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일까?
길었던 방학이 끝나고 3학년 1학기가 시작되었다. 드디어 디자이너 교수님이 해외에서 다시 돌아오셨다. 우리 학교 디자이너 교수님은 유명한 패션 관련 책도 쓰셨고 커리어도 좋으시고 수업 역시 배울 것이 많다. 하지만 그분의 독설은 학생들의 마음을 가끔 아프게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역시나 오랜만에 뵙는 교수님이지만 변함이 없다. OT가 끝나고 6명? 7명?이나 정정하고 결국 수업에는 10명 정도 남게 되었다.
이번 학기 수업은 자신의 브랜드를 만드는 수업이었다. 역시나 과제가 많았다. 매주 몰아치는 과제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디자인 수업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나는 이번에도 나름 열심히 과제를 준비해서 수업에 참여했다. 디자인 수업은 과제를 준비해서 오면 교수님과 학생들이 과제물에 대해서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수업으로 진행되었다.
어떤 브랜드를 만들까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했다. 여러 콘셉트의 브랜드를 생각하다 결국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콘셉트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첫 수업시간의 과제는 브랜드 이름 그리고 브랜드에 대한 스토리 브랜드 로고 등을 만들어서 가지고 오는 것이다. 역시나 교수님은 나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이야기하셨다. 너무 멋에만 신경을 쓴 것 같다. 어디서 본 브랜드인 것 같다. 솔직히 별로 재미가 없는 것 같다.
지금의 내가 다시 생각해 봐도 교수님의 말씀은 틀린 게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 아니다. 나는 원래 디자인을 할 때 습관이 하나 있다. 바로 작품을 먼저 생각하고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작품을 생각하기보다는 테마, 콘셉트, 스토리에서 작업물로 진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항상 작업물을 떠올리며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스토리보다는 작품에 조금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앞에 부분들이 다소 부족한 경우들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작업물을 보게 되면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교수님이 만약에 추후에 작업물을 보신다면 괜찮다고 이야기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단지 브랜드 콘셉트만으로 나에게 실망을 하고 새로 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옷은 과정과 스토리가 중요할까 아니면 완성된 작업물이 중요한 것일까?”
물론 교수님의 말씀대로 나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새로 브랜드를 만들면서 나는 계속 고민했다. 나도 옷을 자주 구입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어차피 중요한 것은 옷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보더라도 스토리나 콘셉트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대중이 알아주지 않으면 다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닐까?
일반적으로 우리는 옷을 구입할 때 브랜드나 스토리의 초점을 두는 경우보다는 그냥 옷이 눈에 띄어서 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 역시 멋있는 옷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고 항상 작업하는 것 같다.
옛날과 지금의 패션은 많이 달라졌다. 옛날에는 옷을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옷이라는 물건에 어떤 이야기를 담아서 사람들에 공감을 사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현재 패션 디자이너들은 옷에 이야기를 담는 것보다 사람들이 멋있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 같다.
무엇이 나쁘고 좋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아무리 좋고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스토리를 옷에 담더라도 사람들이 그 옷 자체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다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는 패션 디자이너지 작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평소에 입고 좋아하는 옷들이나 물건들도 평소 내 행동들도 나는 멋을 항상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멋을 빼고 본질적으로 다 가라는 교수님의 말씀은 지금까지 내가 추구했던 패션과는 반대의 길을 걸으라는 이야기와도 같다.
나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 예술가는 이야기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 나 역시도 그래서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열심히 쓴다. 하지만 나는 예술가를 꿈꾸는 패션 디자이너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 보다 옷에 조금 더 집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것일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일까? 나의 꿈은 이제는 명확해진 것 같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에 대해서는 이렇게까지 자세히 고민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너무 어려운 숙제인 것 같다. 나는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