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ART or BUSINESS

#25 신념과 현실 사이, 자기 객관화

by 지민

예술은 예술이고 디자인은 디자인이다. 어려운 말이 수도 있지만 흔히 업계에서 둘은 쉽게 분리가 되는 분야이다. 최근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가 무너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예술과 디자인의 차이점은 간단하다. 바로 상업성이다. 그렇다면 패션은 예술일까? 디자인일까? 내가 생각하는 질문의 답은 반반이다.





패션은 재밌는 분야이다. 상업적일 수도 있고 예술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래서 패션은 어려운 학문인 것 같다. 보통은 옷을 만드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예술이 될 수도 디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보는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지에 따라 예술이 될 수도 디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칼 라거펠트와 알렉산더 맥퀸을 생각해 보면 쉬워진다. 둘 다 패션계에 이름을 남긴 유명한 디자이너이다. 하지만 라거펠트를 예술가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맥퀸은 모두가 예술가라고 인정하는 패션 디자이너이다. 과연 둘은 자신은 디자인을 해야지. 예술을 해야지라고 의도했을까? 나는 감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둘 다 의도가 아닌 사람들의 평가로 그렇게 불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패션은 어려운 학문이고 분야이다. 자신이 의도한 그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재미있는 것은 패션에서 예술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과 단지 디자인 자체의 상업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로 나누어지기는 하지만 사실 예술성과 상업성 패션에서는 모두 중요한 분야이다. 어느 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패션을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무조건 브랜드의 패션 제품들이 도매 시장 제품들보다 당연히 더 괜찮았다. 하지만 패션 시장도 많이 발달하여 최근 보세 제품들을 보면 놀랍게도 괜찮은 디자인이나 퀄리티의 제품들이 많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브랜드의 제품을 좋아하고 구매하는 이유는 바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브랜드에는 디자이너나 그 브랜드 자체가 주는 느낌이 있다. 느낌이라는 것은 단지 세련됨과 같은 것일 수도 있고 디자이너나 브랜드의 신념이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느낌이라는 것 때문에 아무것도 없는 흰색 티셔츠라도 사람들은 브랜드의 옷을 더 좋아하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은 옷과 브랜드에 느낌을 담으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 느낌은 옷에 감성과 이야기를 담았다면 요즘에 느낌은 옷에 멋과 세련됨을 담는 것 같다. 어느 것이 더 훌륭한 느낌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쉽게 이야기하면 단지 멋있어 보이기만 하더라도 이제는 옷이 잘 팔린다.



무서운 이야기이다. 왜 무서운 이야기냐면 아무리 노력해서 옷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 소비자에게 좋은 감정을 느끼게 만들더라도 그냥 멋만을 추구한 옷에 진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유명한 패션 브랜드들을 살펴보면 스토리나 감성보다는 그냥 멋있고 세련된 옷을 파는 경우가 많다.



나는 예술을 하기 위하여 옷이라는 분야를 선택했고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하여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예술보다 상업적인 옷이 더 잘되는 최근 패션 시장은 나에게 많은 공포와 고민을 안겨준다. 내가 만들고 싶은 옷은 사람들의 감정과 감성을 자극시켜 내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그런 옷이다. 하지만 옷은 결국 제품이고 팔려야 한다. 예술성과 상업성을 모두 가져간다는 것은 사실 욕심이고 불가능할 수도 있는 이야기다.



결국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담은 옷이더라도 사람들이 구매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또한 옷을 만들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고 내가 옷을 만들려면 팔아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예술가지만 죽고 나서 유명해지는 것은 솔직히 싫다. 내가 좋아하는 많은 예술가들은 살아서는 그림을 한 점도 팔지 못한 경우가 많고 대부분 죽고 나서 사람들의 재평가로 유명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영원히 사람들의 기억에 남더라도 지금 당장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면 나에게는 솔직히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내가 옷을 만드는 이유는 사람들의 관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패션 시장의 상황을 봤을 때 예술가가 되고 싶은 나에게는 너무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패션은 예술이다. 지금 패션 시장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은 어러운 일이다. 어렵지만 괜찮다. 원래 쉬운 것보다 어려운 것을 성공시키는 일이 더 보람차고 재밌다고 생각한다. 어렵더라도 계속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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