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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꿘새댁 Feb 29. 2024

종교, 나에겐 미지의 세계.

나 혼자 이방인 같은 느낌이 너무 낯설어서.

 세상엔 다양한 종교가 있다. 그리고 참 다양한 사람이 있다. 그중 나는 종교가 없는 사람으로 무교이다. 살면서 종교를 접할 기회는 은근히 많았다. 초등학교 때는 친구들을 따라서 교회나 성당에 가보았고, 중학교 때는 불교인 친구와 친해지면서 함께 템플스테이를 다녀오며 불교를 접했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가장 보편적인 3가지 종교를 다 경험해 보았고 나의 최종적인 선택은 불교였다.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불교만큼 자율적인 종교가 없어 보였고, 공기 좋은 곳에 위치한 절의 분위기가 마음을 차분하고 경건하게 만드는 듯한 느낌이었다. 뭔가 종교라 하면 '경건'이라는 느낌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사실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매주 '출석'해야 하는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도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 그런 분위기가 내 성향에 잘 맞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누가 나에게 종교를 묻는다면 무교이긴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불교를 믿는다고 대답했었다.


 위에서 내가 '출석'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특정 요일에 매주 종교 생활을 하는 것은 내 삶에 없어본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면 약간의 강압성이 내재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주말이 되면 새로운 카페나 빵집을 탐방해 보는 것이 내 삶의 낙이었다. 부모님도 종교 생활을 규칙적으로 하는 분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내 삶에 있어서 매주 종교 생활을 하는 것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이렇게 전형적인 '무교'의 삶을 살던 내가 결혼 이후 '종교'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사실 결혼 전에는 내가 종교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아무도 나에게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결혼을 하고 나니 배우자의 삶이 내 삶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막연하게 서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을 하긴 했지만, 나의 경우 혼전 임신을 하고 결혼을 했기 때문에 곧 태어날 아이가 있는 경우 더 빠르게 그리고 더 깊게 서로의 삶에 녹아들게 되는 것 같다.


 내 남편은 천주교 모태신앙이다. 그런데 연애할 당시에는 남편이 잠시 성당을 다니고 있지 않았다 보니 1년을 넘게 만나면서도 남편의 종교에 대해 크게 체감하지 못했다. 그리고 애초에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무언가를 강요하는 타입이 아니다 보니 종교에 대해서 몇 번 대화를 했을 때도 남편은 나의 '무교' 라이프를 존중해 줬다. 결혼해서도 마찬가지로 남편은 나에게 종교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곧 알콩이(태명)가 태어나면 모태신앙인 아빠를 따라 천주교를 믿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게 자연의 순리인 것처럼 집안의 가장인 아빠가 천주교 모태신앙이고 시댁도 모두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데 알콩이는 자연스럽게 천주교를 접하고 믿게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엄마인 나만 무교라면 알콩이의 종교 생활에 같이 참여할 수 없게 되고 정서적 교감을 하는 데 있어 제약이 생길 것 같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혼자 정말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우선 남편을 따라 성당을 몇 번 가보기로 결론 내렸다. 2024년 새해가 되면서 1월 첫째 주 주말부터 마치 새해 결심이라도 한 듯 남편을 따라 성당에 갔다. 새로운 장소에 가면 꼼꼼하게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이 특징인 나는 열심히 성당을 관찰하고 분석했다. 엄숙하고 경건하고 따뜻했다. 그 누구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어 마음만 먹으면 다니기가 편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나는 이 낯설고 엄숙한 광경을 열심히 관찰하는 '이방인'이었다. 신부님이 하시는 말씀도 분명 한국말인데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중간중간 기도하는 기도 내용은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떤 뜻일까, 어떤 행위일까, 어떤 마음일까 등 다양한 의문점이 가득했고 나 홀로 낯선 '이방인'이 된 느낌이었다. 이해하기 어려우니 집중이 잘 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주책맞은 하품만 계속 나올 뿐이었다. 


 항상 내 손을 잡고 있는 남편이지만 진심으로 기도하며 예배에 참여하는 남편의 모습은 나와는 다르게 느껴진다. 부부사이에도 '종교'라는 걸 함께 공감하지 못하면 이런 거리감이 느껴지는데 만약 내가 이런 거리감을 내 자식과 느끼게 된다면 그건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어린 시절 특히 엄마와 섬세한 정서적 공감을 하며 꾸준한 대화를 통해 지금의 나로 성장하였는데, 만약 내 자식과 종교적 차이로 공감할 수 없는 거리감이 생긴다면 그건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꾸준히 노력해보고 있다. 매주 주말 성당에 최대한 가보고 이 낯선 분위기에 익숙해지려고 노력 중이다. 이렇게 성당을 가는 행위만으로도 노력으로 생각하는 나에게 두 번째 난제는 예비 신자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비 신자 교육을 받고 정식 세례를 받아야 천주교인으로 인정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혼자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진심이 아니면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내가 아직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데 이렇게까지 노력해야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사실 아직도 예비 신자 교육을 받을지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못했다. 5월부터 현재 다니고 있는 성당에서 예비 신자 교육이 있을 예정이라는 일정만 체크하고 왔다. 그전까지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3월에 알콩이(태명)가 태어나면 나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 모르겠다. 나처럼 성인이 되어 새로운 종교에 입문할 경우 어떠한 계기가 있어야 입문하게 된다고 한다. 특정한 계기가 없다면 딱히 필요를 못 느끼고 기존에 살던 방식대로 쭉 살아가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에게는 그 계기가 알콩이(태명)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아직은 알콩이(태명)가 태어나기 전이라 그런지 크게 실감이 되지는 않는다.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려니 생각지 못하게 바뀌는 것이 너무 많고 미리 고민해야 하는 것들도 참 많은 것 같다. 종교는 여전히 나에게 미지의 세계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방인 같은 느낌을 계속 받게 될 수도 있다. 결국 나의 진심이 동요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최대한 노력해 보려 한다.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종교의 의미를 깨닫게 되겠지라는 믿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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