Rathaus

뮌헨 관광의 시작점, 마리엔 광장에 도착했다. 마리엔 광장은 신 시청사, 구 시청사, 프라우엔 교회와 같은 주요 관광지와 유명한 레스토랑이 모두 근처에 있고 빅투알리엔 시장과도 가까워서 뮌헨 관광의 시작점이자 중심인 곳이다. 그동안 주로 시골(?)을 다녀서 그런가 엄청난 인파에 놀란 나는 아이들 손을 꼭 붙잡고 걸어 다녔다. ㅎㅎ 사진의 건물은 신 시청사 New Town Hall이다. 20세기 초에 완성된 네오고딕양식의 건물로 쾰른 대성당이나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의 미니버전 같은 느낌이다. 신 시청사의 시계탑에서는 11시, 12시, 5시에 15분 정도의 인형극이 펼쳐지는데 신시청사 건물 맞은편에는 Hugendubel(https://maps.app.goo.gl/zjHQZepqE3y243A38)이라는 서점의 3층 카페에서 보면 인파에 치이지 않고 좀 더 편안하게 볼 수 있다. 우리는 인형극 시간에 맞춰 방문한 것은 아니었지만 독일의 서점도 한번 보고 싶어서 들어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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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책들을 구경하던 도중 한강작가의 작품들을 모아놓은 섹션을 발견했다. 한글로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라고 쓰여있는 책을 보자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차오르는 순간이었다. 내가 처음 읽었던 한강작가의 작품은 '검은 사슴'이라는 소설로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당시 국어선생님이 한강작가님과 동문이셨고 시간만 있으면 교내 장서실에 가서 살았던 나를 아시기에 선생님은 '검은 사슴'이라는 작품을 추천해 주셨다. 600쪽에 가까운 장편소설을 열여덟의 나는 무슨 생각으로 읽었을까. 부끄럽지만 내용은 제대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작가의 이름과 제목이 뚜렷이 기억에 남아있어서 2016년 맨부커상 수상으로 뉴스에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을 때 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소설이 번뜩 떠올랐다. 내가 존경했던 국어선생님의 동문이라던 멋진 이름의 작가님. 그 후로 '소년이 온다'를 힘들게 읽고서는 '채식주의자'는 아직 읽어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한 인터뷰 방송에서 부분 발췌해서 읽었던 부분만 듣고도 숨이 막힐 듯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한 학생이 나에게 말해주었다. "선생님, 공감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세상을 살기가 힘들어요." 그렇다. 공감능력 200%인 나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인간성에 상처를 받는다. 그것이 나를 향한 것이 아니더라도. 소설 속 인물에게 향해 있더라도. 그리고 슬프게도 현실의 인간은 소설보다 더 불합리하고 잔인하며 폭력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동시에 아름답고 위대하다. 한강 작가님의 말처럼 과거가 현재를 살리고 있다. 죽은 자가 산자를 살리고 있다. 어리석은 인간의 역사는 반복되지만, 똑같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게 되는 요즈음이다.


자, 다시 여행기로 돌아와서... 서점에서 나와 출출해진 배를 채울 따뜻한 수프가게를 찾아갔다. 빅투알리엔 시장(https://maps.app.goo.gl/rX6ZVcjwYYYcdtP1A)은 마리엔 광장에서 걸어서 5분 정도면 바로 만날 수 있는 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재래시장이다. 각종 과일과 야채부터 공산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야외에서 맥주와 함께 구입한 음식들을 먹을 수 있는 비어가든도 있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뮌헨 수프 키친(https://maps.app.goo.gl/KE1UeACTXtcvrDA47)으로 서서 먹을 수 있는 바테이블도 있고 의자가 있는 테이블도 있었다. 우리는 우아한 중년의 부부와 테이블을 공유하였는데 뜨거운 음식이니 아이들을 조심시키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제가 아이들 챙기느라 좀 부산스럽죠. 죄송해요." 하니 밝게 웃으며 "그때가 좋을 때에요."라고 대답해 주셨다. 아이들이 빨리 컸으면 싶다가도 또 시간이 천천히 갔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는 나의 말에는 아이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자라 있다며 시간은 붙잡을 수 없으니 하나하나 소중히 간직하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큰 딸을 보며 얘는 벌써 숙녀의 티가 난다고도 하시고... ㅎㅎ


따뜻한 소고기 굴라쉬 수프와 빵으로 배를 채우고 우리는 Deutsches Museum 독일 박물관으로 향했다.



https://maps.app.goo.gl/rX6ZVcjwYYYcdtP1A

https://maps.app.goo.gl/KE1UeACTXtcvrDA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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