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1년, 의상대사는 이곳에서 관음보살을 만났다. 파랑새 덕분이다. 2012년, 한태현은 이곳에서 아줌마를 만났다. 브래드버리 덕분이다.
여행지에서 엄마 친구를 만나서 꽤 반갑기도 하고, 전혀 잊고 지낸 사람을 이렇게 재회해서 신기하기도 해서 나는 아줌마에게 식사를 함께 하자고 권했다. 아줌마는 배시시 웃고는 "강원도는 뭐가 맛있나?"라고 말했다.
사찰에서 멀지 않은 오래된 식당 창가에 우리는 마주 앉았다. 늦은 점심으로 생선구이와 황태찜과 물곰탕을 먹었다. 모든 음식이 고루 맛있는 집이었다. 아줌마는 구운 고등어와 찐 황태의 살을 발라 연신 내 밥 위에 올려주었다. 그러한 행동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자식 같아서 그러시겠지, 생각했다. 엄마 친구라면 내 또래의 아이가 있을 테니 말이다.
숫기도, 붙임성도 없는 나는 그저 밥 먹는 일에 열중했다. 먼저 입을 뗀 것은 아줌마였다.
- 스물세 살이지?올해가 2012년이니까. 벌써 2012년이다. 세월 참 빠르네.
- 맞아요.
- 대학생이야?
- 예, 독어독문학과 다녀요.
- 학교는 어디로 갔어?
- 서울에 있어요.
- 공부 열심히 했나 보네. 나도 서울에 살아.
- 대구에서 뵀는데, 이사 오셨나 봐요.
- 응. 통영 살다가, 딸 공부 때문에 무리해서 이사했어.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자 대화는 끊이지 않은 채 길게 길게 이어졌다. 누군가와 이렇게 편하게 대화할 수 있게 되다니. 학보사 생활을 하고 여러 매체의 기자들과 만나며 사회성이 발달한 걸까, 속으로 생각했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아줌마에게서 무언가 해야할 말이 있는 사람의 낌새가 느껴졌다. 일어나자는 말을 미룬 채 차분히 아줌마의 말을 기다렸다. 이윽고 떨리는 목소리로 아줌마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