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오늘 출산해요.
이제 진짜 엄마가 된다니.
막달이 되니 주에 한 번씩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갔었다. 분명 지난주만 해도 좀 더 지켜보자는 주치의 말씀에 어떻게 출산할지 조차 결정을 못한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출산이라니. 임신 38주가 된 지금 지난 37주에 비해 알콩이의 무게는 약 3.2kg로 동일하지만 양수가 많이 부족해져서 아이가 나올 준비가 다 되었다는 주치의 소견. 화요일 오전에 검진을 갔는데 아주 쿨하게 말씀하셨다.
"이번주에 하시죠. 목요일에 입원하세요."
그날 막달 태동 검사를 끝내고 첫 내진까지 경험하면서 여러모로 정신이 없었는데 갑자기 목요일 입원해서 출산이라니 순간 멘붕이 왔다. 매번 지켜보자는 말씀을 하셨기에 이번에도 아직 일주일 더 지켜보자고 하실 줄 알았는데 의외의 소견에 남편도 나도 멘붕이었다.
아침 7시 30분까지 입원을 해야 한다. 자정부터 물 포함 금식을 해야 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수요일 저녁 출산 전 마지막 만찬을 즐기고 돌아와 남편이 예쁘게 준비해 준 파인애플과 오레오 과자를 먹고 있다. 과일을 참 예쁘게 잘 깎는 남편. 문득 출산하고도 남편이 준비해 준 예쁜 과일들을 먹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출산 전 마지막 만찬은 뭔가 대단한 음식을 먹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긴장이 되어 결국 생각나는 건 탄단지 궁합이 완벽한 한식이다. 탄단지 궁합이 완벽한 음식을 먹고 모든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는 그런 생각. 마치 전쟁터에 나가기 전 비장한 용사가 된 기분이다. 그리고 한편 얼른 출산하고 개운한 기분으로 첫 식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자연분만을 성공하면 바로 식사할 수 있다고 하는데 출산 후의 나는 과연 어떤 기분으로 첫 식사를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나는 우선 자연분만이 가능하다는 소견을 받아서 시도해 보기로 했다. 처음엔 그냥 제왕절개를 할까 고민했지만 둘째에 대한 생각이 있다 보니 자연분만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켈로이드성 피부라 제왕절개 흉터자국이 잘 없어지지 않을까 봐 걱정된 부분도 컸다. 35주까지만 해도 제왕절개로 진행해야 할 확률이 높다는 소견을 들어서 그러려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알콩이가 탯줄을 풀고 아래로 조금씩 내려와 주고 있는 덕분에 자연분만을 시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은 유도분만이었다. 제왕절개와 자연분만 둘 사이에서만 고민했지 내가 유도분만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양수가 줄고 아이도 태어날 준비가 되었는데 아직 자연 진통이 걸리지 않아 더 이상 미룰 필요 없이 유도분만을 하자고 해서 그렇게 결정이 났다. 3월 7일과 8일 이틀을 목표 잡고 진행해 보자는 소견. 그 소견을 듣자마자 첫날 하루 만에 성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게 가능할지는 모를 일이지만.
생각해 보면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았다. 어느 날 하루아침에 알콩이가 찾아와 혼전임신으로 결혼을 했듯이, 내가 마음의 준비가 되기 전에 어느 날 알콩이가 태어날 것 같았다. 역시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나는 출산을 하러 간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어차피 출산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평생 안될 것 같다. 결국 이렇게 나의 마음의 준비와 별개로 나는 공식적으로 '엄마'가 된다.
얼마나 진통시간이 길어질지 알 수 없으니 꼭 미리 샤워를 하고 가라는 친구의 조언으로 아침 6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병원에 갈 생각이다. 입원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모든 게 하나씩 시작될 상상을 하니 아직도 믿기지 않고 두려운 마음이 크다. 감사하게도 주위에서 많은 축하와 응원을 받고 있지만 알콩이를 만날 생각에 설레는 만큼 나의 출산에 대한 두려운 마음도 매우 크다.
어제 친정 엄마를 만나고 잘하고 오겠다는 말을 하며 서로 포옹을 했다. 이제 나도 출산을 하며 우리 엄마의 아픔과 고생을 또 한 번 깊게 공감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 같다.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고 했다. 이제 나는 엄마라는 존재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끼며 엄마만이 갖고 있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려고 한다. 전혀 아무것도 상상이 안되지만 나, 남편, 그리고 우리 알콩이 3명의 팀플레이로 무사히 순산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이제 진짜 엄마가 된다니.
기쁘고 설레고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