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igma Dec 15. 2024

[잘 가, 이제 네 몫까지 살아갈게] 방어기제의 역설

나를 보호하려던 마음이 나를 가두다

방어기제라고 아시나요?


방어기제가 없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위협적이거나 고통스러운 상황을 피하거나 완화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방어기제를 사용합니다. 억압, 투사, 반동형성 등 익숙한 이름의 방어기제들이 그 예입니다.


억압이 있는 사람들은 욕구(감정 등)를 거부합니다. 그래서, 실제 자신의 욕구가 없는 듯이 행동합니다.

반동형성이 있는 사람들은 욕구와 반대로 행동합니다. 투사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욕구를 타인에게 떠넘깁니다.


저는 억압과 부정의 방어기제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자신의 속 이야기를 어디에 하지 않았고, 슬픈 속 마음을 웃음으로 덮곤 했습니다.

이해가 가시나요? 영화 조커처럼요.


누군가의 현재를 보면, 과거를 비춰볼 수 있습니다. 방어기제 등으로 인간의 다양성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방어기제는 개인의 트라우마, 가족 관계, 사회적 압력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침묵으로, 누군가는 분노로, 또 누군가는 자기 합리화를 통해 고통을 관리합니다.
그러나 방어기제는 모두, 자신을 보호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저는 왜 억압과 부정을 택했을까요?
특정 방어기제를 더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개인의 환경, 성장 배경, 그리고 과거의 경험에 따라 다릅니다.

결국, 이는 모두 정신적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마음, 그 하나로부터.


만약 슬픈 마음을 비추었을 때, 고통이 해결되지 않기만 했다억압만 선택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되려, 추가적인 고통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부정'을 선택했습니다.

결국 고통을 잠시라도 외면하려고, 방어기제를 선택한 것이지만,

진정으로 고통을 해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통을 정상적으로 표출하는 것은 굉장히 정상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때때로, 정상적으로 표출되는 고통만이 진정한 고통으로 인식되고는 하죠.

표면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고통을 그 정도만큼 똑같이, 이상하게 분출하는 것은 미성숙한 것입니다.

그것이  개인의 한계입니다.


그러나, 때때로 진정 들여다봐야 하는 것들은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방어기제는 아이러니합니다.

소리 없는 비명, 드러나지 않고, 드러날 수 없는 것들이 우리 사회의 이면에 가득합니다.


방어기제의 형성과 그 비극을 이해하기 위해 영화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을 추천합니다.

마츠코는 사랑받고 싶어 했던 마음이 집착과 자기 파괴로 이어지며 비극을 맞습니다.
그녀의 방어기제는 자신을 지키려 했지만, 결국 그녀를 가두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방어기제의 역설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