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떠나보내며, 나를 만나다
30대가 된 지금, 이제야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어른이라는 겉모습 속, 그토록 오래된 어린아이가 웅크리고 있다는 것을.
그 어린아이는 마음 한구석에서 아무도 듣지 못한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나 여기 있어."
"제발 나를 외면하지 말아 줘."
어린아이는 과거에 갇혀 있지만, 오늘에도 여전히 손을 내밀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뒤늦게 알아차린 자신에게, 그리고 그토록 오래 기다려온 그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전했습니다.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고.
우리는 저마다 고유한 얼굴과 이야기를 품고 살아가지만, 동일한 질문을 던지며 살아갑니다.
어쩌면 지금도 그 물음은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왜 그때 그렇게 하지 못했니?"
"왜 그때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니?"
결국, 인간은 누구나 다르지만, 누구나 같습니다.
그 과거는 우리 마음 깊은 곳부터 천천히 스며들어, 오늘을 조용히 물들입니다. 지금조차.
심지어 내가 바라던 모습조차, 어린 시절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꿈꾸는 성취, 외면하고 싶은 실패, 스스로를 미워하는 이유까지도.
"왜 나는 이러는 걸까?"
이 질문은 어린 날의 자신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심리학은 그것을 방어기제라 부릅니다.
철학은 그것을 존재의 모순이라 말합니다.
그리고 문학은 그것을, 우리 모두의 아이러니라 칭합니다.
그 질문을 던지는 순간마다, 마음 한구석에서 어린 시절의 당신이 조용히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안해. 네 마음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어. 더 이상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네 몫까지 살아갈게. 잘 가"
하지만 네가 남긴 모든 것은 나와 함께할 거야.
이 모든 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