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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꿘새댁 Feb 22. 2024

정보 포화의 시대, 적당히 알고 싶어.

세상 참 좋아졌다. 그런데 혼란스럽다.

 "세상 참 좋아졌다. 우리 때는 정보가 없어서 이런 건 알지도 못했어." 

어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런 비슷한 표현을 종종 듣게 된다. 아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과거에 비해 얼마나 많은 부분이 편해지고 발전했는지는 대부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덕분에 많은 혜택을 얻고 있다. 결혼하기 전까지 라면 끓이기가 할 수 있는 요리의 전부였고 빨래 한번 제대로 해보지 않은 내가 결혼하고 이렇게 빠르게 살림을 해낼 수 있는 건 모두 유튜브 선생 덕분이다. 아예 모르는 분야에 새로 접근할수록 유튜브 선생의 위력은 더욱 커진다. 유튜브 선생의 도움 없이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고 도전해 본다는 것은 이젠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임신 중기에 곧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면서 건강한 집밥을 차려주는 엄마가 되려면 요리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잠시 요리학원을 다니기도 했었는데, 요리 학원 수업과 유튜브 요리 채널을 비교하면서 강의를 듣곤 했었다. 처음 요리를 시작할 때 아무런 지식이 없다 보니 먹고 싶은 메뉴를 만들기 위해 평균 10개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내가 가장 따라 하기 쉬운 레시피를 선정했는데, 요리 학원의 경우 그날 배우는 메뉴도 커리큘럼에 따라 미리 정해져 있고 한 가지 레시피로 통일되게 배우다 보니 메뉴에 따라 더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혹은 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요리학원은 현장에서 요리를 배운다는 점에서 분명한 강점이 있었지만, 수강료가 있어 비용이 발생하고 임신 중이라 컨디션이 들쑥날쑥한 점 등을 고려하면 집에서 내가 하고 싶을 때 여러 레시피 영상을 무료로 보면서 가장 따라 하기 쉬운 방법을 골라 요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튜브 선생이 나에겐 더 맞춤형이었다.


나름 성공적이었던 유튜브 레시피 참고 요리 인증샷 1 (돼지고기 김치찌개, 간장치킨, 떡만둣국)
나름 성공적이었던 유튜브 레시피 참고 요리 인증샷 2 (소세지 야채 볶음, 김치오뎅국)

 다음 달 출산을 앞두고 유튜브 선생을 통해 요즘 가장 많이 배우고 있는 카테고리는 '출산'과 '육아'이다. 산후조리원 가방 챙기기, 미리 구비해야 할 필수 육아 용품, 아이가 태어나기 전 미리 해야 하는 일들 등 출산과 육아 관련 정보를 다룬 영상이 검색 한 번에 쏟아져 나온다. 어떤 영상을 클릭해서 봐야 될지 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지경. 그래서 나는 나만의 기준을 세워서 영상을 참고한다. 예를 들어, 가장 조회수가 높은 영상 5개만 참고하거나 혹은 가장 최신 영상 2개 조회수 높은 영상 3개로 구분해서 내가 정한 기준 5개 영상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시청한다. 물론 어떤 주제 영상을 시청하느냐에 따라 참고 영상 수는 유동적으로 변하지만 이런 기준조차 없으면 한도 끝도 없는 정보에 빠져서 오히려 허우적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요즘 나의 난제 중 하나는 육아 용품 준비에 대한 기준을 잡는 것이다. 사실 육아 용품 관련 영상은 보다 보니 몇 개를 봤을지 모를 정도로 여러 영상을 시청해 버렸다. "육아용품 영상, 이 영상으로 한 번에 끝내기.", "없으면 안 되는 육아 필수 아이템 총정리.", "둘째까지 키워본 엄마가 추천하는 꼭 필요한 육아용품.", "미니멀리스트가 추천하는 필수 육아템" 등등 정말 다양한 제목의 영상이 각기 다른 매력으로 영상을 클릭하게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끝도 없이 영상을 보며 정작 나의 기준은 잡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 오히려 수많은 정보 속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특히 이런 현상은 내 아이와 관련된 정보를 찾을 경우 더 심해진다. 솔직히 나는 나와 관련된 정보를 찾을 때는 이렇게 꼼꼼한 성향이 아니다. 그냥 몇 번 찾아보고 쿨하게 훑어보고 빠르게 효율적으로 결론 내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 그런데 이런 성향의 나도 내 아이와 관련한 정보를 찾을 때는 갑자기 깐깐한 사람이 되어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초조한 마음에 최대한의 꼼꼼함을 발휘하게 된다. 


 특히 육아용품의 경우 내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분야이다 보니 이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육아 선배님들의 리뷰를 많이 참고하게 되는데, 무작정 따라 할 수도 없는 것이 육아는 결국 애바애(애by애)라 내 아이의 성향에 따라 부모가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 그래서 육아용품은 구매하기 전 제품 리뷰 페이지에서 다양한 아이들의 사용후기를 읽어보며 정작 제품 설명이 나와있는 상세페이지는 상세하게 보지 않고 구매를 결정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뭐든 기준이 뚜렷하고 줏대 있게 살던 나의 기존 삶의 방식과는 좀 다르게 육아의 세계는 이렇게 입문해가고 있다. 그리고 '국민템'이라고 일컫는 육아템들이 있으면 결정하는데 필요한 나의 수고를 덜어준 것 같아 고맙기까지 하다.


 아직 분만 방법을 결정하지 않아서 시간이 날 때마다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영상을 번갈아가며 보게 되는데 자연분만 영상을 보다 보면 제왕절개가 하고 싶고, 제왕절개 영상을 보다 보면 자연분만이 하고 싶어 진다. 그리고 영상에 담긴 리얼한 출산 장면들은 두려움을 더욱 증폭시킨다. 그러다 문득 아무것도 몰라야 결혼도 하고 임신도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출산도 아무것도 몰라야 그나마 용기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미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


 이렇게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정말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역으로 과다한 정보에 눌려 혼란스러운 삶을 살고 있기도 하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도 있지만 모르는 게 약인 경우도 있다. 너무 많은 정보를 쉽게 접할 있는 것도 적당선을 넘어가는 순간 오히려 독이 된다. 그런데 이미 넘치는 정보를 적당한 기준을 잡고 참고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이다. 물론 정보가 많은 시대와 없는 시대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분명 정보가 많은 시대에 살기를 고를 것이다. 그러나 이 넘치는 정보를 어떻게 조절하며 살아갈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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