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게 된 이유
학창 시절부터 나는 특이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공부를 못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공부보다 좋아하는 것들이 많아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 대신 항상 다양한 취미들이 있었고 한 분야에서 1등을 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살았다. 글을 열심히 쓰며 작가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고 프로게이머가 되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가 되고 싶기도 했고 자전거 선수나 탁구 선수를 꿈꾸며 3, 4년식 운동을 한 적도 있었다. 또 음악을 공부하고 작곡하며 노래를 판매하며 작곡가의 꿈도 꾸었다. 어느 분야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지만 반드시 정점에 오르고 싶어 했다. 주변 친구들은 이런 나를 이상하다고 했지만 대단하다는 말도 했었고 그런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하나의 분야에서 정점에 오르는 일은 쉽지 않았고 항상 포기하고 다른 꿈을 꾸었다. 그런 나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다. 부모님이 옷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특히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는 다른 멋진 옷들을 사주신 어머니의 영향으로 중학생 때부터 이미 나는 옷을 직접 골라서 구입하며 입기 시작했다. 특이한 패션이었지만 친구들은 항상 멋있다는 말을 했었다. 같이 옷을 사러 가고 싶다는 친구들도 있었고 특이한 나의 패션으로 다양한 친구들이 생기기도 했다. 사실 고등학교 3학년까지 내가 패션 디자이너가 되어 옷을 공부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옷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그건 나의 삶의 일부이고 다양한 취미 중 하나였기 때문다.
너는 무엇을 하고 싶어?
대학교 원서를 접수하며 고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 나는 공부에 취미가 없었다. 가끔 공부가 재밌어져서 성적을 많이 올렸었던 적도 있지만 나는 인생에 공부가 중요한가라는 생각을 항상 했었고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지금까지 지내왔었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대학교 역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어떤 학교 어떤 학과로 지원할지도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나의 부모님은 대학교 졸업장은 반드시 있어야 하지 않냐라는 생각을 하셨고 대학교에 가기 위해서 담임 선생님과 주변 친구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하며 여러 고민을 했었다.
그러다 담임 선생님이 나에게 이야기했다. 많은 대학교가 있고 여러 학과가 있으니 네가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그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꿈꾸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그러니까 너는 무엇을 하고 싶냐고. 그 이야기는 나의 고민들에 마침표를 찍어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배우며 비슷한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다고? 대학교가 가고 싶어졌다.
당시에 나는 좋아하는 일들이 많았다. 프로게이머를 꿈꾸어서 이틀 동안 잠을 자지 않고 게임도 했었고 탁구 선수를 꿈꾸고 있어서 하루도 쉬지 않고 탁구장을 가서 다양한 사람들과 승부를 겨루며 실력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둘 다 어느 정도 벽을 느끼게 되었다. 솔직히 나에게는 재능이 없었다. 남들보다 2배 3배 노력하였지만 세상에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친구들이 절대 안 된다. 힘들다.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나는 세상에 노력으로 안 되는 것은 없다고 내가 처음 시작 했을 때와 성장한 지금의 모습을 생각해 보라고 하며 그러한 사실들을 부정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도 알고 있었다.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안 되는 일은 있다. 노력하면 성장하겠지만 정점에 오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더 노력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패션 디자이너 어때?
고등학교 3학년 친구들은 다들 원하는 대학교에 가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했지만 그 당시 내가 좋아했던 것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미술관에서 미술 작품들을 보는 것이었다. 유명한 작가들부터 유명하지 않은 작가들까지 그림부터 조각 등 상관이 없었다. 누군가가 만든 작업물이 나의 마음을 흔들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 재밌었고 좋았다. 음악, 미술 그리고 예술이 좋았다. 그러던 중 한 친구가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말했다. 너 옷도 잘 입고 좋아하는 것 같은데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것은 어때? 재능 있는 것 같아. 지금까지 한 번도 재능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내가 재능이 있다고? 그 말을 듣고 나는 패션 디자이너들을 찾아보며 관련 책들을 읽고 백화점에 가서 옷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나는 옷은 단순한 물건이라고 생각했었다. 디자이너들은 그런 옷을 사람들에게 판매하기 위해 디자인하는 상업 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한 패션 디자이너를 알게 되고 나의 생각은 360도 달라졌다.
알렉산더 맥퀸
처음 그를 접한 것은 뉴스 기사였다. 자살한 천재 패션 디자이너.라는 느낌의 기사였다.
그의 디자인에는 늘 죽음에 대한 동경이 서려 있었다. 아마도 그가 죽음을 희롱하는 사이, 죽음이 그에게 매혹을 느꼈던 모양이다. -칼 라거펠트-
도대체 어떤 디자인일까? 기사를 읽고 궁금해져 나는 맥퀸의 쇼 영상부터 스케치까지 맥퀸의 디자인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의 디자인은 다른 디자인과는 달랐다. 무서운 느낌을 넘어서 불쾌함까지 느꼈다. 그의 옷에서 나는 죽음의 다양한 모습들을 느꼈다. 어떻게 옷이라는 물건으로 사람들에게 이런 느낌을 줄 수 있을까? 그의 패션은 단순히 옷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예술이었다. 나도 알렉산더 맥퀸처럼 사람들에게 옷이라는 소재로 여러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의류학과에 지원하게 되었고 패션 디자이너라는 예술가를 꿈꾸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