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아끼는 접시를 깨뜨리고 말았다.

접시가 주는 교훈

접시 이야기 1(접시의 일침)

 어느 날 아내의 설거지를 돕겠다고 호기롭게 나섰다가 세제 묻은 손이 그만 미끌리는 바람에 아내가 애지중지하는 접시가 주방 바닥에 떨어져 깨지고 말았다. 그릇이 작았던 나는 독백체의 세속적인 비속어를 읊조리며 우격다짐으로 애먼 접시에 괜한 누명을 뒤집어 씌웠다. 깨끗하게 씻겨주겠다는데 접시 주제에 감히 주인님 손을 뿌리치다니. 접시 입장에선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충분히 억울했을 법이다. 언제 날아올지 모를 아내의 토네이도급 잔소리와 매운 등짝스매싱에서 파생된 공포감으로 인해 등줄기엔 식은땀이 송송 맺히기 시작했다.

 접시에 묻어 있는 음식물과 얼룩을 일차적으로 물로 헹구고 수세미에 적당량의 세제를 묻힌 후 혹시나 미끌리는 사태를 대비해서 한 손으로 접시를 꾹 눌러 잡고 차근차근 정성스레 닦아주었으면 접시가 깨질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터이다. 결국 접시를 깨뜨린 건 내가 접시를 소중히 다루지 않아서다. 접시를 지키려는 간절함이 없었고 설거지에 정신을 집중하지 않았다. '접시 하나쯤 깨진 게 어때서'는 세상 물정 모르는 나만의 안일한 생각이었다. 사랑하는 낭군님을 위한 산해진미 N첩 반상이 생활화되어 있는 아내 입장에서는 낭군님이 즐겨 드시는 반찬 하나를 담을 접시의 꿈 하나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바닥에 널브러진 접시 파편들이 날 향해 뭔가를 따지는 듯했다.

네 꿈을 깨뜨려버린 건 결국 너 아니야?

접시 이야기 2(접시의 조롱)

 어느 날 아내의 설거지를 돕겠다고 호기롭게 나섰다가 세제 묻은 손이 그만 미끌리는 바람에 아내가 애지중지하는 접시가 주방 바닥에 떨어져 깨지고 말았다. 그릇이 작았던 나는 독백체의 세속적인 비속어를 읊조리며 우격다짐으로 애먼 접시에 괜한 누명을 뒤집어 씌웠다. 깨끗하게 씻겨주겠다는데 접시 주제에 감히 주인님 손을 뿌리치다니. 접시 입장에선 방귀 뀐 놈이 성낸다면 억울했을 법이다. 언제 날아올지 모를 아내의 토네이도급 잔소리와 매운 등짝스매싱에서 파생된 공포감 때문에 등줄기엔 식은땀이 송송 맺히기 시작했다.

 두 아들 녀석이 참사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게 단단히 못을 박고 바닥에 널브러진 파편 조각들을 조심스레 모으기 시작했다. 눈에  잘 띄는 큰 파편부터 잘 안 보이는 작은 파편까지 줍고 또 주웠다. 어느 정도 줍는 작업이 마무리하고 파편 조각들을 신문지에 옮겨 담은 후 공처럼 동그랗게 뭉쳐서 테이프까지 동원하여 단단히 싸맸다. 완벽한 후속 대처였다.

 파편 조각 정리가 완벽히 끝났다는 것은 세상 물정 모르는 나만의 안일한 생각이었다. 몇 걸음 내딛자 발바닥에 미세한 통증이 느껴졌다. 차마 수거하지 못한, 눈에 띄지도 않았던, 그야말로 미세한 파편 조각이 발바닥 살갗에 박혀버린 것이다.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 파편 조각을 빼내는 건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큰 통증은 아니었지만 영 신경 쓰이는 기분 나쁜 감각이 발바닥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갖은 수단을 동원해서 빼 보려고 시도하다가 결국 파편 조각 빼는 걸 포기하고 말았다. 도저히 빠지지도 않았고 빼려 할수록 살갗이 갈라지는 고통만 더해졌다. 빠진 것 같기도 하고 안 빠진 것 같기도 한 찝찝함이 으스스하게 남아 있었다.

 발바닥에 박혀 있는 작디작은 파편 조각이 날 향해 뭔가를 조롱하는 듯했다.

넌 의식하지 못했겠지만, 네가 상대방의 심장에 박아 놓은 작은 파편들은 쉽게 빠지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