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달아공원

1월 29일

by 화니와 알렉산더

한태현


"데이비드 린치를 알아?" 데이비드 린치를 아는 사람을 이십 년 만에 처음 만났다. 생일이 1월 20일로 나와 같은 미국 몬태나 출신의 린치는 요즘말로 나의 "최애" 감독이었다. "이레이저 헤드", "엘리펀트 맨", "블루벨벳", "트윈 픽스"와 "멀홀랜드 드라이브" 같은 작품들은 열 번 이상 보았다. "멀홀랜드 드라이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야." 동현이 답했다. 우리는 등산로 입구에서 관악산공원 입구까지 두 시간 반 동안 내내 영화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자의 "멀홀랜드 드라이브" 비평을 공유하고 린치의 생애사에 관해서도 떠들었다.


1990년 제 43회 칸 영화제에서 린치의 "광란의 사랑"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이 타당한 지에 대해서도 긴 토론이 있었다. 나는 "광란의 사랑"이 황금종려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고 동현이는 당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던 켄 로치 감독의 "숨겨진 계략"이 황금종려상을 받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균형감각이 있는 친구네?' 이렇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팬이지만 스타를 향한 무분별한 지지는 하지 않는 태도가 멋있었다.


1990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놓고 하던 토론은 그해 심사위원장이었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의 1970년 작품인 "거미의 계략"에 대해 떠들다가 베르톨루치와 같은 국적인 세르지오 레오네의 1984년 작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 대해 떠들었다. 이십 년 인생에서 그렇게 영화 이야기를 많이 한 날이 없었다.


산에서 내려온 교수님과 학생들은 녹두거리로 이동했고 우리는 "동학"에서 해물파전에 누룽지 동동주를 마셨다. 동동주가 몇 순배 돌았다. "내가 대학 입학한 해에 태산이 문을 열었어. 내 대학생 시절을 추억할 장소는 어디로 갔지?" 철학과 88학번이라는 교수님은 "태백산맥"이 그립다며 흐느끼다가 "바위처럼"이나 "전화카드 한 장" 같은 민중가요를 큰 소리로 부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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