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친구
*글 마지막에 있는 음악과 함께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Imagine Time - Beenzino)
나는 친구들이 정말 많았었다.
같은 학교 친구들부터 다른 학교 친구들까지 심지어는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들도.
친구들이 정말 많았었다. 예전에는.
누구와도 쉽게 친해지는 성격 때문이었을까.
어떤 사람이든 잘 맞춰주었던 나의 성격 덕분이었을까.
쉽게 많은 사람들과 사귈 수 있었고 그래서 친구가 많았던 것 같다.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어느 순간부터 많은 친구들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분명 좋은 친구들도 있었지만 나를 이용하려는 친구들이 많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를 필요할 때만 찾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친구들이 많아서 외롭다거나 심심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늘 신났고 재밌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많아서 더 많은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나는 성인이 되고 친구들 보다는 혼자를 선택했다.
사실 혼자가 더 좋았던 것은 아니다.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좋았다.
하지만 혼자를 선택하고 상처받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혼자를 선택했다.
그리고 혼자는 나쁘지 않았다. 혼자 있으며 많은 것을 배웠으니까.
하지만 늘 혼자 지낼 수는 없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행사를 참여하거나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오히려 혼자 지내려고 노력했다.
나는 밝은 빛보다는 어둠을 선택했다.
그 편이 더 안전할 것 같아서.
그런데 짙은 어둠 속에 있는 나에게 밝은 빛으로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사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친해졌는지 잘 모르겠다.
정말 우연이었다. 좋아하는 음악도 음식도 정말 달랐다.
그런데 그냥 친해졌다.
항상 혼자 있으려고 노력했던 나를 꺼내주었다. 그리고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말이다.
새로 만난 친구들뿐만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많았던 친구들과도 멀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나의 주변에는 몇몇의 친구들이 남아있었다.
고향을 떠난 나는 사실 친구들과 자주 연락하지도 만나지도 않았다.
나는 친구들과 가끔 만났지만 어제까지 함께 있었던 것처럼 언제나 그랬듯이 늘 즐거웠다.
그들 역시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
그리고 나에게도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
힘든 시기에 나는 역시나 다시 혼자를 선택했었다.
나의 슬픔이 친구들을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친구들은 이미 나의 힘듦을 알고 있었다.
겉으로 표현해 주는 친구들도 있었고 직접 표현은 하지 않았던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같았다.
내가 잘 지내는지 생각해 주었고 나의 이야기들을 들어주었다.
그 시기 나에게 친구들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내가 잘 지내던 못 지내던 변함없이 나의 옆을 지켜주었다.
내가 잘해주어도 못해주어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냥 가끔 만났고 가끔 연락했다.
하지만 언제나 어디서나 친구였다.
고마운 마음을 직접 표현하고 싶지만 부끄러워서 이렇게 글을 쓴다.
나의 상황이나 겉모습이 아니라 언제나 진심으로 나를 봐주었던 나의 고마운 친구들에게.
아마 이제 졸업을 하고, 각자 취업을 하고, 사회로 나가면 바빠져서 예전처럼 볼 수 없을지도 몰라.
그동안 나는 진심으로 고마웠어.
함께하며 서로 힘들었던 순간들도 있었고 즐거웠던 순간들도 있었는데.
항상 변함없이 나의 옆을 지켜주어서 진심으로 고마워.
앞으로 자주 만나거나 연락하지 못해도 우리는 언제나 친구야.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돌려줘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내가 너의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
힘들거나 즐겁거나 그냥 심심하거나 언제든지 연락해.
항상 반갑게 기다리고 있을 거니까.
고마웠던 친구들에게.
그리고 항상 고마울 나의 친구들에게.
흘러가는 시간도 돌아오는 계절도 모두 나의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늘 변함없는 친구들이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8oX4iaSY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