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달아공원

1월 27일

by 화니와 알렉산더

최지영


핸드백 속 핸드폰이 울려서 정신을 차렸다. 왼쪽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니 적어도 한 시간 이상 생각에 잠겨 있었던 것 같다. 핸드백 지퍼를 열고 폰을 꺼낸다. 오빠. 남매는 자주 통화하지 않는다. 오빠가 왜 전화했지? 의아해하며 전화를 받는다.


- 어, 오빠. 어쩐 일이야?

- 대학교에서 강연을 부탁해서 대전에 왔다가 지금 서울 다 왔거든? 성심당에서 빵을 좀 샀는데, 서아랑 은우 좀 주려고. 네가 좋아하는 보문산메아리도 열 개 샀어.

- 열 개나? 열 개면 육만 원인데?

- 두 달만에 40쇄 찍었거든. 몇 시가 편해?

- 엄마한테 연락 못 받았어?

- 엄마? 아니? 왜?

- 나랑 전화 끊고 엄마한테 전화해봐.

- 엄마가 너희 집에 계시구나? 알았어. 그러면 끊을...

- 아, 오빠.

- 응?

- 태현 오빠 입양됐어?

- 태현이? 태현이 입양됐대? 나는 그런 말 들은 적 없는데. 갑자기 그건 왜?

- 아니야. 또 전화할게.


전화를 끊고 운전선 등받이를 최대한으로 눕힌다. 잠깐이라도 자고 싶은데 잠은 오지 않는다. 극심한 피로를 느끼는데 심장이 약동하고 있다. 눈을 깜빡이며 기억을 떠올린다. 태현 씨를 처음 만난 날. 오빠의 생일이었고 오빠는 우리집에 태현 씨를 초대했다. 대구 출신인 부모님은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남편을 무척 반가워했다. 특히 우리 아빠. "경북 나왔다며? 나 대륜이야." 술이 몇 순배 돌자 아빠는 남편한테 물었다. "근데 정말 TK 맞아? 말씨가 부산 쪽인데?" 엄마도 거들었다. "나도 계속 들으니까 경북 아니고 경남인데?" 남편은 당황해서 변명하듯이 말했다. "아버지는 고령, 어머니는 대구 출신이세요. 친가랑 외가 다 경북이고 경남에 아는 사람 없어요." 나는 그게 중요한가, 속으로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경북이든 경남이든 내가 듣기에는 그저 똑같은 경상도 사투리인데. 사실 그때 나는 남편에게 온 신경이 쏠려 있었다. 오빠 친구는 나를 처음 보고 이렇게 말했다. "태어나서 본 사람 중에 제일 예쁘세요."


그날을 회상하니 갑자기 전혀 잊고 있었던 기억이 의식의 표면 위로 고개를 든다. 삼 년 전, 남편은 서아와 은우를 데리고 부산에 다녀오자고 했다. 금요일 저녁에 서울에서 출발했고 남편은 일요일 저녁에 KTX를 타고 먼저 올라갔다. 나와 아이들은 월요일 밤 늦게 서울에 도착했다. 토요일 오후, 남편은 통영에 다녀오자고 말했다. "통영에는 왜?" 나는 물었다. "통영에 고모가 계시거든. 여기까지 내려오기 쉽지 않은데 인사 드리러 다녀오자." 광안리에서 출발한 우리는 한 시간 반 넘게 걸려 통영 서호시장의 어느 횟집에 도착했다. 주문한 돌돔회가 막 나왔을 때, 고모님이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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