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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와 알렉산더 Jun 23. 2024

화양연화

네 번째

어느 계절에 날아온지 모르겠는 어느 씨앗이 나의 마음에 심어졌고 불현듯 움이 틉니다 발아한 싹은 저 혼자 열심히 자랍니다 나는 물 한 번 준 적이 없고 잡초 한 번 뽑아준 적이 없습니다 성실히 하늘을 향해 가까워지는 이 식물의 이름을, 나는 알지 못합니다 이를 모를 식물이 기어코 꽃을 피웁니다 어느 계절에 날아온지 모르겠는 어느 씨앗이 기어코 꽃을 피우니 나는 그제서야 꽃을 일별합니다 몽우리 시절까지만 해도 나는 그 식물을 몰랐습니다 화양연화입니다 꽃은 이제 질 일만 남았는데 너무 늦은 걸까요 나비와 벌이 날아옵니다 성스러운 수분(受粉)이 이루어집니다 이름 모를 꽃은 어느 계절에 나의 마음 어딘가에서 다시 필 겁니다 그때는 나는 허리를 굽히고 몽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려고요 화양연화입니다 나는 비로소 이름 모를 씨앗을 알아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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