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졸업
나는 지방에 있는 대학교에 4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나름 국립대학교지만 지방에 정말 외진 곳에 있는 학교였다.
학교를 좋아하는 사람들 보다 싫어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것 같지만 나는 우리 학교가 정말 좋았다.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 있었던 학교는 정말 아름다웠다.
낮에는 푸른 공기 덕분에 항상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고,
밤에는 하늘을 수놓은 빛나는 별들이 내일을 설레게 만들어주었다.
아침마다 새들의 이야기 소리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침대에서 일어났고,
저녁이 되면 귀여운 고양이 친구들의 인사가 나의 지친 하루를 위로해 주었다.
사실 서울이나 도시에 있는 사람들이 보면 시골에 위치한 대학교지만,
학교 시설도 좋았고 교수님들도 다들 대단한 커리어를 가지신 분들이었다.
시골이지만 학교 주변에는 맛있는 식당들이나 카페들도 정말 많았다.
조금만 버스를 타고 나가면 시내도 있었고,
독립 영화관, 예술의 전당, 여러 전시회들 그리고 축제들 덕분에 나는 하루도 지루하지 않았다.
사실 유명한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카페는 없었지만 오랜 시간 동안 한 곳을 지키던 식당들과 카페들은 나를 더 설레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사실 대학교에 오기 전까지 늘 도시에서 살았다.
도시의 삶은 정말 빨랐다.
공연, 전시회, 음식 모든 것들이 늘 새로운 것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늘 설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빠르게 변하는 것들에 지쳤던 것 같다.
나는 패션을 전공했다.
패션은 늘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이다.
아마 여러 분야들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것 같다.
나는 그런 매력에 패션을 좋아했었나 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빠르게 변하는 것보다 오랜 시간 한자리에 머무는 것들이 좋아졌다.
아니면 천천히 흘러가는 것들이나.
패션도 사람들의 삶도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변화들은 사람들을 설레게도 만들어주지만 지치게도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천천히 오래 머무는 것들이 더 좋아졌다.
시골에 있는 학교에서 나는 편안함을 느꼈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꿈도 사랑도 우정도.
시간은 지금도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으니까.
나는 모든 것이 소중했다.
그래서 조금만 더 천천히 시간이 흘렀으면 좋겠다.
조금 더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나는 학교를 다니는 4년 동안 산책을 정말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친구와 연인과 때로는 혼자서.
밤이 되면 늘 하늘에는 한결같은 별들이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늘 변함없이 말이다. 정말 예뻤었다.
학교를 떠나는 마지막 날에도 별은 정말 예쁘게 빛나고 있었다.
언젠가 다시 학교를 찾게 된다면 그때도 너는 변함없이 빛나고 있겠지.
그때는 나도 별들과 함께 아름답게 빛나고 있으면 좋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3Fhk7f8zX9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