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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는 커피 May 27. 2024

디카페인 커피가 암을 유발한다는 괴담에 대하여

논란을 일으키는 이유와 목적마저 의심되는 논란


디카페인 커피가 암을 유발한다는 괴담에 대하여


얼마 전 외신으로부터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습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디카페인 커피가 암을 유발할수 있다는 내용이었죠. 디카페인 커피 품질 향상의 흐름에 따라 점점 더 많은 분들이 즐겨 마시고 있고 특히 많은 노인과 임산부들이 주로 찾는 디카페인 커피인 만큼 이 뉴스는 이목을 집중 시켰습니다.


이 논란의 주요 골자는 디카페인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커피에서 카페인을 추출해 내는데 사용하는 용매인 염화 메틸렌(methylene chloride)의 미량이 커피 생두에 남게되고 이 물질이 체내에 흡수되어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미국의 환경 보호 기금(Environmental Defense Fund, 이하 EDF)등의 시민단체, 캘리포니아주 의원이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에 사용금지 청원을 냈고 주 하원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죠. 이를 언론이 받아쓰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 되었고 일부 언론은 '발암물질' '페인트 제조, 금속 부품 세척소재' 등의 자극적인 언급으로 소비자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는 상황 입니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 디카페인 커피의 암 유발 논란은 단순 해프닝으로 그칠것으로 보입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물질들과 동일하게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양에 노출 되었을 때 염화 메틸렌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극미량에 노출 되었을 때 인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도출되지 않았죠. 그럼에도 식품을 통한 인체 노출과 영향의 가능성을 최소화 하기위해 美FDA는 염화 메틸렌의 잔류 기준치를 10ppm(0.0001%)로 설정해 놓고 이를 초과하는 양의 식품의 유통을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EDF가 청원을 내며 첨부한 자료에서 조차도 이 기준치는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환경 오염물질을 테스트하는 클린 라벨 프로젝트가 미국 내에서 유통중인 17개 브랜드의 디카페인 커피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단 7개 브랜드에서만 잔류 염화 메틸렌이 검출 되었으며 이 역시 기준치를 하회하는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론적으로 50여년간 사용 되어 온 염화 메틸렌을 용매로 사용한 카페인 제거 방식은 생두에 용매의 일부를 잔류 시킬 가능성이 일부 있으나 그 양이 美FDA의 기준치를 밑도는 극미량에 불과하며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우리는 미량의 미세 먼지를 마시며 산책하고 알코올을 즐기기도 합니다. 농약이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은 과일을 섭취해 왔지만 그로 인한 치명적인 신체의 악영향을 경험한 사람은 극히 드물 겁니다. 


디카페인 커피를 통해 접하는 염화 메틸렌이 전혀 무해하다거나 100% 안전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다만 불필요한 공포심을 갖고 결벽을 추구하기보다는 입증된 허용 수치내에서는 안전하거나 무해하다는 과학의 편에서 산업을 발전시키며 삶을 즐기는 편이 우리에게 더 이로운 방향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전하고 싶을 뿐 입니다. '발암물질' 이라는 자극적 키워드에 공포감을 갖고 여유로운 산책도 맛있는 숯불구이도 즐거운 술자리도 모두 포기해야 할까요? 음모론적 괴담에 우리의 일상과 산업이 부정적 영향을 받아서는 안되겠죠. 

업계 종사자로서 그리고 소비자로서 이 논란에 대해 현명한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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