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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Jan 08. 2024

은는이가

조용한 소음이 있을리가.

찬란한 이별처럼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저 조용히 고요하게 묵묵히 담담하게 살고 싶다는 이 작은 바람은 생각처럼 쉬이 이뤄지지는 않는 것인지 안팎으로 작은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지나간다.


과거는 아름답기만 한 추억은 아니었음에도 어찌 그리도 아련하게 느껴지는지 조금 쉴 틈이 생겨 사색에 잠기는 순간도 소중해질 때 비로소 아- 그때가 좋았던 거였구나 늦은 깨닮음이 밀려온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데도 언제나 추억을 곱씹으며 그 힘이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해서, 힘들다 여겨지는 이 시간들도 언젠가 뒤돌아보면 그럼에도 좋았던 시간이었어-라고 말할 수 있는 거겠지.


그래서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 했던가. 숨을 고르고 한 발 멀리서 내가 나를 굽어보면 꽤 잘 살아가고 있는 삶이기에 이만하면 되었다 크게 욕심부리려 하지 않고 있다.


시간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나는 늘 바쁜 잰걸음으로 살아온 것 같았는데 불안정하고 힘들었던 이십 대를

넘고 삼십 대가 되어 아주 조금 더 살아보니 이렇게 살기 위해 그토록 힘겨운 시간들을 지나왔나 싶다.


굴곡을 겪어보았기에 조금 더 성숙해진 나이로 살아가고 생각하고 말하고 입고 먹는 삶을 사는 건지도 모르지.


올해는 욕심을 조금 덜어보자 싶어 비우는 법을 시작해보았다. 생각도 흘려보내고, 많은 물건들 중 현재 필요한가를  따져보고 버리기. 낡은 물건이나 옷은 손에 움켜쥐고있지 않기.


출산 전 몸무게로 돌아가면 입어야지 하던 바지, 스타일이 달라져 몇년째 옷장 부피만 차지하는 가방과 옷. 언젠가 쓸거야 싶어 구석 수납장에 넣어둔 잡다한 여러가지들. 낡은 고지서. 치워야지 하며 늘 그자리에 두었던 가전설명서. 배달시킬 때 마다 오는 나무젓가락 등.


연말 무렵부터 시간이 나면 틈 날때마다 작은 공간 하나하나 치우고 비우고 버리고 정리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걸 움켜쥐고 살았음을 깨달았다. 이제보니 다 필요없는 것이었다.


아직도 비울 것이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지만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하는 것은 누가 알려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법이었음을. 이따금 끝없는 육아를 하다 나라는 존재는 없이 엄마로만 의미 있는 건가 싶을 때에 하기 좋은 방법이다. 거실은 언제나 아기의 놀이터로 정신이 없지만 그밖의 정돈된 공간을 보면 퍽 해낙낙하다.


육아에서 잠시 손을 떼고 온전히 쉴 수 있는 자기 전 두어 시간. 아기를 곤히 재우고 씻고 단정히 파자마로 갈아입고 나와 남편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가 아기 자는 방에 슬쩍 들어가 뒤척이다 자는 밤.


과피로에 잠이 쉬이 들 수 없을 적엔 과거와 현재를 자꾸만 비교해 보게 된다. 바스락 거리는 이불의 폭닥함에 감겨 반추하는 것이다. 조사인 은는/이가 앞에 붙는 주어 없이 내가 찾아 헤매는 것은 무엇인지. 지금의 행복에 감사함에도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 헤매는 우주 속의 먼지 한 톨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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