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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기 Sep 08. 2024

나는 개그우먼 아내와 살고 있다.

아내에게서 인생을 배운다.

"오빠, 그거 알아? 오빤 장동건보다 잘생겼어."

"풉!!!"


 내 아내는 개그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장동건'이란 잘생긴 로 사람을 이리도 웃길 수 있는 거지? 나도 일말의 양심이란 게 있었기 때문에 괜스레 일면식도 없는 장동건 씨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뭐, 사고 싶은 거라도 있어?"

"난 당신 외모 보고 결혼한 거야."

"풉!!!"


 종신보험에 들었던 기억이 없는데 아내는 나를 웃겨 죽이려고 작정했나 보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잘생겼다는 은 차마 꿈에서라들어보지 못했는아내가 이리 재차 강조하니 내 얼굴이 장동건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아내가 설거지하는 틈을 타서 신발장 거울 앞으로 몰래 다가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과 부끄럽게 마주했다. 맙소사. 거울 안에 있는 사람은 아내의 말마따나 흡사 장동건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나나 장동건이나 눈 2개, 콧구멍 2개, 입술 2개, 귀 2개 달려 있는... 똑같은... 


 평소 아내가 입담이 걸쭉하다거나 슬랩스틱 코미디를 능수능란하게 잘 구사한다는 말은 아니다. 아내의 주특기는 말이나 몸개그가 아닌 마음 개그이다. 아내는 내 자아존중감에 꾸준히 물을 주어  마음에 웃음꽃망울을 퐁, 하고 터뜨리는 개그우먼이다. 아내의 개그는 해변에 깔린 자갈을 적시며 잔잔하게 밀려오는 너울 파도와 같다. 먼바다로부터 조금씩 밀려오는 물결이 자갈의 모난 부분을 서서히 깎아 내며 조약돌을 만들어내듯, 아내는 내 성격의 모난 부분을 깎고 깎아서 둥글 매끈한 마음으로 조각해 주는 개그우먼이다.


"오빠, 이번 주 교회 청소 당번이신 000 집사님이 청소 못 오신대. 우리가 가서 하자."

"응? (어이없는 웃음) 허허허..."


"오빠, 우리 이번에 선물 받은 거 있잖아. 그거 누구한테 플로잉(flowing, 흘려보내다)하자."

"으응? (어이없는 웃음) 허허허허..."


"오빠, 괜찮아. 돈이 좀 없으면 어때. 우리 가족 건강하기만 하면 되지. 걱정 마. 우리 가족도 언젠가는 누리고 살 날이 꼭 올 거야."

"응...ㅠㅠㅠ"


 아내의 개그를 통해 아집보단 배려를 배웠다.

 아내의 개그를 통해 물질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

 아내의 개그를 통해 혼자가 아닌 함께함을 배웠다.

 아내의 개그를 통해 실패는 성공을 위한 시행착오임을 배웠다.


 아내의 개그는 내 마음의 면역 체계를 강화시켜 주는 예방주사와도 같다. 온갖 파괴적인 감정이 바이러스처럼 내면침투하더라도 난 이미 아내의 개그를 통해 마음 질병에 대처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 배려라는 이름의 면역력을 단단히 길렀다. 단지 잔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휘청일 수는 있을지라도 마음 기둥의 뿌리는 절대 뽑히지 않는다.


 내 마음엔 호수가 하나 있다. 호수 건너편 어딘가에서 묵직한 돌멩이가 날아오더니 호수에 풍덩, 하고 떨어진다. 수면 위엔 돌멩이가 남긴 감동의 파문(波紋)이 호숫가를 향해 잔잔하게 밀려간다. 호숫가에 외로이 서 있던 내 자아의 발끝에 돌멩이가 남긴 잔물결이 부드럽게 닿는다. 차갑지 않은 따스한 감촉이다. 추위에 벌벌 떨고 있던 자아가 함박웃음을 짓는다. 호수 맞은편에 아내의 어렴풋한 실루엣이 보인다. 아내의 개그는 세속의 현실 감각이 빚어 놓은 내 마음의 메마름을 출렁이는 감동의 물결적셔 준다. 아내는 웃음에 감동까지 선사하는 비공인 최고의 개그우먼이다.


 '네가 젊어서 취한 아내를 즐거워하라. 그는 사랑스러운 암사슴 같고 아름다운 암노루 같으니 너는 그의 품을 항상 족하게 여기며 그의 사랑을 항상 연모하라.'<잠언 5:18-19>


누군가의 손이 꽁꽁 얼어있다면 당신의 손을 뻗어 맞잡아 주세요. 냉기와 온기가 섞이겠지만 서서히 따스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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