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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임 Jan 18. 2024

우리는 몽몽 시스터즈(mongmong sisters)!

프롤로그

고양이는 나에게 무서운 동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초등학생 때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예쁜 샴고양이를 처음 만났는데, 나만 보면 달려와 물어뜯곤 했다. 그래서 친구 집에 놀러 갈 때마다 이불을 둘둘 말아서 고양이를 피해 다녔다.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것 외에는 고양이를 만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내 머릿속에 고양이는 사나운 동물로 각인되었다.     


 고등학교 1학년, 가장 힘든 시기를 맞이할 무렵에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 시기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힘겨운 시기였다. 나는 입시 스트레스를 부모님과 언니들에게 쏟아냈고, 언니들은 그 나름대로 사회에서 자리 잡느라 고군분투했다. 어느 날, 아빠가 말했다. “옆집 마트에서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는데, 한 마리 키워볼래?” 나는 그 당시 무언가 애착을 품을 대상이 필요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생명을 다루기에 너무 가벼운 생각이었지만, 나는 그러겠다고 대답하고는 바로 마트로 달려갔다.     


마트에는 그림에서 나올 것 같은 예쁜 점박이 엄마 고양이가 있었고, 수많은 새끼 고양이들이 젖을 먹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딱 한 마리만 아빠 고양이를 닮은 고등어 무늬였다. 함께 온 작은 언니가 소리쳤다. “이 아이로 할래요!” 나는 채 모든 아이들을 살피지도 못하고 평생을 같이해야 할 고양이를 마주했다. 작고, 부드럽고, 또 눈이 예쁜 고양이었다.      



“몽”이라는 발음이 좋아 코몽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코몽이가 우리 집에 오고 나서 집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작고 꼬물거리는 존재는 모두를 웃음짓게 만들었고, 코몽이는 우리 가족에게 따뜻한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돌이켜보면 지금도 너무 미안한 일이지만, 고양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데려왔으므로, 코몽이는 혼자서 다 자랐다고 해도 무방하다. (지금까지도 콧물을 찔찔 흘리던 코몽이를 보며 언니와 함께 웃었던 기억이 마음에 남아 코몽이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병원으로 달려가고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코몽이는 어느새 완연한 성묘로 자라났다. 하지만 가족 모두가 대학이나 직장에 다니니 코몽이가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대부분 내가 제일 먼저 집에 도착하곤 했는데, 어두운 방문 사이로 살금살금 나와 나를 야옹 하고 반기는 모습에 둘째를 생각하게 되었다. 마침 코몽이가 다니던 동물 병원에 버려진 아기 고양이를 분양한다는 포스터를 보고 난 후였다.     


버려진 아기 고양이는 총 2마리였는데, 우리는 치즈냥이였던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신나게 이동장을 들고 간 나에게 수의사님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다른 수의사님이 해당 아이에게 정이 너무 들어서 데려가기로 했어요. 미안하지만 다른 아이를 데려가시겠어요?” 여기서 다른 아이는 치즈냥이 오빠에게 매일같이 괴롭힘을 당해 작고 보잘것없는 아이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에게 하몽이가 찾아왔다. 하몽이는 원래부터 몸이 작고 약했다. 병원 치료를 오랫동안 받아야 했고, 아무리 먹여도 살이 잘 안 쪄서 곤란하기도 했다. 하지만, 열심히 먹인 결과 점점 미모에 물이 오르더니, 이제는 우리 집의 얼굴마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몽이는 집사들의 몸에 쿵 하고 머리를 박치거나 얼굴을 비비는 헤드번팅을 가장 잘하는 애교쟁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우리집에 온 셋째는 엄마아빠와 우리 자매가 따로 살게 되면서 만나게 되었다. 엄마아빠는 시골에 살면서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고, 떠돌아다니는 개나 고양이에게도 밥을 챙겨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작고 여린 고양이가 자기보다 더 작은 새끼들을 여러 마리 낳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유독 사람을 좋아하는 고양이가 있었는데, 그게 막내 삐용이었다. 삐용이는 첫 만남에서부터 언니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생명을 키우기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게 된 후였으므로, 우리는 귀엽다는 이유로 섣불리 아이를 데려갈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한 사건이 발생했다. 엄마 아빠가 농사일을 하고 물기를 빼기 위해 장화를 뒤집어 놓았는데, 아기 고양이들이 그 안에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장화 안은 앞으로도 뒤로도 나갈 수 없을 만큼 꽉 막혀 있었고, 결국 아기 고양이들이 한 마리 빼고 모두 죽고 말았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 사건은 우리 가족에게 큰 충격으로 남았고, 그 이후로 우리는 장화를 무조건 높은 곳에 올려놓고 있다.) 그 안에서 겨우 살아남은 아기가 바로 삐용이였다. 그 날로 우리는 삐용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이렇게 해서 우리 집에는 올해 10살이 된 코몽이와 8살이 된 하몽이, 그리고 4살이 된 삐용이(a.k.a 푸몽)가 살게 되었다. 총칭 몽몽 시스터즈(mong mong sisters). 이제부터 우리가 함께하는 일상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몽몽 시스터즈 소개


이름 : 최코몽

나이: 제일 귀여운 10살

별명: 코대장, 군자냥이, 최코야, 코봉이

 - 몽몽 시스터즈의 리더

-  낯선 사람이 집에 들어오면 

   언제나 가장 먼저 나서서 동생들을 지킨다.

-  코몽이의 크고 예쁜 초록색 눈은 실물로 보면

   더욱 반짝인다.

-  동생들의 횡포에도 웃으며 넘길 줄 아는 멋진 

   군자 고양이다. 즉, 지덕체를 갖춘 고양이란 말씀!




이름 : 최하몽

나이: 제일 예쁜 8살

별명: 하공주, 쨈몽, 하랑이

몽몽 시스터즈의 얼굴 마담

- 달달한 솜사탕 같은 외모로 사람을 홀리지만, 

  성격은 공주님 그 자체다.

- 밥을 안 먹어서 입으로 간식을 직접 넣어드려야    한다. 침대 자리도 내어드려야 한다.

  즉, 외모로 모든 걸 해결하는 타입!

- 몽몽 시스터즈에서 제일가는 애교쟁이지만 품 

  안에 안기는 것은 극도로 싫어한다.




이름 : 최삐용(a.k.a 푸몽)

나이: 제일 상큼한 4살

별명: 뾰니, 빠니, 아가삐용, 마법의 똥가루

- 몽몽 시스터즈의 막내

- 특기는 집사 몸 핥아주기다.

- 음흉한 표정을 잘 짓는다.

- 집에서는 골목 대장이지만, 

  낯선 사람만 보면 얼음이 되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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