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꿘새댁 Feb 15. 2024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대.

나도 남편이 갖고 싶어. 나는 남친이 갖고 싶어.

 결혼하고 맞이했던 첫 설 연휴, 원래는 남편을 따라 고흥을 내려가야 했지만 만삭 수준의 배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는 임신 후기 임산부이다 보니 이번 명절은 결혼하기 전과 다름없이 친정에 와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임신하고는 차멀미가 심해져서 30분 이상의 거리는 이동하기가 힘들기도 하다. 임신하기 이전에 컨디션 좋고 팔팔했던 나날들은 이제 기억에서 사라질 지경이다. 지금은 내가 봐도 개복치 그 자체라 일상생활에도 제약이 참 많다.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를 즐기고자 혼자 카페에 와서 먹고 싶은 빵을 잔뜩 주문하고 글을 쓰다가 영혼의 단짝 같은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그 친구는 설 연휴에 뭐 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보고 싶기도 했다. 

"설 연휴인데 뭐 해? 별일 없지?"

"나 오빠랑 방금 저녁 먹었어."

"아 데이트하는구나. 부럽다."

"뭐가 부러워? 나도 남편 갖고 싶어."

"그래? 나는 남친 갖고 싶어."

"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우리는 서로 농담 섞인 티키타카를 하며 잠시나마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남편의 깜짝 선물

 이미 결혼한 나와, 싱글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친구. 우리는 30대 초반의 나이에 나의 결혼과 임신을 기점으로 확실히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나는 혼전 임신을 하기 전까지 싱글 라이프의 매력에 빠져 살고 있었다. 결혼은 꼭 하려고 했지만 급하지 않았다. 30대 중반쯤 하고 싶었고 그전까지 후회 없는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예쁘게 사랑하고, 치열하게 일하고, 꾸준히 운동하고, 취미 생활에 미쳐보기도 하는 그런 시간들을 충분히 보내고 결혼하고 싶었다. 하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닌 것처럼 누구보다 싱글라이프의 삶을 즐기던 나는 혼전 임신을 하고 한순간에 유부녀와 임산부가 되었다. 이제 다음 달 출산을 앞두고 앞으로 나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곧 태어날 알콩이(태명)를 생각하면 너무 사랑스럽지만, 내가 과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부터 모든 걸 잘 해낼 수 있을지 등등 두려움과 복잡한 생각들이 종종 뇌리에 스친다. 


 사실 남친이 갖고 싶다고 했던 나의 대답은 자유가 갖고 싶다는 또 다른 표현이었다. 남편이 아니라 남친이 있던 시절 난 자유로웠으니 그 시절이 그리웠던 것이다. 사람은 참 모든 걸 동시에 가질 수 없는 것 같다. 새로운 행복을 갖게 되면 분명 포기하는 게 생긴다. 결혼과 임신으로 새로운 행복이 찾아왔지만 나의 기회비용은 자유였다. 내가 만약 임신을 안 하고 결혼만 한 상태라면 이렇게까지 자유를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결혼보다 훨씬 더 많은 제약을 주는 건 임신이기 때문이다. 엄마가 되는 일은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희생을 필요로 한다. 


 반대로 아직 싱글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친구들의 입장을 들어보면 결혼을 하고 싶은 이유가 명확하다. 우선 싱글의 특권인 '자유'가 현생에 치이다 보면 생각보다 '제약이 많은 자유'이기 때문에 크게 메리트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젠 뭘 해도 생각보다 행복하고 즐겁다는 것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혼을 통해 새로운 행복을 느끼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다. 참 일리가 있는 말이다. 나 또한 돌이켜보면 싱글라이프가 매번 그렇게 자유롭고 행복하기만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어떠한 삶의 형태도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


 아직 돌이 안된 아기를 독박 육아 하고 있는 친구들은 다음 달 출산인 나를 응원해 주며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한 거라는 조언을 해준다. 최소 100일은 잠도 잘 못 자고 자유로운 외출도 어려울 거라는 조언들. 아직은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막연하게 두렵고 걱정만 될 뿐. 


 고깃집에서 여유롭게 고기를 구워 먹는 게 소원이라며 자유가 그립다는 이미 엄마가 된 친구들, 출산을 코앞에 둔 나, 그리고 아직 싱글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친구들. 우리는 30대가 되며 각자 다른 형태의 삶을 살고 있다. 각자의 삶 속에서 얻은 새로운 행복을 누리고, 잃게 된 것은 그리워하면서 서로를 부러워한다. 생각해 보면 살면서 남의 떡이 커 보인적이 많았다. 그런 생각은 본능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내가 갖고 있는 떡이 얼마나 맛있고 예쁜지 잊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삶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야 말로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30대의 우리들, 다시 오지 않는 순간의 소중한 행복을 그냥 지나치지 않기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